사제간 인연, "참 아름다워요"
사제간 인연, "참 아름다워요"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05.19 10:37
  • 호수 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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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농고 30회, 박복규 선생님과 26년간 사제의 연 이어가
▲ 보은농고 30회 농과 졸업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박복규 선생님을 모시고 사제간의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고등학교 때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인연이 26년째 계속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50대 중후반 제자들과 사도의 표상으로 남아있는 70대 스승의 아름다운 만남.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인공들은 보은농고 30회 농업과(실장 이종근 장안면 부면장) 졸업생과 이들의 3학년 담임을 맡았던 박복규(보은 학림) 국어선생님 부부. 특히 이날은 올해 70세를 맞은 박복규 선생의 칠순잔치까지 겸해서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옛날 까까머리 '고딩'시절로 돌아가 흑백 사진 속의 그 시절도 감상하고, 그동안 만남을 하면서 담아놓았던 사진을 재미있는 영상으로 꾸며 보는 내내 웃음과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질풍노도의 시기' 여자 친구도 사귀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고, 담배도 피고 싶은 덜 성숙된 10대의 제자를 선생님은 젊은 혈기의 제자들을 노련하게 지도했다.

"담배는 비싼 거 피우지 말고, 여고생 꼬시는 것은 졸업하고 난 후 꼬시고…."

어른 흉내내고 싶은 고딩을 윽박지르지 않고 조용하게 달랜 젊은 스승의 지혜로운 처방에 질풍노도의 제자들은 순하게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은사 박복규 선생을 다른 어느 선생님보다 더 좋아하는 스승이 된 것.

이날 제자들은 박복규 선생님의 가슴에 꽃도 달아주고, 축하케이크의 촛불도 끄고, 마음을 담뿍 담은 선물과 72시간 달인 홍삼 농축액도 안기고, 이젠 같이 나이 먹어가는 스승과 제자들은 흉허물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기분 좋게 취한 밤을 보냈다.

제자들의 존경을 받은 박복규 선생님은 "요즘 교사와 제자간의 불미스런 사건 등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오히려 스승과 제자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 저는 이거 이상 큰 재산이 없는 것 같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종근 실장은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아 보은농고 농과생들이 전국의 제일가는 농과생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저희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늘 가슴에 담으며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마음만은 풍족하고 넉넉하게 잘 살아가도록 하겠다"며 스승의 은혜에 감사함으로 표했다.

한편 보은에 거주하는 보은농고 30회 농과생은 모임 이름도 없고 만나는 날도 지정되지 않았지만 나기훈 총무가 "모이자" 하면 군소리 없이 부부동반으로 만날 정도로 관계가 매우 끈끈하다.

30회 졸업생들은 보건복지부 공무원, 부면장, 계장 등 다수의 공무원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이사장, 자영업, 농업 등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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