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보고 싶은 설날
자식들 보고 싶은 설날
  • 편집부
  • 승인 2016.02.18 10:01
  • 호수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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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다린 설날은 하루 뿐이었다. 그림에 떡처럼 보기만 하다가 이것, 저것 챙겨서 주다보니 간다고 나오는 손자들을 이놈 얼굴 만져보고 저놈 얼굴 만져보다 보니 차에 타고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아프지 마세요 하고 아리랑 고개로 훌쩍 넘어갔다.

큰 아들은 그 다음날 가는데 손녀딸은 고2학년이 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쁘다.

자식 넷 중 손내떨은 하나인데 아주 구염둥이 공주다. 구염둥이 공주가 할머니 일을 도와준다고 서러지(설거지)를 하고 청소도 말끔히 하고 간다고 해서 용돈을 주었더니 펄쩍 뛰는 걸 보니 왜 그렇게 예쁜지.

서러지를 하고 앉으면서 1년 서러지를 오늘 다 하고 간다고 했다.

손녀가 양말도 사오고 목도리도 사오고, 할머니 학교 다닌다고 공책, 연필, 지우개도 사다준다.

손자손녀들이 학원을 가야 하기에 명절에 와도 바로 가야 해서 그림에 보듯이 보고 가는 게 마음이 아프다. 자식들은 가난 속에서 키우다 보니 예쁠 뿐인지도 모르고 키웠는데 손자손녀는 볼수록 환장하게 귀엽고 예쁘다.

손자 한 명은 대학생이라 마이 한 벌 사입으라고 백만원을 주었다. 할머니 노릇 하기도 힘들다. 손자손녀 중 고등학교 갈 때마다 해주었는데 이제는 내가 병원에 자주 가서 용돈이 줄어들 것 같다.

임재선(74, 수한 질신, 흙사랑 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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