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팜 권기성씨-겨울철 딸기재배해 수익 창줄
핑거팜 권기성씨-겨울철 딸기재배해 수익 창줄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03.03 13:16
  • 호수 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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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면 놀던 보은농촌현장에 새로운 농업모델로 주목
▲ 보은읍 금굴리 핑거팜 딸기농장에서 권기성씨와 김윤경씨 그리고 막내딸 권세나양이 수확한 딸기를 포장하고 있다.

#"딸기가 익었다고 전해라"

보은읍 금굴리 앞 국도를 달리다 보면 빨간색 바탕에 '딸기가 익었다고 전해라~'라는 유행가 가사를 접목한 '핑거팜' 홍보 펼침막이 눈에 들어온다.

"응? 보은에 딸기라고" "보은에서 딸기농사가 가능해?" “한 번 가볼까?" "그동안 청주 고은 삼거리 딸기밭에 갔었는데 이젠 금굴 딸기농장으로 가야겠네!"

겨울이면 동토(凍土)로 전락한 보은에서 새콤달콤한 딸기를 농장에서 직접 사먹을 수 있다는 이 이상한(?) 광경에 놀라며 차량을 돌려 농장을 찾아온 소비자들이 줄을 선다.

3중으로 된 투명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생기있는 진초록의 이파리가 겨울에도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고 제 머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자라면서 얼른 수확해주길 기다리는 빨갛게 익은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에 침이 고일 정도다.

들판에서 싱싱한 초록 빛깔의 식물을 보지 못하는 지금, 딸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큼함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권기성(51)·김윤경(41) 부부가 하루 종일 꼬박 매달려 운영하는 딸기농장은 주말이면 딸기를 바로 공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다.

미리 잔뜩 수확해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거의 재고 없이 주문을 받는 대로 수확해 판매한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는 것이 일쑤지만 소비자들은 이것을 불편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금방 수확해서 포장되는 딸기를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딸기에서 윤기가 흐른다" "싱싱한 것이 만지면 터질 것 같다"는 표현을 할 정도 구경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기다리는 중간 좀 지루하다 싶으면 주인 부부는 "딸기농장 안 구경해보세요" "식빵에 잼 찍어서 드셔도 돼요. 집에서 만든 거예요"하며 지루함을 해소시킬 방법을 찾아준다.

자녀들과 함께 딸기가 줄지어 자라고 있는 농장 안을 구경하며 잘 익은 딸기 한두 개를 수확하는 체험(?)도 한다. 정말 딸기가 잘 익었다고 전해라는 딸기 농장주인의 애교섞인 홍보 문구가 딱 들어맞는다.

#된다. 그래서 농장 규모 늘렸다

권기성씨 부부가 처음 딸기를 재배한 것은 3년 전. 삼승면 우진리 포도 하우스 2천평 중 600평 규모로 딸기를 시범 재배한 경험을 살려 지난해 보은읍 금굴리에 1천100평을 매입하고 800평 규모로 하우스를 시설, 2만1천포기의 딸기를 식재했다. 보은의 주요도로변에서는 처음 보는 딸기농장을 신선하게 받아들인 보은군민들의 호평과 함께 선호도가 높았다. 90%이상 익어야 수확하는데 딸기를 사러오는 소비자들을 돌려보낼 정도로 소비자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딸기 수확을 한 지 얼마 안 돼 딸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을 정도로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 지난 2월 삼승면 우진리에 있는 포도하우스도 딸기 전용 하우스로 확충했다. 육묘장과 재배 하우스로 나눠 총 10만포기의 육묘 규모를 갖췄다. 5만포기는 자가 소비하고 나머지 5만포기는 다른 농가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는 외지에서 종자를 구입해오는데 뿌리가 말라 정식 후 활착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수확 지연으로도 이어져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육묘장 조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권기성씨 부부가 이렇게 딸기에 올인한 것은 "아 된다. 보은에도 딸기가 먹힌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딸기는 수확을 시작하는 12월부터 1, 2월 전체 매출의 6, 70%이상 올리는데 여름이나 가을과 달리 겨울철엔 경쟁관계의 제철 과일이 없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딸기재배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잘 지어놓은 농산물도 판매를 잘못하면 농민에게 실수익이 없지만 권기성씨의 판매전략은 단순하지만 우수하다.

