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⑥홍천 내면 농협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⑥홍천 내면 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8.14 15:03
  • 호수 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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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판매 513억원 매출, 전체 경제사업 중 75% 차지
▲ 홍천 내면농협 APC에서 상추 등의 엽체류 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보은군내는 단일 면단위 농협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니까 일찌감치 5개 읍면, 6개 면이 하나로 합쳤다. 합치기만 하면 경쟁력이 생기는 줄 알았고, 수익이 많이 날 것으로 알았고, 농업이 어려워지고 농촌이 어려워져도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권역이 커지니까 농산물 물량도 많아져 농산물 판매사업 매출도 크게 신장할 것으로 알았다.
 
소규모 농협은 합병을 유도해 경쟁력을 키우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국비 지원, 농협중앙회 지원도 받았으니까 다소 경쟁력이 취약하더라도 보강해가면서 홀로서기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크지 않다.
 

그리고 농협은 합병농협에게 주어졌던 달콤한 곶감은 다 빼먹었다. 보은농협이나 남보은농협이나 합병에 따른 보상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우리지역의 농협들은 이렇게 뭉쳐도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면단위 농협들이 합병을 하지 않고 독자생존을 하면서 선두적인 위치에 있는 농협들이 아직도 있다.
 
이번호에 소개할 강원도 홍천의 내면농협도 같은 사례다. 인근 지역간 또는 군단위로 통합, 사업권역을 확대하지 않아도 단일 면지역을 대상으로 승승장구한다. 농협의 본래 목적인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에 주력, 판매농협을 구현하는 모범케이스다.
 
평야지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강원도 산골에서 지난해 오이, 호박, 고추 등 채소만으로 한 해 500억원 넘는 판매실적을 올린 내면농협의 APC 운영사례를 살펴본다.

◆합병권고받은 후 20년만에
 과채류만으로도 연간 500억 규모

 내면농협은 지난해 강원도내 단일농협 중에서는 가장 많은 산지유통 실적을 올렸다.
 
내면농협의 판매사업 성과가 놀라운 것은 벼농사 실적 없이 순수하게 푸성귀라고 하는 채소만으로 5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3년 351억여원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불과 1년만에 162억원이 성장한 것이다.
 
내면농협의 주요작물은 풋고추, 오이, 감자, 호박, 무다. 이 5대 농산물이 내면농협이 취급하는 전체 농산물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외에 속알배기 배추, 상추, 콜라비, 토마토, 양배추 등 전체 20여 농산물을 취급한다. 내면농협 권역에서 생산되는 이들 농산물은 농가에서 선별해 10㎏ 박스로 포장해 전국 도매시장에 출하되기도 하지만, 농가에서 수확한 원물을 APC로 가져와 소포장해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에 출하한다.
 
현재는 도매시장 출하 못지 않게 마트 판매단위인 비닐봉지 소포장 출하도 증가하고 있다. 내면농협 자체 브랜드인 '운두령'으로 출하되는 것도 있지만, 강원도가 추진하는 연합사업 브랜드인 '맑은청'으로 출하되는데, 특히 강원도 연합사업 브랜드 출하가 늘어 대한민국 이마트 148개 점포에 이들 엽채류가 진열돼 판매된다고 한다. 보은군은 물론 충북도가 농산물 유통에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부러운 행정이다.
 
당초 내면농협은 1998년 APC를 신축해 농산물을 저온저장, 선별 포장 유통시켰으나 산지 소포장 출하물량이 늘면서 2012년 제2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건립했다. 이에따라 당초의 APC는 친환경농산물만 취급하는 곳으로 변경, 특화시켰다. 보은농협의 예로 볼 때 한 개 사업장 관리 및 풀가동도 쉬운게 아닌데 2개의 사업장을 가동시킨다는 것은 APC를 가용할 수 있는 농산물을 내면농협이 그만큼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두 개의 농산물 유통센터를 풀가동함으로써 내면농협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513억원대의 농산물 판매실적을 올린 것이다. 마트, 농용자재, 비료, 창고, 운송, 농산물 판매까지 전체 경제사업으로 68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농산물 판매사업 만으로 513억원을 올렸다. 75%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보통의 농협들이 비료, 농약 등 농용자재와 마트사업 등으로 경제사업 규모를 늘려온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여준다. 5개 읍면을 관할하는 보은농협이 지난해 전체 경제사업으로 480억원을 올렸는데, 이중 농산물 판매사업으로 115억원을 올렸다. 24%에 불과하다. 단일 면으로 운영되는 내면농협과 비교할 때 전체 경제사업 규모도 떨어지지만 농산물 판매사업 또한 형펀 없이 떨어진다.
 
내면농협이 농민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어느 정도 주력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농협이 억대 부농배출에도 한 몫

 
내면농협도 먼저 건립한 APC에서는 감자, 그리고 후에 건립한 시설에서는 오이를 선별기를 들여놓아 이들 작목 위주로 유통을 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과일이 없는 반면 엽채류가 다양하게 생산돼 이들 채소를 선별, 포장해 출하하고 있다. 선별기를 이용하는 감자와 오이 이외에 기타 채소류는 모두 수작업으로 선별해 소포장한다. 오이와 감자 외에 다른 작물을 선별할 수 있는 선별기가 없으니 시설을 놀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농협은 상추, 속알배기 배추, 풋고추 등 기계선별을 하지 못하는 채소류까지 인력을 이용한 선별 포장으로 APC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통의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소포장하고 있는 채소 소포장을 내면농협은 APC에서 하는 것인데, 농협이 이같은 판매전략을 구사해 농민들은 팔 수 있어서 좋고 농협은 이들 농산물을 유통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농협에서 APC시설을 놀리지 않고 가동하면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거의 취급하기 때문에 농민은 생산에 전념, 농산물의 품질 향상에 주력하게 됐다. 이같은 체제는 공선회 활성화로 이어졌는데 현재 공선은 오이뿐만 아니라 고추, 호박, 감자, 기타 알배기 배추, 상푸, 콜라비, 토마토 등 거의 모든 농산물을 취급한다. 지난해에는 전년도에 비해 공동선별 공동계산에 의한 출하가 30%이상 신장됐다.
 
