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세금이 누군가의 밥값으로 사라진다면
내가 낸 세금이 누군가의 밥값으로 사라진다면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10.15 09:40
  • 호수 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민들은 땀 흘려 키운 대추를 따고, 사과를 따고, 담배를 따고, 콩과 참깨 등 농작물을 수확하고, 소똥·돼지똥 냄새 맡아가면서 키운 소와 돼지를 팔아 돈을 만든다. 이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보은군에 재산세, 농업소득세 등 지방세(군세)를 낸다.

회사원이나 공무원들도 빠듯한 월급봉투를 털어 주민세, 자동차세, 상하수도세 등의 세금을 내고, 소위 '노가다판' 인부들도 뼈 빠지게 하루하루 번 돈으로 세금을 낸다.
이렇게 낸 세금들이 모여 가로등, 횡단보도 및 도로 개설, 상하수도시설 확충, 주거환경개선 등 보은군민의 생활환경 편익과 복리증진 등을 위한 사업에 쓰이며,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도 투자가 된다.

제대로만 세금이 사용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주민들이 그 혜택을 보지만, 먼 훗날 보은에서 살게 될 미래 세대들도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이 세금들이 당초 목적대로 잘 사용되지 못하고 재생산, 재투자와는 거리가 먼 소모성, 낭비성 예산으로 전락한다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이며 개인간, 단체간, 지역간, 계층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은군의 3년치 민간행사 및 경상보조금 집행내역을 살펴보았다.
보은군의회와 주민들로부터 성과 부풀리기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는 대추축제와 각종 스포츠대회에 투입되는 보조금이 20억원이 넘었다. 또한, 각종 연찬회, 역량강화, 위문공연, 문화예술 진흥 등을 빌미로 각각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예산이 개인 및 단체에 보조되고 있었다.

이들 단체들은 보은군으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이런저런 구실을 달아 초청공연비와 밥값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소모성, 낭비성 행사에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히, 스포츠대회 및 문화예술 공연과 관련해서는 보은군내 단체가 아닌 타 지역단체까지 보은군의 예산이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었다. 보조금 집행 및 정산과 관련하여 잡음이 끊이질 않는 점을 감안하면, 보은군민들이 낸 세금이 타 지역단체의 쌈지돈이 될 우려까지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보조금이 내 돈이라면 이렇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소모성, 낭비성, 일회성 행사에 많은 돈을 사용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보은군은 공무원 봉급도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지자체 중 하나이며, 재정자립도는 7.6%에 불과하다. 그만큼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자체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 파산제도가 도입된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지자체로 꼽힌다.

따라서 보은군은 예산 한푼한푼을 아껴 써야 한다. 내 돈이 아니라고 달라는 개인과 단체에 뭉칫돈을 주어서는 안된다. 성과 부풀리기에 급급한 사업보다는 당장은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효율성이 높은 사업에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들은 나와 내가 속한 단체에 많은 보조금이 배정되는 것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더라도, 내 자식과 후손들이 살아갈 보은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에서 보조금을 달라고 손을 내밀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라도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이 보은의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민을 위하는 일에 잘 사용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목소리도 내야 한다.

내가 낸 세금이 누군가의 한끼 밥값으로 사라져버리는지 여부는 주민들의 관심과 목소리에 달렸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