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씁쓸해 할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새해엔 씁쓸해 할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12.30 21:27
  • 호수 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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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하는 사이에 한 해가 지나가 버렸습니다. 1초가 1시간, 1시간이 하루, 하루가 한 달, 한 달이 모여 만든 1년을 만듭니다. 그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1년이 지나가면 엄청난 세월을 잃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휑합니다.  가고 오는 것이 일상이고 전혀 새롭지 않지만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면 항상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좋았던 것을 추억하면서 부푼 마음으로 새해를 맞습니다.
 2015년도 바삐 뛰어다녔습니다.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꼬집어서 "어거다"라고 답할 거리는 부족하지만 어쨌든 힘에 부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그것이 독자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감흥을 주고 깊게 생각하게 했는지 자로 잴 수는 없지만 고객인 독자들에게 읽을거리,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합니다.  10대뉴스를 선정한다고 1년간 발행된 신문을 처음부터 다시 보았더니 한해가 저물 때마다 입에 올리는 다사다난이란 표현이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습니다. 이 작은 지역에서 크고 작은 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웃음을 주는 화제들이 만발했습니다.
 얼마 전 '보은세펑' 코너에 "군수님은 또 해외 가셨다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 즉 집행부가 추진한 사업에 대한 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기간이고 또 당시는 늦가을 계속되는 우기로 농작물의 피해가 크고 쌀값 하락 등으로 참담함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 다시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위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는가, 그런 시기에 공무도 아니고 꼭 연가를 내서 그것도 특정 공무원들과 함께 해외 나들이를 해야 했는가 하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이 글을 두고 하는 반박(?)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12월 28일 개최된 보은군새마을지도자한마음대회에서 정상혁 군수는 "연가를 내고 갔다, 군수는 쉬지도 못하느냐, 잘 알지도 못하고 썼다" 식으로 열변을 토했나 봅니다. 행사에 참석했던 지도자들이 이 내용을 전화로 알려왔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물론 군수의 해외나들이에 대해 기자가 오해해서 그런 글을 썼다고 생각해 해명하는 것일 수 있으나 그 당시 상황은 충분히 입줄에 오르내릴만했습니다. 산림청장이 먼저 곶감 피해농장을 찾아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고 농민들을 위로까지 했습니다. 그 역할을 대한민국 전체 임업을 다루는 산림청장보다 먼저 보은에 살면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군수가 먼저 농민들을 위로하고 군 재정상 지원이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위안이 되는 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군수가 해외를 가기 전에 이미 곶감 피해가 확산돼 충북도로부터 피해조사를 하라는 주문도 있었고 또 본보에도 보도됐기 때문에 정 군수가 신림청장보다 먼저 피해상황을 접할 수 있는 시점이었습니다.그런데 산림청장이 다녀가고 난 후 늦게 농민들을 찾아갔으니 뒷북 행정이라고 또다시 주민들로 부터 지적을 받았습니다.
 기사를 통해 기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본질은 무엇이었을까요? 야속해서 그랬을 것이라 이해하겠습니다.
 지난해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대하사극 정도전이 방송돼 많은 인기를 끌었죠. 인기 비결 중에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명대사가 어록이라고 표현할 정도였고 그 어록이 곱씹을수록 절묘하고, 또 현실을 빗댄 것 같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죠.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다.
 태조 이성계가 "삼봉이 생각하는 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하고 물었죠. 이에 삼봉 정도전은 "듣는 것이옵니다." "참는 것이옵고 품는 것이옵니다."라고 답했죠.
 이것이 소통아닐까요? 소통은 '권력을 나누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생각과 의견을 단순히 주고받는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진 자가 먼저 한 걸음 물러서서 내 것의 일부를 내어 주는 일, 내가 가진 힘과 의사결정권을 휘두르기보다 상대를 인정하고 그의 입지를 넓혀 줌으로써 상생을 모색하는 일, 그것이 소통입니다. 권력의 진정성은 거기서 비롯됩니다.
 2015년에도 불통, 아집, 일방통행이라는 단어가 난무했습니다. 아무리 절박해도 정책을 입안하는 군이, 군수가 그 정책으로 영향을 받게 될 군민의 목소리를 먼저 경청하고 헤아리지 않는다면 불신과 반목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것은 자기 말은 아끼고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군수와 공무원이, 군수와 군민이, 군과 의회가 원활한 소통으로 공통분모를 찾아가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송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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