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정보고회 '소통 대신 호통이 난무했다'
면정보고회 '소통 대신 호통이 난무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01.14 00:13
  • 호수 3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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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보은군 읍면정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상혁 군수뿐만 아니라 군의회 의장 및 군의원과 지역의 기관단체장, 그리고 해당 지역 주민들도 참석하고 있다.

보고회는 읍면장으로 부터 읍면 주요 추진사업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정상혁 군수가 군정 추진 방침을 밝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은군은 군민과의 소통을 통해 군민역량을 결집시킨다는 것이 순방의 목적이고 형식과 격식을 최대한 줄이고 간소화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면장으로부터 면과 관련된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정상혁 군수가 군정을 설명한 후에는 주민들로부터 이런저런 건의사항을 받지 않고 있다. 면정보고회는 1시간에 채 걸리지 않는다. 빨리 끝나서 다행이긴 하지만 군에 건의하고 싶고 군수를 대면한 기회에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군민들의 입은 근질거리기만 할 것 같다.

오히려 군민들과는 대화하지 않는 군수로부터 군정 또는 자신과 관련한 비판기사에 대한 해명을 듣느라 군민들은 실컷 혼나고 자리를 뜨는 것 같은 표정이 역력했다. 호통도 그런 호통이 또 있을까.
군수야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호소하기 위해 거친 표현을 쏟아낼 수 있으나 듣는 사람에겐 호통으로 들릴 수 있고 아무 잘못도 없는 군민들이 혼이 나는, 딱 그것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군민들은 면정보고회를 한다는 면장의 초청을 받고 온 이장, 새마을지도자, 주민자치위원, 노인회장, 장애인 회장 등 그래도 읍면에서는 나름 이름도 있고 활동도 하는 인사들이다. 군수에게 혼나러 온 것도 아닌데 자리가 영 불편했다고 말했다.

정 군수가 군민들에게 호통을 치며 강변한 내용 중에 에티오피아, 우리가 '이디오피아'라고 부르는 나라를 갔다고 지적했던 본보의 내용도 도마 위에 올렸다.

"공무원은 23일 연가를 낼 수 있고 누구는 군비를 가져갔다는데 나는 군비 한 푼도 안가지고 갔다. 가서 눈꼽 낀 어린아이를 돌보는 등 아주 못사는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고 왔다고 활동내용을 설명하면서 "쥐뿔도 모르면서 지껄여댔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내가 곶감에 곰팡이 피라고 했습니까?"라는 말도 안되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끼워 넣었다.

이 말을 들은 농민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아무리 속이 상했다고 해도 이런 표현까지 써 가며 자기방어를 해야 했을까 정말 씁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외국에 자주 가는데 왜 자신은 외국에 가면 안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대통령과의 비교도 정확한 것은 아닌 듯싶다. 첨언하면 에티오피아 가기 전에도 공무원들과 함께 대만을 다녀왔던 군수다.

군수가 왜 이렇게 성토를 했는지 다시 한 번 당시(2015년 11월)의 기사를 살펴보면 군수가 외국에 갔다는 것이 배가 아파(?)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는 계속되는 비와 고온으로 인해 농산물 건조가 제대로 안돼 썩고 곰팡이가 나고 타작을 못한 콩에서는 싹이 나고….

정 군수가 에티오피아 땅을 밟았던 때가 1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심정이 타들어가던 시기였다. 불가항력이고 인재가 아닌 천재이지만 1년 농사를 망쳐 허탈해 하던 농민들은 보은군으로, 충북도로, 박덕흠 국회의원으로, 보상받을 길을 찾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닐 때다.

피해현장을 누구보다도 먼저 방문해서 농민들을 위로하고 "지원방안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노력해보겠다"는 등 희망을 주는 대신 긴급한 공무도 아니었고 개인적 용무로 에티오피아를 간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군수, 수장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함을 역설한 것이지만 정 군수는 이를 부정했다. 오히려 "쥐뿔도 모르고"라고 호통을 치며 나무랐다.

각설하고 군민과의 소통을 통해 군민 역량을 결집시키겠다던 이번 면정보고회는 소통보다 오히려 일방이고 불통, 하나 더 붙이자면 호통의 순방인 것이다.

현명한 목민관은 자신을 비판하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이해시키고 자연스럽게 설득시켜야 한다. 설득의 핵심은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법은 불통, 일방의 길을 택한 것이다.

왕의 명령이면 통했던 왕조시대 소통의 달인이었다고 평가받는 세종의 소통의 리더십, 그리고 경청(傾聽)의 들을 청(聽)은 귀(耳)로 널리 듣고 덕(德)을 펴는 것. 이번 면정 보고회를 보면서 또다시 화두로 소통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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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2016-09-18 10:47:44
다음 선거 때 생각하고 찍으면 돼요

보은사람인가? 2016-01-14 20:57:31
참 기가 찰일입니다. 남이하면 불륜 본인이면 로멘스 인가요?
몇해전 수문개방으로 장차 보은을 이끌 큰별이 세상을 떠났을때 속이 타들어가는 부모님께 내가 수문 열었냐 라는 명언이 생각 납니다 권리위에 잠자는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