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사, 이게 뭡니까
행정감사, 이게 뭡니까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12.10 10:19
  • 호수 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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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끝났다. 행정의 수반인 부군수를 비롯해 16개 실과사업소 중 환경위생과와 농업기술센터를 제외한 14개 부서를 대상으로 했는데 불과 3일 만에 끝냈다. 말이 3일이지 오후 3, 4시경 종료하는 감사를 오후 6시까지 운영했다면 2일만 해도 충분할 정도였다.
 1년간 한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3일로 끝내고 더욱이 환경위생과와 농업기술센터는 질문 하나 없다는 것은 설렁설렁 끝났음을 보여준 것 밖에 안된다. 정말 행정사무감사를 했다고 평가를 해야할 지 난감할 지경이다.
 의원 8명 중 초선의원이 4명인 지난해 첫 행감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올해 행감은 단단히 준비를 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도대체 1년간 무엇을 한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핵심이 없는 '하나마나한 감사', 행정의 맥을 짚지 못하고 단순히 궁금증을 해소하는 '질문감사',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헛물감사', 추진상황조차 파악하지 않아 공부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보여준 '뒷북감사', 집행부의 답변에서 또 다른 질문을 끌어내지 못하고 미리 작성해온 원고를 읽어내리는 '내멋대로 감사' 등 수준이하의 감사로 끝났다.
 집행부 실과소장들도 구태여 깊이있는 답변을 할 필요가 없었다. 속시원하게 집행되는 사업에 대해 군의 입장을 듣고 싶어했던 주민들은 답답증만 보태서 돌아갔다.
 몇 십년씩 행정에 종사해 업무를 꿰고 있는 능수능란한 사람들인 집행부 실과소장들이 보기에 제대로 감사를 못하는 의원들을 얼마나 비웃었을까. 보는 방청석에서도 한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 방청군민은 우리가 의원을 감사해야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보은군이 올 1년간 집행한 예산만도 3천억원이 넘는다. 이 큰돈을 투입해서 추진한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 건진 것 없이 올해도 물감사를 되풀이한 것인지 한심스러울 정도다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1년에 딱 한번 있는 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 절호의 기회다. 벼르고 별러 혹독하게 군정을 파헤쳐 잘못을 인정받고 시정을 받아낸다. 의원들의 1년 의정활동의 수확물이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로 귀결되고 그만큼 행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정활동의 꽃이라고까지 일컫는 것이다.
 의원 스스로 이번 행감이 1년 의정활동의 꽃을 피운 것이라고 자평할 수 있는지 돌아보라. 나는 몇 점짜리 의원인지 점수를 매겨보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정도로 군민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행사장 마다 쫓아다니며 주민들과 악수하고, OOO의원 오셨습니다 라는 소개나 받으라고 뽑아준 것이 아니다. 준공식 테이프에 가위질이나 하라고 의원으로 세워놓은 것이 아니다. 행사장 쫓아다니며 주민들 만나는 것을 의정활동 잘 하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된다.
 군정의 견제와 감시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고 정책으로 입안되도록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올바른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것이 군민들에게 부여받은 중책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길 바란다.
 행감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연찬이 필요하다. 행사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얼굴도장 찍는 그 시간에 공부하고 역대 선배 의원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 확인하고, 다른 지역의 의회활동상황도 확인하며 스스로를 무장해야 한다.
 의회 차원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체제도 만들고 1회성 연찬회가 아닌 정기적인 연찬회로 전환하고 상시 공부하면서 행감을 준비할 수 있는 공부모임도 만들 필요가 있다.
 여전히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이번 행감을 계기로 전문가적 식견과 실력을 갖춘 의원으로 성장하는 고진감래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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