딸기는 2만1천포기에서 매일 쏟아지는데 공판장 출하를 하지 않고 농장 직판과 소비처로의 출장 직판만으로 물량을 다 소진하고 있다. 그만큼 유통비용이 줄어 소비자들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권기성씨는 도매가격보다 높은 마진으로 얻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또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수확체험으로 꼬마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딸기 유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3월부터 시작되는 체험일정이 달력에 빼곡하다. 조만간 체험농장 인증을 받으면 체험문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딸기를 이용한 가공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면 딸기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농산물이 된다는 것.

권기성씨는 계획대로라면 농지 구입비와 시설비 등 투자비는 3년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업인의 견학장으로 부각

이같은 핑거팜의 모습은 권기성씨가 보은에 귀농한 5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한 것이다. 수원에서 자영업을 하다 소나 키운다는 생각으로 귀농이라는 큰일을 저지르고 지역실정에 어두운 도시내기가 진입로 확보도 안되는 축사용 땅을 매입한 것이 귀농 초기 저지른 엄청난 실수다. 겨우 우진리에서 하우스 포도를 재배했는데 잿빛 곰팡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병 때문에 큰 소득을 얻지 못한 것이 귀농 중기에 겪은 경험이다. 이렇게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사람만나는 것이 싫을 정도로 위축됐던 권기성씨는 "나도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을 나한테 보여주고 싶었다"는 심정으로 농사지을 작목을 찾았다. 무엇이 좋을까? 여러 작목을 탐색한 끝에 겨울철 긴 농한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작목인 딸기를 찾아내고 주변에 재배기술 공부를 할 곳이 없어 멀리 경남 산청, 충남 논산 등 선진지를 다니며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동안의 실패는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사람들 접근이 용이한 농지를 선택하고 품질이 좋은 자재로 하우스를 시설하고 딸기에게 가장 중요한 햇빛 투과율을 높이는 등 딸기농장을 희망농장d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성을 쏟은 권기성씨의 딸기농장은 농민들의 견학장이 되고 있다. 지난 가을에 보은군 농업인들이 단체 견학을 왔는가 하면 개별적으로도 농장견학이 이어졌고 귀농한 사람들도 견학을 온다는 것. 얼마 전에는 서울 살던 아들이 농사를 짓는다며 내려왔는데 딸기가 좋을 것 같아서 견학을 왔다는 어르신 등 딸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

딸기에 대한 숙성된 노하우로 재배력을 높이고 있는 권기성씨는 "귀농하면서 느낀 것인데 농사는 이론이고 식물의 상황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모르면 병에 걸려도 이게 병에 걸린 것인지 잘 모른다"며 "최소한 5년 이상 충분히 농업현장을 경험하고 귀농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농업도 도전이 필요한 것 같다

농업 종사 6년차에 불과한 권기성씨가 보은의 농업을 보고 느낀 소감도 밝혔다. 권기성씨는 "보은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타 지역을 가다보면 빈 들판이 없고 다 하우스가 들어가 있는데 보은에선 논에 하우스가 있는 것을 보기 힘들다"며 농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도 자산의 견해를 밝혔다.

"하우스가 많은 타 지역의 경우 소득이 낮은 논농사에 주력하기 보다는 시설하우스에서 연중 농산물 생산해 농업소득을 높이는데 보은군은 관행농사를 짓는 것 같다"며 "논산만 해도 나이 70 넘은 농민도 하우스 1천평 이상 농사를 짓는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도 필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농업 초보이지만 수십년간 종사해온 것처럼 숙련된 권기성씨는 향후에는 기업처럼 숙소를 제공, 2, 3명의 상시 인부를 채용해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휴가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을 정도로 일에 매달려온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직장도 그만두고 농사에 매달려 있는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딸기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놀러가지 못해서 안좋다"는 셋째 세나(삼산초 3)와 큰딸 수진(보은여중 3), 둘째 세진(보은여중 2)의 소원도 들어준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농사는 힘들고 고생스럽고 일하는 것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딸들에게 농업도 산업이고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터득하게 할 생각이다. 그것만으로도 권기성씨는 편안한 도시를 등지고 귀농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믿는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아서인지 권기성씨의 발걸음에 어쩐지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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