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레길 (4.5구간) 산외면 장갑 충북알프스 휴양림~산외대원(활목재)
속리산 레길 (4.5구간) 산외면 장갑 충북알프스 휴양림~산외대원(활목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05.04 12:21
  • 호수 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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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서 걸어 들어가 무아의 경지 탐하다
▲ 일렬로 늘어서 속리산 둘레길을 걷는 도보 여행객들

어린 새순이 빚어내는 연둣빛 물결의 숲은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으로 깊어지고 있다. 오색찬란한 꽃들의 유혹도 강렬하다.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보란듯이 위엄을 뽐내고 있다. 방문 닫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계절, 박차고 나가본다. 그곳 속리산 둘레길로. 그리고 들어가 본다 둘레길 속으로.

미처 모르고 지내던 속리의 주변을 걷는 만큼 알게 되는 속리산둘레길 걷기를 시작해본다.

속리산 둘레길은 속리산 주변이 가진 소소하고 익숙한, 한편으로는 낯선 풍경과 벗하며 걷는 길이다. 속리산의 바깥 둘레인 보은군을 비롯해 괴산군, 그리고 경북의 상주시와 문경시를 잇는 194㎞의 걷기 코스다. 제일먼저 테이프를 끊은 보은군이 50㎞ 둘레길을 완공한데 이어 올해 하반기 괴산군 구간이 완공되고 상주시와 문경시 구간이 연차적으로 마무리하면 산림청이 계획하고 있는 전국 5대명산 둘레길이 조성되는 것이다.

본보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꿈길 속리 둘레길을 걷다'를 주제로 속리산 둘레길 도보 여행을 할 계획이다. 둘레길 탐방에 군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꿈길 속리 둘레길을 걷다'는 지난 5월1일 (사)속리산둘레길 주관으로 실시된 충북알프스~산외대원 활목재 탐방으로 시작한다.

?초록이 다발다발 엮인 숲속에서 놀았다

도보여행은 충북알프스 광장에서 시작해 산외면 신정리 임도를 거쳐 신정리 마을 앞을 지나 대원리 마을회관을 거쳐 검단산 고개 아래 활목재까지 5㎞ 구간에서 진행됐다.

스마트폰 화면을 초근접 거리에 두고 혹사시켰던 두 눈이 모처럼 호강한 날이었다. 초록의 숲은 상쾌함뿐만 아니라 눈의 휴식까지 가져다주었다. 온 몸으로 퍼지는 편안한 기운을 느끼며 오롯이 자연을 벗삼은 도보여행은 무념무상인 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줬다.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 졸졸 흐르는 개울물소리, 화려하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은 야생화물결,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편안함이 심신을 마사지하듯 긴장을 풀어준다.

정상을 향하지 않는 것, 산 꾼에겐 어색한 일이겠지만 몸과 마음이 이렇게 편안한데 굳이 정상만 집할 필요가 있겠나.

이어진 숲길에 이끌려 걷다 고개를 돌려보니 산 아래 내려앉아있는 신정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망졸망 지붕을 맞대고 담벼락을 이웃하고 사는 풍경이 참으로 고요하다.

먼 길 돌아서 마을로 들어가 표고버섯 하우스를 지나 만나는 마을회관 앞 정자는 5월 첫날 날씨치고는 무더운 햇살도 피하며 물 한 모금 마시고 간식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비교적 경쾌하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가양을 화려하게 수놓은 꽃잔디와 제 몸 하나 곧추 세우지 못하고 바람부는 대로 일렁이고 있는 초록의 보리밭 때문이었으리라.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는~' 둘레길을 걷는 이방인들의 카메라 렌즈 속엔 어느새 보리밭의 풍경이 쏙 들어와 있다.

초록이 심심할즈음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보리밭은 볼거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낯선 풍경일 수 있는 산제당은 마을의 액운을 막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 주민들의 정성까지도 읽혀졌다. 부디 신정리가 무사태평하기를 마음을 모아본다.

?자꾸 느려지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산을 오르다보면 사람들은 빨리 걷는 것을 좋아한다. 정상에 빨리 도착하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양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숨이 차오르는 것을 참고 겨우 도착한 정상에서는 인증 샷 하나 찍고는 또다시 빨리 내려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마치 경쟁하듯 서두른다. 그래서 긴 구간을 걸어도 기억에 남는 그 무엇 하나 챙겨오지 못하고 등산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번 둘레길 구간 걷기는 비록 5㎞에 불과하지만 천천히 산천을 받아들이는 걷기코스가 됐다.

대원리 논둑길을 걸을 때는 혹시 물고기가 놀고 있을까 싶어 졸졸 흐르는 냇물을 들여다보고 노란 애기똥풀 꽃이 길섶에 길게 늘어선 것도 봤다. 빙빙 돌며 전기를 만드는 바람개비(풍력발전기계)도 눈에 들어왔다.

가을햇살 가득할 때 맛있게 익을 사과를 생각하며 대원리 마을길 옆의 사과꽃도 보고 과수원 바닥을 점령한 민들레홀씨도 보고 그 옛날 시골풍경을 간직한 마을의 돌담도 보았다. 이것저것 구경거리를 찾고 보느라 동공의 운동량이 많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싱그러운 햇살과 초록의 길, 몸과 마음까지 싱그럽게 염색한 길은 마음을 열게 했다. 그렇게 느리게 걷다보니 마을의 속살이 온전히 들어오고 숲의 소리가 들려오고 숲의 향기가 느껴졌다.

차타고 휙휙 지나가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바로 직전까지의 삶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얻은 소중한 선물이다.

짧은 봄 한순간 눈으로 들어와 금 새 가슴에 박힌 봄길, 생명길에서 꽃빛, 풀물들인 걸음은 다음 구간을 걸을 때까지 여기서 잠시 안녕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동인이 부족하다

둘레길 3, 4코스를 공개, 특히 서울 등 외지사람들에게 공개한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쉬운 것은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동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걷는 길만으로는 방문객들을 유인하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 4개 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조성공사를 마쳐 구간을 공개한 보은군이 속리산 둘레길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괴산군이나 상주시, 문경시 구간이 아닌 바로 보은군 구간을 찾도록 동인을 만들어야 한다.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조망포인트 뿐만 아니라 마을의 전설 등은 지역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이방인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되고 지역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

신정리 임도에서 신정리를 조망하는 곳에 마을 소개와 함께 미남봉이나 묘봉, 덤바위, 애기업은 바위, 주전봉 등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봉우리를 알 수있는 조망도를 설치하면 향후 등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설치해 손을 씻을 수 있게 하거나 세탁기가 없던 시절 이용했던 빨래터를 만드는 것도 과거 농촌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그림이 될 수 있다.

대원리에는 검단산만 있는 게 아니라 백제 때 검단과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내려와 놀았다는 신선봉, 옛날 선녀들이 살았다는 여동골의 유래, 떡갈목이 등 지역의 전설을 엮은 스토리는 탐방객들에게 흥미로 다가온다. 이와함께 2013년 전국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호박을 생산해 전국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대원리 슈퍼호박 사진을 함께 안내하는 것도 관심을 끄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또 서울 둘레길에서 응용한 것처럼 사라져가는 빨간우체통을 재활용해 둘레길 주요 지점에 설치해 스스로 스탬프 투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를 줄 수 있다. 또 단체투어가 아닌 경우 혼자 걷거나 두 세명이 걷는 경우 이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방향표지판을 보다 많이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

이밖에 맛집이나 게스트하우스, 민박같은 숙박시설을 빨리 갖춰 보은군 둘레길 구간이 거점이 되게 하는 것이 당장 시금히 해결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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