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관 문제 3자가 머리를 맞대라
노인회관 문제 3자가 머리를 맞대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11.12 10:46
  • 호수 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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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會館). 어떤 단체(團體)에서 집회장(集會場) 따위로 쓰기 위(爲)해 베풀어 놓은 집. 회관에 대한 사전적 풀이다.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마을회관이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 등과 같이 면적이 넓은 집을 말한다.
 

요즘 보은은 집회장 따위로 쓰는 회관 건물을 짓는 문제로 시끄럽다.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넓은 집, 보은군노인회관 건립문제인데, 어디에 건립해야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아니 언론보도에 의하면 노인회에서 군의장을 소환하겠다고 겁박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온 후 한 달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의견조율이 되지 않고 노인회는 대책위까지 구성해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군이 지난해 11월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10개월 이상 처리하지 않고 질질 끌다가 지난 10월 6일 임시회에서 부결처리하자 크게 반발하며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연면적 990㎡(330㎡×3층)에 25억원을 들여 회의실, 사무실 다목적실, 서고 부대시설 등으로 건립한다는 보은군노인회관 건립사업은 보은군수 뿐만 아니라 도지사 공약사업이다. 충북도는 이미 지난해 도비 5억원을 지원했고 내년 선거를 앞둔 박덕흠 국회의원도 재원대체 사업비로 국비 7억원을 지원했다. 총 12억원을 확보해냈을 정도로 노인회는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이렇게 노인회는 국도비까지 확보해놓았는데 군의회가 공유재산관리계획을 부결시키는 바람에 그 예산이 사라지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마 노인회관 건립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노인들은 단편적으로 노인회관을 건립하려고 하는데 군의회가 제동을 걸었다며 매우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안을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노인회관 건립 논란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보은군, 즉 군의회와 양대 수레바퀴라고 하는 집행부다.
적극적으로 적지를 찾는 등의 노력을 해야하는 집행부는 논란의 중심에서 빠지고 군의회와 노인회간 싸움을 링 밖에서 팔장을 끼고 구경하는 양상이다.
 

군의회는 노인회관 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은군이 제시한 복지관 앞 녹지공간 보다 더 넓고 좋은 부지를 찾으라고 주문했다. 그 주문을 지난해 11월부터 11개월간 지속했다.
 

보은군이 제시한 공간은 장애인회관 건립 부지로 얘기됐을 때 문제를 제기하며 별도의 건물을 매입한 전력이 있다. 그런 논란을 겪었던 부지를 군 집행부는 또다시 노인회관 건립 적지라며 들이댄 것이다. 의회가 핫바지도 아니고 집행부를 위한 거수기도 아닌데 문제의 부지로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을 요구한 것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다.
 

군의회는 장장 11개월 동안 의정간담회, 그리고 군정질문, 수시로 과장이나 부군수에게 노인회관 건립 부지를 찾을 것을 주지시켰다.
 

그동안 집행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집행부의 안은 당초안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았다. 혹시 군수의 주장에 눌려 아예 제 3의 대안을 찾지도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고 의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이 문제가 제기되고 지난 10월 6일 행정위원회에서 위원 표결결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하고 나서 행정위원장을 포함한 의원들이 노인회관 부지를 찾을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의회가 나서서 적지를 찾는 노력은 게을리 하고 집행부에게 주문만 한 것은 아닌가.
 

똑같은 불화를 겪었던 장애인회관 결정과정을 상기해봐야 한다. 당시 행정위원장 등이 적극적으로 부지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이번 행정운영위원회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노인회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노인회 건물이 낡고 협소한데다 문화재(동헌) 인근에 위치해 시설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노인회 사업이 확대되고, 필요인력이 늘어나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며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은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에 노인회관 건립을 당면과제로 삼았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군의회가 노인회관이 필요없다며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고 또 예산이 과다하다고 삭감한 것도 아니고 더 나은 부지를 찾자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 아니면 안된다는 것보다 집행부와 의회, 노인회간 3자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적지를 찾는 방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항간에는 시골에서 제일 좋은 집이 경로당이라고 할 정도로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고 보은읍에는 상수경로당까지 있는데,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이용한다고 노인회관이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
 

복지관 이용층이 지극히 한정돼 있듯이 당구도 치고 화투도 치고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번듯한 노인회관이 있어도 역시 이용층은 한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어쨌든 시설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대결양상보다는 적합한 부지를 찾는데 모두가 머리를 맞대 하루 빨리 해결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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