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⑤김해 대농 농협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⑤김해 대농 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7.30 10:59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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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면단위 농협이 APC로 인해 유통전진기지로 발돋움
 

 공무원들이 뛰는 만큼 지역이 발전된다. 공무원들이 불철주야 노력해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지역에 도입,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거나 불합리한 제도개선으로 주민들의 생활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농협 직원들이 뛰는 만큼 조합원들의 소득은 높아질 수 있다. 결국은 직원들의 몸이 고달프면 고달플수록 조합원들에게는 좋은 것이다. 농민들이 생산해놓은 농산물을 잘 팔아줄 것이고 판매사업이 늘어나 수익이 늘면 이용고 배당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렁설렁 대충대충, 근무 시간만 채우고 여섯시 땡 치면 컴퓨터 전원을 끄고 퇴근하는 직원들이 있는 곳은 그곳이 행정기관이든, 농협이든 큰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번에 소개할 김해 대동농협은 APC는 물론 살아있는 경제사업, 농산물 판매사업으로 돈을 버는 농협이다. 하나로마트나 운영하고 장례식장이나 운영하고, 주유소나 운영하는 그런 경제사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도시 부산을 끼고 있으며 일찍부터 근교농업과 시설채소, 꽃 유통으로 유명한 대동농협의 경제사업 규모는 1천억원대, 농산물 판매사업은 500억원대에 달한다.
 
농산물 판매사업의 핵심,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짠지 쪽처럼' 이용하고 있는 대동농협 APC운영 사례를 알아본다.
 
대동농협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통해 유통되는 채소는 방울토마토, 완숙토마토, 당근, 블루베리, 부추, 산딸기, 참나물, 방아나물, 가지, 배추 등이다. 여기에 화훼는 수출까지 한다. 산지유통센터에서 이같이 많은 농산물을 취급하는 농협은 아마도 대동농협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보통은 선별기를 돌릴 수 있는 단일 작목 위주로 가동하는 것에 그치는데, 대동농협은 관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 자가소비나 일부 직판하는 것 빼고 농민조합원들이 유통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작목은 거의 취급한다고 할 수 있다.
 
유통방식은 다양하다. 농가에서 선별해서 가져온 것을 대도시 유통매장으로 출하하는  수탁방식이 있는가하면 농협에서 매취해 직접 농협이 판매하는 작목도 상당하다.
 
또 가락공판장이나 대전 오정동 농산물 시장과 같이 대동농협농산물산지유통센터 내에 경매장이 있어서 중매인들이 농산물을 경락하는 곳 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대동농협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시킨다.

◆출하기반 탄탄해 시설 연중 가동
 
위에서 열거한 대로 대동농협 APC는 단일작목 아닌 다양한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유통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다. APC의 연중 가동을 받쳐주는 가장 큰 대들보는 수출과 내수에 걸친 지역농산물 출하기반이다.
 
부추, 토마토, 당근, 딸기, 화훼 등 농산물 취급액이 연간 500억원대에 육박하면서 대동농협의 APC는 300억원 정도인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어 자체 수수료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기반을 갖췄다.
 
대동농협 경제사업 중 판매사업의 주 작목은 화훼였다. 대동면은 낙동강 하류의 김해평야에 위치해 기온·기후·토질 등이 시설원예 및 화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다.
 
또 우리나라 2대도시인 부산시와 접해 있고 교통편도 남해고속도로와 신대구 부산 간 고속도로 나들목에 위치하며, 부산 김해 국제공항과 경부선 철도, 부산항이 근거리에 위치해 농산물 수출 거점지로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일찍부터 화훼단지가 발달한 것이다. 초기에는 보따리 무역상인이 농가를 돌며 꽃을 수집해 수출하는데, 꽃값을 떼어먹거나 값을 후려치는 일이 흔했다. 농협에서 농가보호 차원에서 꽃수출을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 뛰어들었다.
 
