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6)
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6)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12.17 09:32
  • 호수 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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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변화는 상인들의 의식변화로부터
 
▲ 2014년 9월 공주산성시장 사업단의 주관으로 서울 길동전통시장에서 진행했던 상인 큐레이터교육에 참가한 상인들의 모습.
▲ 2012년 12월 거창전통시장 사업단의 주관으로 23회동안 시행된 상인대학을 마치고 수료식에 참여한 1기 상인들의 모습.

 "상인의 의식과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 기획취재 중 만났던 모 전통시장 상인회장의 말이다.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회장이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을 만큼, 전통시장이 살고 죽는 문제는 스스로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겠다는 상인들의 의식 변화에 달렸다.
 전국의 전통시장이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 사업에 힘입어 외형적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다시 찾는 전통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내면의 변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기획보도 마지막으로 휴먼웨어 부분, 즉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상인들의 모습들을 소개한다.

#하고자하는 동기부여부터 시작
 공주산성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시장으로 선정되면서 2012년부터 3년간 '시장문화기획자 양성과정'과 '상인 동아리활동'을 중심으로 상인들의 의식개선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사업단이 주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고, 이를 토대로 공주산성시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축제나 행사를 상인회가 주도하는 단계까지 됐다고 한다.
 상인 역량강화를 위해 진행된 '시장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은 3년간 지속적으로 교육과 선진시장 견학을 병행하며 상인들의 의식 함양 및 자생력 강화에 기여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 서귀포매일올레시장도 견학 대상이었고, 전주 남부시장, 경남 통영시장, 인근의 청주가경시장까지 상인회가 잘 활성화되어 있는 전국의 시장을 찾아다녔다.
 공주산성시장 사업단에서는 선진지 견학 시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가고 오는 버스 안에서 견학 취지를 설명하고 올 때는 상호토론 및 소감발표가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과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상인회의 견학문화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방송, SNS, ICT교육과 함께 큐레이터(상인문화기획자) 교육은 기본으로 했고, 문화관광상품 기획, 개발 및 디자인 교육 등 전문교육도 받았다. 상인 대상 강의는 학교에서 이론만 가르치는 대학교수를 초빙하지 않고, 상인출신 강사를 섭외해서 '장사를 잘하는 법이 아닌, 시장이 사는 법'을 위주로 토론식 교육으로 진행했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 관련 교육도 받았는데, 이 교육은 공주산성시장 상인회가 전통시장 1호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기존 상인회로는 10%의 자부담 부분을 감당할 수 없어서 각종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협동조합 설립 후 수익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각종 사업신청의 자격요건인 자부담 부분을 해결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공주올방'의 상표등록과 홍보가 협동조합에서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이었다.
 공주산성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기간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견학과 교육뿐만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상인들이 직접 운영해 화제가 된 라디오방송국 '소리마루'는 사업이 종료된 지금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동아리다. 지난 4년 동안의 활동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짐으로써 동아리 뿐만 아니라 산성시장 자체를 홍보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타 시장상인회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을 정도다.
 젊은 상인들의 중심이 되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댄스스포츠 동아리 '수백향'을 비롯해 풍물동아리와 통기타 동아리 '한울림'이 활기 넘치는 시장문화 형성에 일조하고 있으며, 올해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남 여수시에서 개최된 우수시장박람회 '우리시장 뽐내기 경연대회'에서 댄스스포츠 동아리 '수백향'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주산성시장 사업단 이영주 전 단장은 "휴먼웨어(상인 역량강화 부문)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행사나 이벤트)나 하드웨어(시설 보강사업)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상인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서 참여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내발적인 동기부여가 진짜 중요하다. 사업기간 동안 작은 성공을 이뤄내면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뤄내겠다는 의지만 심어주면 이 사업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상인들의 동기부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 안돼
 잘되는 시장에는 상인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뒤따른다. 365일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철시를 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상인들의 의식인데, 봉화전통시장 상인들은 2010년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업의 영향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점포주 연령이 평균 50대 후반으로 그전 의식이 몸에 배어 있어 변화가 빠르지 않았다. 상인회에서 하는 일에 매우 배타적이었으나 쇼핑환경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마인드 변화 등으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 위기의식은 상인대학 교육과 정보화교육을 한다면 문을 닫고서라도 교육장에 나와 몇 시간씩 장사 잘하는 법, 사람들을 잘 끄는 법,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법 등을 머릿속에 넣었다. 2010년 6월에 실시한 강원도 주문진시장 견학에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식당 문을 닫지 않았던 부부가 동참해 주위를 놀라게 할 정도로 상인들은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상인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범사례로 꼽히는 여러 시장들을 직접 둘러보면서 봉화시장 상인들은 스스로 변화의 방법을 찾아냈다. 친절·봉사·희생의 정신을 갖고, 상품진열을 고급화하자, 환경위생관리를 위해 매월 대청소를 하자, 정찰제 및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자, 점포 제한선 지키기로 손님 통행에 불편을 주지 말자, 산용카드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등 좋은 시장 환경만들기를 위한 규칙이 상인회 회칙에 들어가는 성과로 이어졌다.
 제주민속오일시장은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상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어교육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실질적인 구매고객으로 맞이하기 위해 3년간 중국어교육을 진행했으며, 이외에도 'POP 교육'과 '스포츠댄스', '신바람 힐링', '특성화 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을 통해, 상인들의 의식을 높임으로써 대고객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
 과거 매년 봄 정기휴일을 잡아 전체 상인을 대상으로 달랑 하루만 상인대학을 운영했던 거창전통시장은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1기당 40명을 모집해 2시간씩 23회의 강의를 진행하는 상인대학을 운영했다. 사업이 종료된 올해까지도 상인대학이 지속되어 4기생까지 배출됐는데, 지난해까지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으로 시행했으나, 올해는 소상공인진흥회의 보조사업으로 시행했다.
 상인대학은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정보화교육과 의식개혁 교육을 비롯해 보험, 세금, 친절, 외국사례, 원산지표시 준수에 장사 노하우까지 전수하는 강의를 진행했으며, 또한, 수원 못골시장을 비롯해 경산 하양꿈바우시장, 풍기인삼시장 등 선진 시장견학도 강의내용에 포함됐다.
 거창전통시장 김상록 상인회장은 "솔직히 우리 시장은 상인대학을 한 것 빼고는 딱히 문광형 시장사업을 했다고 자랑할 것이 없다"면서, "의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 점에서 상인대학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프로그램을 보강해 다양한 상인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시장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록 상인회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진행 중인 보은전통시장에 대한 조언으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 안된다. 시장이 변화되어 고객이 더 많이 오면 그것이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상인회가 추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상인들의 참여를 강조했으며, "사업종료 후에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볼거리나 먹을거리 하나만 지속될 수 있으면 사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 선정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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