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소중한 인연 지켜온 언니동생 사이
40년간 소중한 인연 지켜온 언니동생 사이
  • 편집부
  • 승인 2016.04.21 11:49
  • 호수 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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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짝꿍 … 송희자·이옥종씨
▲ 40년전에 만나 늘 함께 다니는 짝꿍이 된 이옥종(사진 왼쪽)씨와 송희자씨가 즐겨찾는 교사2리 경로당에서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베리가 쓴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오후 4시에 도착할 예정이라면 나는 이미 한 시간 전인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런 친구를 만났다. 날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 우리는 한 마을에 살고 매일 만난다. 하루 일과 중 떨어져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정도다. 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짝꿍이라고 부른다.

보은읍 교사2리(신 향교1길)에 사는 송희자씨와 이옥종씨는 40년 지기 친구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동갑내기 친구는 아니라고 한다.

송희자씨는 올해 76세로 72세의 이옥종씨보다 4살이 많은 언니다. 언니 동생 사이가 친구처럼 편하고 잘 통해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짝꿍이 되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칠십 평생을 살았으니 연이 닿아 만나게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두 사람도 연이 닿아 40년 전 보은읍에서 만났다.

1970년대 후반 젊었던 시절에 보은읍 교사리에서 곁방살이(셋방살이)를 하면서 만나게 된 두 사람. 한 동네 살면서 서로 어려운 처지도 알아주고, 힘들 때 의지도 되고, 속 끓이는 사정도 들어주고 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송희자씨가 보은읍 다른 동네(극동아파트 인근)에 집을 지어서 이사를 가게 됐다. 그러다가 그 동네에 빈집이 나서 이옥종씨에게 이사를 오도록 권유해 이옥종씨가 그 집을 사서 이사를 온 것이다. 기와집이었던 것을 허물고 지금은 새 집을 지었는데 그렇게 한 동네에서 이웃하며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 마음이 통하니까 친구지

"옛날 사람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딨어. 고생한 얘기하자면 나도 할 말 많지. 힘들게 살면서 서로한테 의지를 많이 했어."라며 지난날을 회상하며 송희자씨가 말했다.

고향이 보은인 송희자씨와는 달리 충남 천안에서 보은으로 시집온 이옥종씨는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의지가 많이 되더라고. 어려울 때 부탁도 할 수 있고, 마음이 통하니까 가깝게 지냈지."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자식들 키우며 살아온 엄마의 삶인데 어찌 고생이 없었겠는가. 농사는 안 지었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고, 송희자씨는 55세에 보은 읍내에 '열린 글방'이라는 책 대여점을 열기도 했다. 손님이 많아 돈 버는 재미가 쏠쏠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2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옥종씨도 50대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9년 정도 식품 회사를 다니다가 정년이 되어 일을 그만두었다.

1남 2녀를 둔 송희자씨와 2남 2녀를 둔 이옥종씨는 그렇게 자식들을 키워 출가시키고 이제는 자식이 떠난 자리 노년의 외로움을 친구가 채워주고 있다.

# 소소한 하루 일과 늘 함께 보내

두 사람은 매일 오전 함께 운동을 한다. 어떤 날은 보은자영고 뒤편 태봉산에 오르기도 하고, 벚꽃이 한창이었을 때는 보청천 제방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매일 걷기 운동을 해서 보은 읍내 안 가본 길이 없다. 봄철이면 운동을 다니면서 나물도 뜯고, 쑥도 뜯어다 쑥떡도 해먹고, 몇 해 전에는 도토리를 한 가마 주워서 도토리묵도 만들어 이웃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65세에 암 진단을 받고 6년 동안 서울로 통원치료를 다녔던 송희자씨는 지금도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기에 이렇게 매일 함께 걸어주는 친구가 있어 운동하는 시간이 즐겁다.

오전에 운동을 다녀오면 점심 식사 후 교사2리 경로당으로 마실을 간다. 거기에도 운동기구가 있어 가벼운 운동이나 마사지 등을 하는가 하면 동네 사람들과 모여 담소도 나누고,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프로그램 선생님이 오는 날이면 그림 그리기며 율동, 노래 등을 배우며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도, 장을 보러 가도, 목욕탕을 가도 늘 동행하지만 미장원은 가는 곳이 달라 각자 단골 미장원에서 파마를 하고 일찍 끝난 사람이 기다렸다가 같이 돌아온다고 한다.

예전에는 집안 대소사 등 일손이 필요할 때 도와주러 많이 왕래했지만 요즘은 소소한 하루 일과를 함께 보내고 있다.

4년 전 이옥종씨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 일이 있었을 땐 송희자씨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한동안 매일 찾아와 밥도 같이 먹어주고, 저녁에도 여럿이 모여 시간을 같이 보내줘서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슬픔을 달랠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그 따뜻함을 주는 사람들과 이웃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도 복이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번 짝꿍이 바뀔 때면 이번에는 내 짝이 누가 될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친해진 짝과 떨어지는 게 아쉽기도 했었는데, 많은 만남 중에 친구가 된 인연은 정말 소중한 것 같다. 살아갈 날이 남은 만큼 친구와의 우정은 더 깊어질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인연이 찾아올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사는 즐거움이 더해져 건강하게 생활하면서 짝꿍 송희자, 이옥종 씨의 40년 우정도 더 깊어지길 바란다.

김춘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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