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2)
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2)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11.19 10:23
  • 호수 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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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되도록 해야

그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알고 싶다면, 전통시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전통시장이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녹아 있는 곳이며,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상거래가 이뤄지는 복합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시장의 문화와 전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하드웨어 구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바닥은 지하수가, 천정은 예술작품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 같은 시장 분위기 조성에 많은 신경을 썼다.
먼저 시장 중앙통로에 지하수가 흐르는 친수공간을 조성했다. 여기에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르방과 해녀 조각상을 설치하고 각종 식물을 식재했으며, 작은 분수가 쏟고 있는 물속에서는 비단잉어가 놀도록 풀어놓아 볼거리를 만들었다. 수로 주변에는 긴 의자를 설치해 구매객 및 상인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쉼터가 되도록 했다.
특히 다른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매일올레시장에서 볼 수 있는데, 시장 천정에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피난 와 시장 인근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는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걸은 것이다. 이렇게 수로와 화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시장의 모습은 주민들의 발길을 모으는 것은 물론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방문코스가 되어 버렸다.
이외에도 다른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장 바닥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구멍이 뚫려 있는 검은 색의 제주 현무암을 깔았고, 시장입구 주변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와 주로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는 야외 공연장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외형을 갖췄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조합 한팔용 전무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하면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에 많은 관심을 두었는데, 이로 인해 사업단과 의견대립도 있었다"면서, "수로 및 갤러리 조성과 바닥 정비에 많은 예산을 사용했다. 덕분에 세계에서 지하수가 흐르는 수로가 있는 유일한 전통시장이 되었고, 공원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점상도 하나의 관광 상품
제주민속오일시장은 점포수 1천200개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상설장이 아닌 2일과 7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이다. 평일에는 6~7만명, 주말이면 1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제주민속오일시장에는 육지 관광객들이 일부러 들린다는 '할망장터'가 있다.
상인회에서 65세 이상 할망(할머니의 제주도 사투리)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있는 300평 남짓한 공간으로, 직접 농사지은 나물이나 곡식들을 가져와 파는 노점상이다. 제주시에서 할망들과 고객들을 위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붕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벽(천막)을 설치했다.
300여명이 넘는 할망들이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현장에서 정성껏 나물을 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모습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특히 시장 인근을 지나는 제주올레(17코스)로 인해 올레객들이 할망장터를 찾아 간단히 물건을 사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무주반딧불시장도 시장 북동쪽 출입구 앞에 별도로 노점장터가 조성되어 장이 서는 1일과  6일이면 약 50여 노점이 형성된다. 무주군에서는 매년 5월과 10월 3주간의 '관광주간'을 운영해 무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딧불시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무주군은 지난 2010년 예향천리 마실길을 조성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무주읍 서면마을에서 안성면까지의 42㎞구간에 이르는 백두대간 마실길이 반딧불시장을 지나도록 조성했다.
제주민속오일시장 한태룡 사무국장은 "점포수가 많다는 것이 우리 시장의 큰 장점이다. 1천 곳이 넘는 점포와 300곳에 달하는 할망장터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 자체가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고객들과 관광객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하드웨어 조성사업에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는데, 다만,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보은전통시장과 종합시장 사이에 있는 화랑시장에 비가림시설을 설치해 노점특화시장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은전통시장 및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삼년산성을 지나 말티삼거리와 대궐터를 지나는 속리산둘레길 지선코스 개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주차장 벽화와 만나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방문한 전통시장 중 실외 주차장을 갖고 있는 곳은 볼거리 차원에서 주차장 외벽에 벽화가 조성되어 있었다. 거창전통시장이 그러했고, 봉화전통시장이 그러했다.
거창전통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구석구석 이야기 벽화'를 추진했다. 시장이 조성된 지 40여년이 지나면서 시장 내 오래되고 낡은 공간들이 늘어나 시장의 분위기를 침체시킴으로 인해 문화관광형시장으로서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살리고 시장 고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창시장의 역사적, 문화적 특징들을 벽화의 소재로 적용시켜, 스토리텔링 및 공공미술 사업 간 연계성과 상승효과를 높였다. 화장실 입구에 있는 벽에는 300여 점포에 달하는 시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도를 재미있게 그렸다.
특히 주차장이 과거 극장이 있었던 자리였다는 점에서 착안해 주차장 외벽에 영화 포스터를 그려 넣어 시장을 찾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옛 추억을 떠올리도록 했다.
봉화전통시장은 2010년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차장 외벽에 봉화의 사계절을 주제로 봉화군의 특산물인 송이와 사과를 비롯해 각종 축제, 유명 관광지, 봉화읍 전경 등을 그렸다. 다른 시장과 다른 점은 페인트가 아닌 타일로 조성해 벽화의 내구성이 강화했다.
이와 함께 봉화전통시장은 시장 천정에 한지로 만든 물고기등을 설치 볼거리가 되고 있으며, 야시장을 열 때는 등에 불이 들어와 마치 물고기가 시장 곳곳을 헤엄치고 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 볼거리 차원에서 벽화나 포토존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그 이유로 벽화나 포토존은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므로 이에 따른 소요 예산이 수반되고, 또 식상할 경우 다른 그림으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사용할 공간을 만들어야
이번에 방문했던 전통시장 대부분이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광장(공연장)과 고객지원센터(쉼터), 조형물 등을 설치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공연장의 경우 1년에 겨우 몇 번 정도를 사용하는 관계로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문제가 있었고, 출입구가 잠겨 있는 고객쉼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형물은 더 이상 시장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은 물론, 포토존으로 이용도 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물건을 적재해놓은 곳도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하드웨어 부문사업은 보은전통시장 만의 특색을 살려 설치해야 하며, 특히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상인들이나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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