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아래 4대가정 보은풍취 바람부리 '강현태씨' 가족
한지붕아래 4대가정 보은풍취 바람부리 '강현태씨' 가족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9.24 11:21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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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할머니, 시어머니, 며느리, 그리고 갓난아기 사랑도 대물림하고 있다
 

옛날에는 한 지붕 아래 3대가 한솥밥을 먹으며 사는 건 당연한 가족형태였다. 집안 어른이 장수를 하면 증조부터 증손까지 4대가 어울려 사는 것도 당연한 모습이었다. 많은 식구들이 복작복작 거리며 사는 대가족이어서 밥하고 빨래하고 틈틈이 아이돌보고 밭일까지 하는 며느리는 방바닥에 한 번 앉아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일을 했다. 시집살이가 심하면 이를 견뎌야 하는 며느리는 부엌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 일쑤였다.

추석명절이 돌아오면 며느리는 손에 물마를 날이 없었다. 술을 담그고, 찹쌀 유과와 강정 만들고, 팥이나 녹두를 맷돌에 갈아 고물을 만들고, 잘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송편을 빚어 솔잎을 얹어 쪄내고, 진한국물 우러나게 탕국 끓이고, 전 부치고….

그러고 보니 가짓수도 많고 양도 푸짐한 명절음식을 만드느라 옛날 어머니들의 허리는 굽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층층시하에서 참 힘들게 살았던 옛날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정이 해체된 요즘 한 지붕 아래 3대 또는 4대가 북적대며 사는 대가족은 귀한 존재가 됐다.

없어지고 사라져 좀처럼 보기 어려운 천연기념물 같은 4대가정이 사는 모습.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 엄마, 딸까지 4대 식구가 한 지붕아래서 한솥밥을 먹으며 생활하는 귀한 가정을 찾았다. 바로 보은읍 풍취리 바람부리의 강현태씨 가정이다.

지난 9월 21일 직장생활하는 가족들이 모두 귀가한 늦은 저녁시간. 풍취리 바람부리의 강현태(58), 김금주(53) 부부의 집은 화목한 기운이 가득했다. 4대가 오순도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4대가 한솥밥 먹는 대가족
 

4대 집안은 1대인 어머니 여상남(77)씨와 가족의 중심인 2대 강현태(58)·김금주(53)씨 부부, 그리고 3대 강성호(30)·쩌우티빅응옥(24)씨 부부, 그리고 이제 7개월 된 4대 민주까지 6명이다.
 
가족 구성원수는 적지만, 슬하의 자녀가 다 모이면 장남 아들 내외와 1남1녀, 그리고 증손녀, 둘째 아들 내외와 1남1녀, 셋째아들 내외와 1남, 큰딸 내외와 2남, 작은 딸 내외와 2녀까지 자손만 20명이다.
 

경상도에서 27살 때 남편을 따라 생면부지인 보은으로 이사온 어머니 여상남씨는 옛날 고생고생 그런 고생 없었다고 할 정도로 갖은 고생을 하며 가정을 꾸려왔다.
 
3남2녀 자식들이 원하는대로 공부시키지 못한 것이 제일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형제간에 싸우지도 않고 우애있게 잘 자랐다.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것이 어머니 여상남씨는 제일 고마운 일이다. 우애가 좋지 않아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형제간에 정이 없어 데면데면한 가정도 있는 것에 비하면 여상남씨는 복이 터졌다.
 
또 막내딸만 경북 화령에 살고 또 나머지 자식들 모두 보은에서 살아 자주 만나는 것도 복이다. 멀리 살면 맘같이 안될 수도 있는데 다들 어머니 가까이에 살고 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우애가 좋은 자녀들은 거의 주말마다 어머니가 사는 큰형 강현태씨의 집에 모인다. 엄마보러왔다는 핑계, 맛있는 것 먹고 싶어서 왔다는 핑계 등 이 핑계 저 핑계로 자주 모여 웃음을 비빈다.
 
"남편이 15년 전에 먼저 저 세상으로 갔는데 혼자만 재미를 보는 것이 미안할 정도"라는 어머니 여상남씨는 "주위에서 다들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농촌에서 기력이 쇠한 노부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거나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이 많은데, 여상남씨는 아들며느리에 손자 손자며느리 거기에 증손까지 한 집에 살고 주변에 자식들이 모두 살아서 자주 보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다.
 

