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3)
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3)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11.26 15:03
  • 호수 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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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고객 속으로 다가가다
▲ . 사진은 라디오 DJ동아리 '소리마루'의 게시판의 모습이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 및 관광 인프라를 활용, 기존의 오래되고 낡은 '전통시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창출해 '시장'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관광 명소'로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따라서 문화관광 기반을 조성하는 하드웨어 사업과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문화컨텐츠 개발과 문화공연, 이벤트 및 행사 등이 필연적으로 개발되어야 하고 수반될 수 밖에 없다. 이번호에서는 상인들이 직접 참여해 고객들과 주민들이 시장을 찾도록 다가간 사례를 살펴본다.
 
#시장 상인이 라디오DJ로 변신
 공주산성시장은 2014년까지 진행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문화와 관광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활용함으로써, 시장을 방문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 볼거리 등을 제공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 상인들이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 조성사업비로 시장 중앙에 위치한 문화공원 한켠에 문화카페와 라디오방송국을 만들었다. 여기에 상인들을 라디오DJ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3년째 매주 자체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1기가 배출되어 2013년도부터 DJ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14년 2기, 15년도 3기를 선발해 현재 총 8명이 활동하고 있다. '소리마루'라는 동호회로 활동하고 있는 상인DJ들은 직접 대본까지 작성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은 DJ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음악을 중심으로 방송하는가 하면, 일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DJ도 있고, 공익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는 DJ도 있다고 한다.
 전북 무주반딧불시장도 2014년 10월부터 라디오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시장 내 고객지원센터 한 켠에는 노란색을 띤 부스에서 매월 1일과 6일, 11일과 16일, 21일과 26일에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반딧불시장상인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디오방송국에서는 유행가, 클래식 등 각종 음악을 비롯해 지역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반짝반짝 무주시장 사람들' 등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소규모이지만 음향시설과 송출장치, 스피커, 각종 플레이어 등 스튜디오 장비를 갖춰 무주반딧불시장 6천600㎡ 전체에서 스피커를 통해 음악과 사연들을 들을 수 있다.
 반딧불 라디오방송국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 나아가 문화관광 명소로 발돋움해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방송에는 시장 상인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도 1주일에 2회 3시간 가량 라디오 방송이 진행된다. 당초에는 매주 월수금 오후 4시부터 2시간씩 방송되다가, 지난해 8월말부터 올레객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전파를 내보내고 있다.
 '느영나영'으로 이름 붙여진 매일올레시장 라디오방송은 서귀포시에서 지원을 받은 전문DJ가 중심이 되고 상인 및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음악과 함께 방송을 하고 있는데, '추억의 음악다방','동화 읽어주는 할망','중국어 한마디','노래 들려주는 시장' 등이 중심 프로그램을 이루고 있다.
 공주산성시장 이영주 전 사업단장은 "현재는 주 2회씩 방송이 되고 있는데, 향후 매일 방송을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문화관광형 시장사업은 1차 집중, 2차 정착, 3차 완성으로 끝이 나는데, 사업이 종료되었을 때 무엇 하나라도 지속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 맞고 상인들에게 맞는 사업을 추진해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얼굴은 왕의 분장을, 손에는 색소폰을
 봉화전통시장은 2010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만난 후 일대 변신했다. 단순히 장만보고 가는 시장을 탈피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장이 되도록 장날이면 문화공연을 열고 있다.
 매월 7일, 17일, 27일 오전 10시가 되면 시장 초입에 위치한 '흥청흥청 장터극장' 무대에서 봉화시장문화사랑회가 주관하고 상인회가 후원하는 크고 작은 정기공연이 펼쳐진다. 문화교실을 통해 배운 색소폰, 드럼을 중심으로 밴드공연이 펼쳐지고, 또한 상인들은 모둠북 공연과 통기타 공연으로 시장 고객과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거창전통시장도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시장상인 문화동아리사업으로 '타타타악'을 구성했다. 동아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타악기를 중심으로 꾸려져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은 9명의 상인들이 거창시장 문화이벤트 행사 때마다 멋진 공연을 펼쳤다.
 '타타타악'은 전국의 어느 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타악놀이패로, 남미 타악기의 흥겨운 리듬 속에 거창시장을 알리는 공연을 펼쳐 2013년 대전에서 개최된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공연을 펼쳐 호평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하지만, 9명의 회원 중 5명이 거창시장을 떠나고 문광형시장 사업이 종료되면서 강사료 지원이 끊기면서 회원들의 추가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금은 이름만 살아있는 동아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렇게 음악을 중심으로 한 상인들의 공연도 있지만, 봉화전통시장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가장행렬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고려 31대 임금인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봉화군 청량산에서 3개월간 머물렀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상인들이 직접 공민왕, 노국공주, 신하, 장군으로 분장해 장을 돌며 봉화장의 번영을 비는 '공민왕 시장행차' 행사를 하고 있다. 2010년 10월에는 상인들이 분장을 한 채로 서울 인사동을 방문해 서울시민과 외국 관광객들 대상을 봉화전통시장을 홍보하기도 했다.
 봉화전통시장 이동춘 상인회장은 "이렇게 상인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고객들에게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웃으면서 대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며, 또한 공연과 행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스스로 개척해보자는 의식전환의 계기도 되고 있다"면서, "다만, 시장과 어울리지 않고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문화예술을 입히면 분칠이 겉돌아 보기 흉한 얼굴처럼 될 수 있다"며 시장과 지역 특성에 맞는 볼거리 창출을 주문했다.
 보은지역도 과거 고려 태조와 조선 세조가 말티재를 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보은전통시장 상인들이 직접 참여해 볼거리나 즐길거리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지속가능한 공연이나 이벤트가 되어야
 이렇게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수많은 전통시장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었던 문화공연, 이벤트나 행사가 사업이 종료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시장 상인들이 직접 참여한 경우는 그래도 많이 지속되고 있지만, 다음 주에 소개할 행사성 이벤트는 거의 대부분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지속되고 있는 행사성 이벤트도 상인회 자체 기금으로 개최하지 못하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개최하고 있었다.
 따라서 문화관관형시장 육성사업을 경험했던 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 부문사업도 3년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가운데, 지속가능하고 상인회가 이끌어 갈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거창전통시장 원향화 사무국장은 "사업이 종료된 후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시행할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에서 문광형시장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며, "상인회와 사업단이 잘 협력해서 볼거리나 먹거리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 놓아도 시장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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