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⑧장수조합공동법인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⑧장수조합공동법인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8.27 09:41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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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산지거점 조직, 시행착오 겪고 새출발
▲ 장수조합공동사업법인 취급하는 파프리카는 하우스와 유리온실 등의 시설을 갖춰 연중 생산하기 때문에 APC를 연중 가동하고 있다.

 
장수군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는 APC는 전국1호 산지 거점 APC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장수군은 남원, 무주, 진안의 사과 등 농산물을 산지 수집해 유통시키는 사업계획을 수립해 농림부 FTA 기금 지원 사업을 따냈다.
 
당시 국비 87억원과 도비 36억원, 군비 53억원 총 175억원을 들여 부지 2만5천148㎡(7천600여평)에 1만1천66㎡(3천347평)로 지은 센터에는 비파괴 선별기와 포장시스템을 갖춘 선별시설과 CA저장고를 포함한 예냉고, 저온저장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6년 준공당시 APC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해 FTA기금으로 만든 대한민국 1호 거점 산지유통센터여서 장수군은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관심과 기대를 벗어난 운영미숙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겪었다. 행정이 주관이 된 이 시설은 법인 대표만 민간인일 뿐 행정공무원 2명이 근무하는 완전 민간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사도 아닌 어정쩡한 체제였다.
 
보은군의 속리산유통회사와 똑같은 체제였던 것이다. 행정이 개입되고 농산물유통에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채용한 결과가 어땠는지 보은군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장수군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군 주도로 2년간 운영했지만 유통망을 못 찾고 적자를 18억원씩 발생하자 장수군은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이후 농협 장수군지부와 장수농협과 장계농협에 위탁한 연합 사업을 추진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농협장수군지부가 제외된 장수·장계농협과 사과작목회가 각 2억원씩 출자해 장수군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장수조공법인)을 만들어 2012년 전혀 새로운 유통조직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장수군의 사례는 보은군의 사례와 너무도 흡사하다. 속리산 유통회사는 유통거점을 보은군이 아닌 서울에 두고 시설해 강남의 유통매장이 날아가버렸지만, 장수군은 유통시설을 지역에 지었기 때문에 그나마 APC가 남아있어 이를 기반으로 산지유통의 씨앗을 키워가고 있다.
 
어쨌든 장수조공법인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새출발했던 첫해 109억원의 실적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설이 장수군 소유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긴 있지만 조공법인은 산지 거점 APC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장수군의 농산물 유통에 매진하고 있다.

◆시련도 컸지만 시련뒤 얻은 열매는 달다
 
장수조공법인 APC에서 취급하는 농산물은 장수군의 대표농산물인 사과를 비롯해 토마토, 파프리카, 오미자, 블루베리, 상추 등 쌈채소 등이다.
 
사과와 토마토, 파프리카는 법인 APC시설 이용하지만 오미자, 블루베리, 상추와 쌈채소 등은 법인에서 판로를 확보해 농가가 법인에서 요구하는 상품의 품위를 갖추게 한 후 소비지에 납품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 파프리카와 토마토는 내수도 하지만 수출도 하고 있다.
 
사과는 대부분 조생종이고 일부 부사를 하고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하우스와 유리온실 등의 시설을 갖춰 연중 생산하기 때문에 APC를 연중 가동하고 있다.
 
이중 법인에서 가장 전력하고 있는 농산물이 여름사과이다. 해발 400미터 고랭지인 장수에서 여름사과(추석)는 메리트가 있다고 한다. 홍로를 주로 취급하는데 장수군 전체 1천여㏊에서 생산되는 2만2천200여톤 중 1만4천여톤을 취급한다. 50%가 넘는 물량이다. 여름사과는 수확과 출하까지 단 2주 만에 끝내야 하는데 현재 조공법인 내 APC 선별기로는 1일 30톤, 10일 해도 300톤 밖에 안돼 1만4천여톤을 취급하기 위해 법인에서는 농가와 사과작목회, 조공법인 선별기까지 총동원, 분산 선별해 추석전까지 완벽하게 판매를 마무리해야 한다.
 
농업인들이 사과를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싣고 오면 장수조공법인은 이를 최신식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거쳐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한 개별 출하처에서 원하는 상품 구색에 맞춰 출하한다.
 
