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군수 항소심서 기사회생
정상혁 군수 항소심서 기사회생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07.30 15:09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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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군수직 유지 가능한 벌금 90만원 선고 정군수, 판결 겸허히 받아드리며 보은발전 최선
▲ 항소심에서 기사회생한 정상혁 군수가 판결선고후 법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군수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던 정상혁 군수가 기사회생했다.
 
지난 7월 27일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던 정 군수는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군수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대전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90만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판결요지에서 "피고인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자신의 공적 등이 담긴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발송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이는 공정한 선거와 돈 안드는 선거를 추구하는 공직선거법의 제정 취지를 위반한 행위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정 군수의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초청장 발송 당시 현직 군수로 이미 인지도가 높은 상황이었고 직접적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하지도 않았으며, 기부행위도 비교적 소액인 5~10만원을 불특정인이 아닌 친인척 관계에 있는 주민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군수직을 유지토록 한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초청장) 배부와 기부행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기사회생의 기회를 준 이유는 범죄행위가 선거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선고 후 "피고인은 고향을 위해 일하고 명예롭게 퇴임할 기회를 달라는 자신의 최후진술을 잊지 말라"고 충고해 당선 무효형을 피하도록 고려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정 군수는 법정을 나서면서 "보은군민들께서 성원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리고, 더 열심히 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드린다"며 "보은군민을 위하고 보은군 발전을 위해 열심히 잘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상혁 군수는 2014년 3월말부터 4월까지 지역주민 10명에게 모두 90만원의 축·부의금 및 영치금을 전달한 혐의와 2014년 3월 1일 열린 출판기념회에 앞서 본인의 업적과 포부 등 선거운동 성격의 초청장 4천996장을 발송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한 혐의가 인정돼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더불어 초청장 발송 대상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이에 대한 항소를 철회해 1심에서 받은 벌금형이 이미 확정됐다.
 
이날 정 군수가 '당선 유지형'을 선고 받음에 따라 공직사회가 급속히 안정 기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며, 재선거에 대한 논의나 군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인사들에 대한 관심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모두 유죄 인정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는 1심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경찰 압수수색의 위법성과 출판기념회 초청장 문구의 선거법 위반, 기부행위 액수 등이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요지를 통해 이런 쟁점에 대한 판단을 밝혔다.
 
먼저 경찰의 압수수색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박모 전 비서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절차나 방법 면에서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출판기념회에 공무원들이 관여한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후, 군수 비서실과 행정과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고,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물건이나 서류에 대한 압수도 이뤄졌으며, 압수물을 개봉할 때 공무원을 입회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로 인해 공무원들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제출한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다만, 박 전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과정은 문제가 없어 박 비서실장으로부터 압수한 물건과 서류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1심과 2심 과정에서 한 박 비서실장의 법정 진술과 정 군수의 피고인 진술이 모두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정 군수의 기부행위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4천996장을 발송한 초청장도 사전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보았다.
 
재판부는 정 군수는 출판기념회 이전부터 선거관련 동향보고를 받아 왔고, 새누리당 당원명단 조사, 새누리당 공천신청서 작성지시 등과 함께 저서 대필작가의 메일에서 군수 출마관련 문구가 확인됨에 따라 출판기념회 이전부터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사가 있었으며, 초청장의 문구도 군수로서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초청장) 배부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 군수가 발송한 4천996장 중 반송된 것으로 확인된 432매와 도달이 되지 않은 초청장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4천996장을 모두 배부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10명에게 90만원을 제공한 기부행위 중에서 공무원으로 퇴직한 ㄱ모씨에게는 전달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9명 80만원의 기부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1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이처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과 같이 정 군수에게 적용된 혐의의 대부분(기부행위 총액이 9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줄어듬)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양형에서 1심에서 받은 벌금형보다 크게 낮춰주는 선처를 베푼 셈이다. 결국,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경찰의 압수수색의 위법성 유무는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대신, 선거법 위반행위의 경중을 따져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를 개별적으로 따져 양형을 판단한 반면, 1심 재판부는 일련의 위반행위를 저지른 중심에 군수직위를 이용한 것으로 보아 총괄적으로 양형을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상고여부 두고 깊은 고심
 
정 군수의 항소 기각을 바랐던 검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유죄가 인정되고도 기대했던 형량에 크게 못 미치면서 상고 여부조차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일단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니다. 또한, 검찰 입장에서는 양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벌금 200만원에서 90만원으로 낮춘 정도를 심히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이 정도는 재판부의 재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7월 27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디지털 저장매체(컴퓨터, 외장하드, UBS, 휴대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는 판결을 한 바 있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이 제시한 요건과 비슷한 요건을 토대로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판단했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불복사유로 삼아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도 실익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정상혁 군수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는 사실상 항소심 선고로서 마무리됐다고 보는 것이 법조계와 정치권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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