무, 배추, 양배추, 감자 등 포전매매 즉 밭떼기 거래가 성행하거나 농가가 수작업하는 품목에 대해 농협에 수탁판매할 것을 설득한 결과 농민은 생산에만 주력할 수 있어 농산물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시장에서는 내면농산물의 품질 균일해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인정을 받았고 내면농산물의 신뢰구축에도 기여했다.
 
내면농협 APC에는 서울 가락동과 강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진주, 대구농산물 시장에 내면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한 5톤 트럭들이 매일 20여대이상 오갈 정도다. 산지 유통의 전형을 보여준다. 보은농협이나 남보은농협의 농산물 수송 차량이 수도권이나 대전, 청주 시장으로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같은 출하전략은 농민들이 생산에 주력 품질향상으로 이어져 농가의 수익에도 기여해 크게 신장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내면농협에서 출하하는 오이는 맛 뿐만 아니라 향이 좋고, 저장성이 좋아 도매시장에서도 다른 지역의 것과 박스당(100개 기준) 1만원 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오이만 해도 지난해 공선회원 16농가가 24억의 매출을 올렸다. 평균 1억5천만원이다. 오이뿐만 아니라 감자, 무, 배추, 풋고추 등 일반 채소류 재배농가들의 매출도 마찬가지로 높다. 보통 4만9천500㎡(1만5천평) 이상 6만6천㎡(2만평) 경작을 하는 이들은 고용노동부를 통해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러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1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농들이다.

◆오이 성출하기 직원들 주말 반납
 
7월 10일경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오이 성출하기에 내면농협 APC직원들은 주말 없이 밤 11시까지 선별 출하작업을 한다. 일하는 아주머니 7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해 직원들도 1주일 중 3일은 공식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직원들은 여름휴가는 반납하고 9월까지 농산물 판매에 주력한다.
 
특히 대형유통업체 특판행사가 있을 때는 차질없이 납품하기 위해 신용파트 직원들까지도 본연의 업무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APC로 출근해 작업 지원에 나선다.
 
윤경복 상무는 "수탁, 박스 작업만 한다면 직원들이 이렇게 고생을 안해도 된다. 비만 가리면 되는 큰 집 하나만 있으면 되고 판매계 직원도 3명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식탁에까지 오를 농산물을 소포장을 하니까 이같은 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APC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노력하니까 작은 농협인데도 큰 농협 못지 않는 실적을 얻고 전국에 이름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 조합원을 위해 농협이 해야 할 일, 그리고 농협이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농협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말해준다.
 
이같이 내면농협이 판매사업 활성화로 성과를 거두니까 벤치마킹 대상 농협으로도 유명해졌다. 내면농협의 풋고추가 경쟁력을 확보하자 무, 배추로 유명했던 삼척시 하장지역이 풋고추 면적을 늘려 내면을 쫓고 있다.  또 내면 오이가 이름을 얻으니까 이번에는 인제군도 오이작목반을 만들어 오이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후발주자들에겐 모범 답안지가 되었지만 내면농협으로선 자신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작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작목 전환도 꾀하고 있다. 더덕, 산채가 그 대체작목이다. 산채가 많이 나오는 5월에는 내면농협 주도적으로 산나물 축제까지 개최해 판매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보통은 행정기관이 주최하는 축제에 농협은 이름만 거는 경우와는 달리 적극적인 지역농산물 홍보에 농협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합병권고 농협에서 자생조합으로 성장
 
주말까지 반납하고 여름휴가는 생각하지도 않고 농산물 유통에 주력하고 있는 내면농협은 사실 1994년 농협중앙회의 합병 권고를 받은 조합이다.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농협으로 낙인, 농협중앙회로부터 압박을 받았던 농협이 기사회생, 강원도내 읍·면단위 단일농협 가운데 가장 많은 산지유통 실적을 올리는 큰 조합으로 발전한 것은 우리지역 농협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5선인 현 이성호(56) 조합장의 농협경영능력을 믿고 따르는 직원들과 조합원들의 농협에 대한 신뢰가 무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농산물 판매사업의 신장은 농협인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내면농협은 2년에 한 번씩 순환인사를 할 것을 권고하는 중앙회의 인사원칙을 따르면서도 전문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인사를 한다. 비수기 때 한 달 가량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본래 자리로 복귀하는 체제다.
 
또 현재 APC 판매부서 9명 중 2명이 다른 지점으로 갔다가 복귀하는 방식으로 이동시킨다고 한다. 즉 직원이 확 바뀌면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이 배치되리 경우 업무 효율이나 성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80% 이상은 현재의 자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20%만 이동시켰다가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시스템 운영, 판매사업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인사 때마다 적재적소라는 표현을 한다.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농협중앙회의 인사 방침이 중요하기 하지만 인사방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취재한 모든 농협마다 한결같은 인사원칙은 바로 농산물 유통전문가로 키우는 것이었다. 직원들을 무조건 돌리는 것이 인사가 아닌 것이다. 농산물 판매실적이 저조한 우리지역 농협들이 새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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