대동농협은 1989년 경매식 화훼공판장을 개장하고 전국적으로 단위농협에서 외국 수출하는 사례가 없었던 1999년 일본 시장을 뚫어 꽃 직수출을 시작해 지금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다 IMF 등으로 화훼농가는 도산, 내수시장이 열악해져 대동농협은 운영하던 화훼 경매장의 문을 닫았다.
 
그 즈음 농협중앙회에서 화훼 공판장을 만들어 대동농협에 있던 경매사를 이관한 후 내수는 중단하고 수출만 전담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다.
 
수출하는 꽃 중 대동농협 관내에서는 장미만 생산할 뿐 수국은 강진에서, 백합은 강원도 인제, 양구, 강릉, 영월 등지에서 생산해 농협수출화훼선별장에서 공동선별되고 포장돼 수출 선적된다.
 
이를 위해 대동농협 직원들은 전국을 다니며 재배방법, 수확요령 등을 지도한다. 농협직원들이 발품을 판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꽃이 일본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천만불 수출탑도 달성했는데 최근 엔저로 수출시장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지만 내수시장 보호를 위해 수출선은 유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대동농협의 판매사업을 견인하는 작목이 부추다. 대동부추의 역사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오늘날 대동부추가 자리잡게 된 것은 1997년부터 시작한 대동농협의 산지경매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2008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내 부추전용 공판장을 짓고 전자경매를 실시하고 있는데 농협의 이같은 부추정책으로 인해 김해시 대동면 일대에서 400여농가가 생산하는 부추는 부산을 비롯해 밀양, 창원 등 경남 동부지역의 부추를 석권하고 있다.
 
한때는 얼음주머니로 포장한 부추를 항공편으로 서울에 유통시킨 적도 있었지만 부산·경남 지역 가격이 좋아 서울 출하는 중단했다.
 
부추경매장은 경매사가 일을 하지 않는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요일 공휴일 할 것 없이 연중 가동된다. 이렇게 실시하는 경매에는 20여명의 중매인들이 참여해 부산, 창원 등지에 부추를 공급하는 것이다.
 
특히 부추는 APC를 준공하면서 공판사업에 탄력이 붙어 11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품목농협도 아닌 일반농협의 이같은 실적은 대단한 것이다.
 
1년 이상 경매에 참여해온 한 중간도매상인은 "음식업소 등에서 대동부추를 선호하는데다 대동농협이 부추 두단을 하나로 묶은 양단부추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통시키고 있어 경매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방울토마토와 수출에서 내수로 방향을 돌린 완숙토마토는 인근 농협과 연합으로 공선하고 있다. APC 선별기 활용 면에서 윈윈(win-win)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딸기, 블루베리도 공선출하회가 시장 납품을 시작했다. 산딸기 수확철이면 부산시내 유휴인력이 대농농협으로 다 모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법무부 보호관찰소 인력까지 지원받는다.
 
이같이 대동농협이 취급하는 부추, 토마토, 산딸기, 가지, 당근, 화훼, 방아나물, 참나물 배추 등 농산물 판매실적이 500억원대에 육박한다.
 
보은농협이 지난해 전체 농산물 판매사업으로 115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감소한 106억원을 예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보은농협의 전체 농산물 판매사업이 대동농협의 부추 단일 품목으로 얻는 매출에 불과하다. 이는 보은농협이 그만큼 판매사업에 대한 전략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보은농협이 APC를 연중 가동시킬 수 있는 농산물을 집하하고, 선별하고, 포장해서 유통시키는 계획수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가동을 한다면 1년 열두 달 중 운영은 고작 2. 3개월 그치는 매우 비생산적인 시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새벽 2시 농업 현장으로 출근
 
대동농협은 선과장을 운영하다 APC를 건립, 시설을 확대한 개념이다.
 
