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1)
보은전통시장에 문화관광을 입히자(1)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11.12 11:12
  • 호수 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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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시장명칭의 변경과 적극적인 홍보부터
▲ 지역을 대표하거나 시장을 상징할 수 있는 단어를 넣어 이름을 변경한 시장들의 간판 모습이다.

#문화관광형 시장이란
 '문화관광형시장'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명칭이다. 이 명칭이 보은에서는 낯설 수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이 사업이 진행된 것은 8년 전인 2008년부터다.
 그해 3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전통시장 고유의 문화전통을 가미해 관광명소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전통시장 경쟁력 확보를 주문함에 따라, 지역의 역사·문화 및 특산품 등과 연계하거나 시장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발굴 개발해 관광과 쇼핑이 가능한 특성화시장 사업이 시작됐다. 
 이 사업은 시설현대화사업이 완료된 전통시장에 문화체험장, 야외공연장, 문화창작공간 등의 하드웨어를 설치하고, 문화관광 컨텐츠 개발, 상인교육 등 소프트웨어 및 휴먼웨어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왔다.
 보은전통시장은 지난해 사업을 신청해 올해 4월 사업대상 시장으로 최종 선정되었으며, 현재 지난 6월부터 매월 '향수의 전통시장'을 열고 있고, 11월 13일부터 12월 4일까지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야단법석'을 테마로 주말 야시장도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7월 20일부터 31일까지는 보은전통시장의 새이름 공모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번 들으면 잊지 않을 이름과 슬로건
 네이밍(naming)이란 '이름짓기'이다. 마케팅에서 자사의 서비스나 상품의 이름을 개발해 부르기 쉽고 소비자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될 수 있게 하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잘 나타나게 제품의 이름을 짓는다.
 이 네이밍기법은 전통시장에도 적용되어 전국적으로 많은 전통시장들이 소비자에게 인지도를 확립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방문했던 '서귀포매일올레시장','무주반딧불시장','정읍샘고을시장' 등이 시장이름에 변화를 주었다. 시장의 이미지 구축과 홍보를 위한 이름 변경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경우는 당초에는 서귀포매일시장이었다가 제주올레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올레길을 걷는 탐방객들이 늘었고, 여기에 올레길 6코스가 서귀포매일시장을 지나쳐가는 것에서 착안해 2008년 '올레'라는 단어를 시장이름에 넣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변경했다.
 정읍샘고을시장의 원래 이름은 일제시대 정읍시에서 가장 크다는 의미로 붙여진 '정읍 제1시장'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이름에 뜻을 더하기 위해 2011년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해 '정읍샘고을시장'으로 변경했다. 시장이 있던 자리에 샘이 많아 '샘이 있는 고을'이라는 의미가 붙여진 시장이름이다.
 무주반딧불시장은 2002년 무주읍이 반딧불이 서식지로 지정되면서 기존 '무주시장'에서 개명한 것이다.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있는 곳에서 서식해 청정지역을 상징하는 반딧불이를 시장의 이름에 넣음으로써, 무주반딧불시장은 청정지역에서 나는 농산물과 특산물을 판매한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홍보 전략의 하나였다.
 이렇게 시장의 이름에 변경을 가져온 경우도 있지만, 시장이름 변경에 대한 부담을 슬로건으로 해결한 경우도 있다.
 공주산성시장의 경우는 시장 인근에 위치한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있는 점을 잘 살려 1937년 산성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등록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교체 의견이 나왔는데, 논의결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오래도록 사용된 이름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착심이 높았고, 새로 바뀌는 이름에 대한 이질감이 없어야 하고, 지역민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부담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시장이름 앞에 '백미백선'을 붙여 '백미백선, 공주산성시장'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백미백선은 100가지 다양한 맛과 100가지 빼어난 볼거리로 넘쳐나는 풍요로운 역사문화관광시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유사한 사례를 '거창한 거창전통시장','억지춘양, 봉화춘양시장','장엔정, 무주반딧불시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거창전통시장의 경우 '5홍을 먹으면, 5복이 와요'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5홍이란 거창지역에서 생산되는 붉은 색을 띠고 있는 특산물인 사과, 오미자, 딸기 그리고 애우(쑥을 먹여 키운 거창한우)와 애도니(쑥을 먹여 키운 거창돼지)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소비자들은 쏟아지는 제품들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브랜드 네임을 통해 제품의 이름과 특징을 기억하며, 그 제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게 된다. 이는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의 특징을 알려주고, 나아가 시장을 찾도록 하는 것은, 한번 들으면 잊지 않을 시장의 이름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슬로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주산성시장 이영주 전 사업단장은 "명칭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슬로건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쉽다. 독특한 글씨체와 마크, 슬로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며, "보은전통시장의 경우, 지역에 유명한 속리산을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것도 홍보가 미흡하면, 무용지물"
 요즘 젊은 부모들은 주말을 이용해 자녀들의 교육과 나들이를 겸해 근교의 전통시장을 찾고는 한다.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가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결국 시장에 대한 홍보다.
 지난 몇 년간 기획취재를 하면서 전국을 다니고 있지만, '보은군'의 지명과 정확한 위치를  아는 다른 지역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보은군의 위상이 이러한 상황인데, 보은전통시장을 일부러 찾아오는 구매객이나 관광객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훌륭하게 시설을 갖추고, 질 높은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특색을 살린 행사를 열어도 홍보가 미흡하면 무용지물이다.
 제주민속오일시장은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하드웨어 사업비로 시장의 역사와 유래를 알아볼 수 있는 홍보관(고객지원센터 겸용)을 마련해 시장을 찾는 구매객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연간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200만명이 넘는 점을 감안해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를 통해 제주민속오일시장을 홍보하고 있으며, 서울시 등 지하철 역사 내 스마트TV를 활용한 광고를 지속적으로 송출해 국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제주민속오일시장이 다른 전통시장과 색다르게 시행하고 있는 것이 '청소년문화페스티벌 경연대회'였다. 제주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전통시장이 주는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만들어주고, 이들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전통시장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향수 마케팅전략'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경우는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해 시장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시장과 얽힌 스토리를 이야기로 만든 '환상의 그곳,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란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올레시장을 통과하는 제주올레 6코스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는 이중섭 화가에 대한 스토리도 담고 있다.
 공주산성시장은 '공주산성시장'이란 제호로 매월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는데, 2012년부터 14년까지는 문화관광형시장 사업비로 충당했지만, 사업이 종료된 현재는 공주시의 사회단체 보조금을 받아 발간하고 있다. 또한, 공주출신 유명인사 및 시장상인들이 참여해 어린 시절 산성시장과 관련된 추억을 수필형식으로 담아 '엄마와 걷던 길'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뿐만 아니라 공주산성시장은 유명 블로거나 외국인들을 초청해 '시장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지팥죽이나 가래떡 나눔 행사에 인근 세종시 주민들을 초청해 동참시킴으로써 시장을 홍보하고 있다.
 제주민속오일시장 한태용 사무국장은 "전통시장은 역사와 문화를 가장 가깝게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유적지나 박물관에선 만날 수 없는 생생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래서 여행전문가들은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로 전통시장을 꼽으면서 시장을 둘러보길 권하는 것"이라면서도, "여기에는 당연히 홍보가 전제되어야 하며, 좋은 것도 홍보가 미흡하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한 지역의 경제 활성화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 전통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전통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것은 그 지역경제도 그만큼 침체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의 침체를 막고 활성화를 하는 첫걸음은 제대로 된 홍보전략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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