부모님 생일, 부모님 제사, 명절 때도 바쁘다, 건강이 안좋다, 고3 수험생인 아들 때문에 등등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부모를 보러가지 않아 많이 봐야 1년에 두, 세 번 만나는 것이 고작인 가정과 비교하면 강현태씨의 어머니는 분명 복받은 어른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 4대 가정이루니 그것이 곧 효도 교과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처럼 강현태씨는 집안이 화목해지자 모든 일이 저절로 풀려나갔다. 대가족은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지만 화목한 모범가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현태씨와 김금주씨 부부는 "집은 모름지기 떠들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복도 들어와요. 어른들만 있으면 적막강산일텐데 우리집은 아이들이 있어서 사람사는 집 같죠. 그리고 아버지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공경하면 그 모습을 본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효도하는 것을 배워 그대로 실천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23살의 강원도 아가씨에게 "우리 아들 한번 만나보라"는 시아버지의 주선으로 강현태씨와 선을 보고 부부로 30년간 산 김금주씨는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와 산 날이 더 길다.
 

처음부터 분가는 생각하지 않았을 정도로 며느리 김금주씨와 며느리를 애틋하게 여긴 시어머니 여상남씨와의 궁합은 찰떡. 그래서 시집살이로 인한 고부간의 갈등은 이 집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며느리 김금주씨는 "제가 직장생활을 해요. 그리고 젖먹이 애기를 키우는 우리 며느리는 아직 한국문화가 서툴러 시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셔요. 다 어머님이 도와주시니까 제가 직장생활을 하지 안그러면 못해요. 어머님이 무척 고맙죠. 그리고 어머님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뭐든 잘 잡수세요. 그런 것도 다 저를 도와주시는 거죠. 저는 시어머니를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요."라고 시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족간의 정이 느껴졌다.
 
우호적인 고부관계는 3대로 이어져 김금주씨와 그녀의 며느리인 응옥씨와의 관계도 좋다.
 
"나도 좀 편하게 너희끼리 나가 살아라"라며 시내에 아파트도 마련해놓았지만, 응옥씨는 "애기가 말을 배워야 한다"며 안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2년째 같이 살고 있다. 시할머니, 시부모, 그리고 남편 강성호씨에게 언제나 함빡 미소로 대하는 응옥씨는 7개월된 민주 다음으로 집안의 귀염둥이다.
 

예쁜 짓을 하는 며느리 덕분에 베트남 친정 부모까지 바람부리에서 같이 살기도 했고 지금은 아들 몫으로 마련한 읍내 아파트로 며느리의 친정부모가 분가했지만, 딸이 사는 바람부리에서 사돈과 함께 차도 마시고 포도도 먹고 저녁도 먹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 응옥씨가 시아버지 강현태씨 눈에도 예쁘기만 하다. 손녀를 안겨준 것도 고마운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시아버지를 잘 챙긴다.
 

아침마다 생과일주스를 갈아서 대접하는 것을 잊지 않고 치과치료로 음식을 잘 씹지 못하는 동안에는 여러 식재료를 이용한 죽을 끓여 시아버지의 식욕을 돋우는 등 며느리로서의 효성을 보였다.
 
한국문화와 베트남 문화가 다르지만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는 시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 응옥씨가 그녀다운 '서툰 효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효를 자식이 본받게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이 가족은 핵가족 시대가 놓치고 있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표 가족애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 주고 있다.

#  추석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갈비찜 해야죠
 흔히 집안이 성하려면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한다는 말을 한다.
 

고리타분하고 여성 비하적인 말일 수 있지만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한 여성이 결혼으로 다른 집안에 들어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섞여 탈 없이 지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금주씨나 응옥씨는 강씨 집안에 잘 들어온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빠진 두 며느리는 명절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어머니 음식솜씨만큼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정성들여 차례음식을 만들고 또 가족들 특히 시어머니 여상남씨가 좋아하는 갈비찜도 만들 계획이다.
 
또 형제들이 다같이 모여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맛있는 음식으로 수다를 떨며 즐거운 추석명절 보낼 생각에 들떠있다.
 
대가족. 어느덧 우리에게는 추억 속의 이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만큼 매일매일 떠들썩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그만큼 따뜻함이 남아 있는 곳.
 
4대가정, 강현태씨 가족은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기에 느낄 수 있는 정 이상의 끈끈함이 느껴진다.
 
7개월된 민주가 말을 할때 즈음 할머니, 증조할머니에게서 배운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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