토마토와 쌈채소도 지역내 전체 생산량의 82%와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체제로 2012년 3월 공식 출범한 장수조합사업공동법인은 첫해부터 사과와 완숙토마토를 비롯한 5개 전략품목을 취급해 109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지난해는 300억원이 넘는 매출 기록했으며, 올해는 350억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상반기 초과달성해 올해도 목표대비 실적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려움을 딛고 새로 출발한 장수조공법인의 유통실적이 크게 신장하자 2012년에는 농협중앙회로부터 산지유통 종합대상 및 연합사업 100억원 달성탑을 수상했다. 또 2013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산지유통 우수조직에 선정되고 과실생산유통지원사업 연차평가에서 200억원 달성탑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2013년에 이어 산지유통평가 우수조직으로 선정되는 등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완전하게 산지 거점 유통센터로서의 역할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시련을 딛고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된 농가봉합 신뢰 얻기 위해 절치부심
 
새로 조합사업공동법인이 출범해 연합사업을 본격화 했지만 품목별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초창기 많은 적자 실현으로 인한 부실이미지 때문에 농민조합원들은 장수조공법인 공선회 참여를 꺼렸다. 법인은 이같은 선입견을 깨기 위해 농가들을 대상으로 품목별 공선출하조직 설명회를 개최해 최근 과수정책 동향과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등 생산조직 육성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피력했다.
 
법인은 사과의 경우 기존 도매시장 공판장과 거래하고 있던 규모화된 농가는 배제하고 1㏊ 미만 소규모 농가 위주로 조직화했다. 안정적인 판로가 없어 좋은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고도 제값을 받지 못했던 농가들을 조직화 해 소득을 높임으로써, 법인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들을 유인하기 위한 방편도 됐다.
 
이같은 전략은 그대로 먹혀들었다. 이마트와 농협 청과사업단을 비롯한 대형유통업체를 거래처로 확보해 판로처가 다양화되면서 시장교섭력이 확대되자 농가소득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고 그동안 눈치만 보던 농가들도 공선회에 가세하면서 규모화가 빠르게 진전됐다. 규모화의 힘은 소비지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추석 때 장수조공법인이 이마트에 홍로 사과 600톤을 원물로 공급하자 가락동 시장을 비롯한 도매시장 공판장들은 장수사과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적도 있다. 이는 산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장수군 전체 사과 생산 농가들의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규모화 통한 시장 교섭력 증가
 
장수조공법인은 사과와 토마토 등의 가격이 도매시장에서 활발하게 형성될 경우 곧바로 불락(경매로 이뤄진 낙찰을 최소화 하는 것) 처리를 하고 이를 다른 소비처로 돌려 출하한다고 한다.
 
또 대형유통업체 및 도매시장 방어와 가격협상을 할 때는 반드시 소비지가 아닌 산지에서 진행한다. 가격 결정권이 소비지가 아닌 산지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수조공법인 나름의 철칙이기도 하다.
 
이같이 규모화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데는 품질이 그만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조공법인은 고품질 원물 확보를 위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품질이 낮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는 반면 품질만 우수하면 아무리 비싸게 매입하더라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조공법인은 이를 위해 법인을 통해 사과를 출하하는 농가의 사과밭을 1년에 3회 이상 방문해 일일이 품질 상태를 체크한다. 품질이 기준에 마치지 못할 경우에는 농가와 협의해 다른 판로처를 알선해주는 방법으로 조공법인 출하 농산물의 품질관리에 철저를 기한다.
 
장수조공법인은 또 농가교육을 1년에 품목별로 5~10회 실시하는 등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석민 장수조공법인 마케팅 과장은 "무엇보다 법인은 농산물의 생산, 수확 후 처리 포장 등 각 단계에서 농산물에 혼입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유해 미생물 등 각종 위해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힘쓰고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현장교육은 물론 농가를 직접 찾아 과학적이고 깨끗한 농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장수조공법인 대표로 취임한 김동근(52) 대표는 "현재 장수조공법인APC가 장수군 소유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면서 불합리한 시설이나 구조를 개선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게 사실이지만 기존의 선별하고 판매하는 APC기능을 벗어나 농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주력상품인 사과, 토마토, 파프리카는 물론 장수군에서 생산되는 오미자, 쌈채소 등 모든 원예농산물을 책임질 수 있는 법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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