대동농협도 APC 건립에 보조뿐만 아니라 거액의 농협 자부담도 들어갔다. 때문에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 1년 365일이 아닌 375일 가동한다는 생각으로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시설을 이렇게 활용하니까 직원들이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협 경제사업의 풀가동으로 직원들은 그야말로 야외 취침생활까지 한다. 새벽 2시에 농산물 수확 현장으로 출근해 선별지도에서 부터 포장관리까지 하느라 APC직원들은 꿀맛 같은 새벽잠을 포기한지 오래다.
 
오전 2시에 출근했으니 오전 10시 늦어도 낮 12시 이전에는 퇴근해야  우리나라 노동시간인 1일 8시간 체제에 맞는 것이지만, 이들은 농업 현장에서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기표 등 주어진 사무실 업무를 본다. 퇴근 개념이 없는 것이다.
 
오후 5시가 넘으면 전국 공판장으로 출하시킬 수출 컨테이너를 비롯해 5톤 트럭 대열이 즐비한데 그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농협 직원들이 밤잠을 포기하면서 현장을 누비는 것이다.
 
박양하 상무는 "재들이 젊으니까 저렇게 하지얘 정말 못합니더. 고생하는 아들 보면 미안하기도 합니더"라고 말하고 직원들을 짬짬이 재운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대동농협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가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특히 야전을 많이 뛰는 사업소 직원들은 기표하랴, 전화하랴, 오는 전화 받으랴, 그리고 짬짬이 취재 도움을 주기 위해 박양하 상무가 통계치 묻는 것에 대답하랴 정말 분주한 모습이었다. 취재한답시고 박 상무를 장시간 붙잡아두고(?) 이것저것 묻는 것이 상당히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전국 농협 최초로 수출을 시작한 대동농협에는 별도로 수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일어, 중국어가 유창한 실력 보유자들이 5명이 근무하는데 이들도 전국을 출장하며 재배지도에서 선별지도까지 하느라 출퇴근 시간도 없다.
 
특히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수출팀은 붙박이처럼 일하는데 이중 박재훈 과장은 이 부서에서만 20년이 넘었다. 그러니 '척하면, 압니다'의 수준까지 왔다.
 
이렇게 농협 직원들이 전천후로 농업현장과 유통현장을 누비니까 대동농협 농민조합원들은 농산물의 판로 걱정 없이 안심하고 농사를 짓고, 통장에 차곡차곡 영농의 보람이 쌓이는 것이다.
 
농산물 판매에 주력하는 것만큼이나 대동농협은 농민조합원들에 대한 교육지원사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전국농협 평균 교육지원 사업비는 9%대이나 지난해 대동농협은 12%대로 약 80억원을 사용했다. 전국 평균보다 3%p 더 높은 금액을 지출한 것이다.
 
어려우면 생색 안 나는 교육지원 사업비을 가장 먼저 칼질 하는 우리지역 농협과 크게 상반된다.
 
농협이 이같이 교육지원사업에 비중을 두는 것은 농민 맞춤형 또는 농협 맞춤형 사업을 위해 농협 이해 교육, 교양강좌, 재배기술 습득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원사업 또한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피부와 와닿는 사업 위주로 한다. 일례로 대동농협의 주 품목인 부추의 품질 향상을 위해 품종개량을 하는데 종자 값이 종전 것 보다 배 이상 비싸자 인상분 전액을 농협에서 환원사업으로 부담, 농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내수로 유통하는 화훼는 농협에서 업무를 취급하지만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아 농가의 부담을 없앴다.
 
대동농협이 이같이 결정하는 것은 농민이 있어야 농협이 있고 또 농협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줘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일개 면단위 농협에서 농산물 판매사업 500억원대, 전체 경제사업 1천억원을 올리는 대동농협. 수입농산물로 인한 국산농산물의 판매 둔화, 무슨 농사를 지어야할지 막막해 하는 조합원들에게 농협은 가장 든든한 언덕, 버팀목의 역할을 한다.
 
우리지역의 농협들도 과연 농민 조합원들에게 '가장 믿는 구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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