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생활 즐기는 김 광 식 씨
산촌생활 즐기는 김 광 식 씨
  • 편집부
  • 승인 2009.07.16 11:47
  • 호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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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생 즐겨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가 온 들판을 제멋대로 휘젓고 후비면서 먹이를 찾고 조금 트인 하늘에는 비둘기, 참새 등 온갖 잡새들이 야단법석을 떤다. 서쪽 새가 목구명이 터져 나가듯 울부짖는 산촌마을.

봄이면 고사리, 고비, 취나물로 온 산이 그 향기로 덮였을 정도이고 가을이면 송이, 능이 등 온갖 버섯의 천지인 이곳은 보은에서도 다음가라면 서운할 산골마을임에는 틀림없다.

보은군 수한면 율산리. 옛 이름은 밤송골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초, 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와 서울 등지로 진학을 한 후 서울에서 후진양성을 위한 교편생활로 한 평생을 바치고 정년퇴임한 김광식씨(71).

그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다. 그는 특별한 산촌생활을 즐기고 있다. 아니 특이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매년 4월 초순이면 이곳에 내려와 몇 평 되지 않는 투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풀을 매고, 온갖 약초를 재배하며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숨 쉬고 이야기하면서 생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부인인 이경자 여사와 함께. 수년전에 작고한 미국의 반전론자 헨렌 니어링도 그렇게 살다가 갔다.

그의 저서인 '소박한 밥상'에 따르면 그는 시골 마을에서 손수 지은 농작물과 채소로 식생활을 하였고, 하루 4시간 유기농 농사를 짓고, 4시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또 4시간 친구를 사귀는데 보냈고, 부인이 92세에 세상을 떠난 후 그는 102살 까지 살았는데, 더 살 수 있었지만 식음을 전폐함으로서 세상을 마감했다.

김광식씨도 그를 본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늘 동네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의논해 주는 상담역으로, 정겨운 이웃으로, 존경받고 친근감 있는 벗으로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오랜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하기에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이곳은 교통수단은 버스가 하루 두 번 정도 운행하고 있어 교통의 오지이기도 하다. 마을에 위급한 상황이나 응급환자가 생기면 자기 차로 운행해 주기도 한다.

봉사한다는 것,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봉사란 진짜 기분 좋은 일이고,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보약이 되는 것이다. 늘 이웃과 어울리면서 술자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보은, 청주, 대전, 서울에서 친구들이 자주 몰려오면 자기가 손수 온갖 약초를 넣어 만든 닭백숙이나 오리백숙으로 안주를 삼아 술잔치를 벌이는 것도 여러 차례다.

진짜 전원생활을 톡톡히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은 친구들과는 한 달에 4, 5차례 모여 세상 살아가는 얘기들로 꽃을 피우는 자리가 마련된다. 그는 아직도 술을 사양하는 법이 없다.

"그만, 그만"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봄과 긴 여름, 가을 수확기까지 뜨거운 태양아래 땀 흘리며 일하고, 친구를 사귀고, 술자리를 하며 유유자적하게 산촌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12월 초가 되면 보은 친구들과 내년 4월에 만나자고 작별을 고하고 서울 본가로 올라가 다음해 4월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간다.

이병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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