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04.08 09:53
  • 호수 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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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보은국유림관리소 영림단 조림현장

어린 시절 식목일이면 공휴일임에도 등교하여 전교생들이 나무 심으러 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2005년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빠지고 국가차원의 대대적인 나무심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나무심기는 후손들에게 소중한 자산을 전하는 일로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하겠다.

오늘 심은 나무 한그루의 혜택을 내가 살아서는 누리지 못하겠지만, 다음 세대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지난 6일 보은국유림관리소가 조림사업을 펼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4월 산속은 아직 추위가 남아
약속된 오후 1시 보은국유림관리소(소장 표갑수)에서 경영조성계 선주남 계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조림현장으로 향했다.

보은읍을 벗어나자 노란 산수유가 여기저기 피어있고, 이름 모르는 풀들이 땅위를 푸른색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부지런한 세월은 유난했던 폭설과 강추위로 올 것 같지 않던 봄을 이미 우리 곁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도착한 곳은 회인면 오동리 산 54번지, 보은관리소의 산림 관련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는 성림영림단(단장 정희정)의 조림현장이다. 두툼한 옷을 여벌로 챙긴 것이 다행일 정도로 산속을 바람과 추위가 남아 있었다.

지난해 가을 공개입찰을 통해 간벌작업을 마친 임야 1.9㏊에는 영림단원 18명이 열심히 나무심기를 하고 있었다. 허리를 펴면 뒤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가파른 경사와 싸워가면서.

 

#35도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나무심기
정희정 단장의 협조를 얻어 쌀포대를 잘라서 만든 묘목을 넣는 배낭에 상수리나무를 담아 나무를 심기위해 비탈진 산을 올랐다.

산밑에서 보는 것보다 경사는 훨씬 심했다. 정 단장은 약 33~35도의 경사가 된다며 "영림단원들은 이 경사에도 하루에 6~7회를 오르내리며 묘목을 날라 나무를 심고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단원중 몇 명은 묘목만 계속 나르고 나머지 단원들은 계속해서 나무만 심기도 한다고.

이렇게 넓은 임야에 과연 몇 그루의 묘목을 심는 지 궁금해 하자, 정 단장이 "수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에 3천 그루를 심는다고 보면 된다"고 궁금함을 해소시켜 줬다. 덧붙여 "단원 1인당 하루에 3~400여개의 묘목을 심는다"고 말한다.

 

#식재묘목 중 10%만 벌채대상 목재로 돼
이제 자리를 잡고 나무심기를 시작하려 하자, 정 단장이 정성껏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무심는 전문지식이라면서, △식재장소 낙엽치우기 △땅 20~30㎝ 파기 △묘목넣고 고운 흙으로 채우기 △묘목둘레 흙 밟아주기 △밟으면서 뿌리내릴 공간확보를 위해 묘목 살짝 들어주기 △낙엽 등 부식토 덮기 순의 나무심기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심어진 묘목이 모두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나무심기,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 사람에 의한 훼손 등이 원인이 되어 도중에 죽는 나무가 많다고 한다.

선주남 계장은 묘목 생존율에 대해 "식재 후 2년이내 80%가 생존하면 조림이 성공해다고 본다"면서 "초기에 심은 묘목을 100으로 보았을 때 10년후 60이 생존하고 이후 40~50년동안 몇 차례 솎아배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남아 벌채 대상이 되는 목재는 10정도 이다"고 말했다.

나무를 심을 때는 임지의 입지조건을 조사하여 적지적수의 수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종선택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선 계장은 "속리산은 소나무가 잘 자라지만, 활엽수는 잘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지형과 양분, 기온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조림수종을 선택한다"면서 조림에도 경제적 가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영림단 사업 안전사고에 대비
영림단원들은 시기적으로 하는 일이 다른데, △1~2월 처녀림 개량 및 간벌 △3~4월 조림사업 △5월 넝쿨제거작업 △6~7월 조림지역 1차 풀베기작업 △7~8월 조림지역 2차 풀베기작업 △9월 비료주기 △10~11월 솎아배기 및 가지치기작업을 시행한다.

이렇게 1년내내 산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위험한 일이 한 두가지 아니다. 풀베기 작업시에는 부러지는 예초기 날에 의한 사고, 솎아배기 작업시에는 쓰러지는 나무 높이를 감안해 안전거리 확보, 여름에는 뱀과 말벌에 의한 사고, 경사가 가파른 임야에서는 낙상사고 등을  항상 안고 작업을 하고 있다.

영림사업을 10년째 하고 있다는 정 단장은 "4~5년전 보은읍 산성리 설해 피해목 제거시 넘어가는 나무에 다칠 뻔한 아찔한 순간을 직접 경험했었고, 인근 영동에서는 예초기 날이 부러지면서 옆에 있던 단원 엉덩이에 박힌 적도 있었다"면서 반드시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보은국유림관리소에서도 안전사고에 대비해 영림단장을 대상으로 수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영림단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영림사업 중에도 더덕이나 칡, 산나물 캐는 즐거움도 있고, 드물게 산삼을 캐는 횡재를 누리는 영림단원들도 있다고.

 

#수종선택은 산림을 물려받을 후손의 입장에서
과거에는 산이라 하면 목재생산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림의 경제적 기능뿐만 아니라 공익적 기능이 중요시되므로 계획적으로 산림을 잘 가꾸어 두 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조림사업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또한 휴양 및 위락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맞는 산림을 적절히 개발해야 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경제조림 수종을 심고 가꾸어야 한다.

현재의 조림사업방향에 대해 선주남 계장은 "60~70년대 산림녹화와 연료공급을 위해 식재된 리기다소나무를 벌채한 후, 백합나무 등 속성수를 식재하여 15~25년만에 벌채하여 목재펠릿이나 산업용재로 사용하는 바이오순환림 조성과 산주의 소득증대와 산림의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한 큰나무조림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선 계장은 "50~60년이 걸리는 경제수조림은 우리 세대보다는 다음 세대들이 이용할 산림이므로 후손들의 입장에서 수종을 선택하고 식재 및 관리를 잘해 물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조림사업 방향을 갖고 보은국유림관리소는 보은군을 인근 5개 시군의 국유림 2만3천㏊을 주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산림이 되도록 산림조성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식목일이 다시 공휴일이 되면
몇 그루 되지는 않지만 약 2시간동안 나무를 심고, 보은국유림관리소와 영림단 업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산 밑으로 내려온 시간이 오후 4시30분. 오늘 심은 상수리나무 묘목들이 잘 자라 맛있는 도토리묵의 재료가 되는 열매를 제공하고, 나는 이용할 수 없지만 60년이 지나 후손들이 필요로 하는 좋은 목재로 크기를 기대하면서 조림현장을 떠났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이젠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니고 식목의 절실함이 줄어들어서일까? 식목일이 식목일답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에 나도 동참하고 살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려 조만간 작은 묘목 한 그루를 들고 선산을 찾아야겠다.

바쁜 업무에도 4시간동안 함께 있으면서 산림사업 전반에 대해 많은 지식을 전해준 선주남 경영조성계장님에게 감사하며, 또한 가파른 산을 함께 오르내리며 나무심기와 현장의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전해준 정희정 성림영림단장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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