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④상주 외서 농협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④상주 외서 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7.23 16:32
  • 호수 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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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면 단위 작은 농협에서 대한민국 유통의 새역사 기록
▲ 시설을 늘리지 않기 위해 틈새 작목까지 개발 이용하고 있는 가운데 선별단원들이 외서 농협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서 틈새작목인 햇순나물을 선별 포장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상주시 외서농협도 지난 호에 소개한 부안군 변산농협처럼 단일 면을 관할하는 농협이다.
 폭은 2㎞로 좁지만 길이는 42㎞에 달하는 긴 막대기형으로 생긴 외서면은 상주시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매우 안좋은 위치에다 열악한 환경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상주시 전체 12개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인 원협, 그리고 축협, 경북능금농협 등 총 15개 농협이 운영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그 속에서 상주시를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농산물 산지 유통의 선진 농협으로 이름이 매우 높다.
 농산물유통개혁 대상, 산지 유통활성화 종합평가 최우수, 과실 계약출하사업 종합평가 1위, 농산물 품질경영 대상, 산지유통전문조직 종합평가 우수, 원예전문 생산단지 평가 최우수 조직, 농산물 유통개혁 대상, 산지유통 종합 대상, 공선출하회 사업평가 대상.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상실적이 쌓였다. 그만큼 농산물 유통, 산지 유통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 일개 단일 면단위 농협인 외서농협이 이같은 자랑할만한 실적을 쌓는 동안 5개 읍면, 6개 면을 관할하는 광역 농협인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은 무엇을 한 것일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5개 읍면을 관할하는 보은농협이 지난해 농산물 판매사업 실적이 110억여원인데, 단일 면을 관장하는 외서농협의 지난해 판매사업은 120억원. 보은농협과는 비교가 안된다.
 '도대체 너희는 우리와 무엇이 다르길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면서 과연 우리지역의 농협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조합원들이 농협을 믿고, 농협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높은 가격에 팔아주고 나아가 조합 권역이 작으니까 조합사업의 권역을 넓혀 취급물량을 확대한 것으로 외서농협의 경제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
 외서농협이 어떻게 농산물산지유통의 거물이 되었는지 짚어본다.

◆농가 직거래보다 농협 이용이 낫다는 인식 심어줘야
 많은 농협들이 각 마을을 다니며 농가가 생산해놓은 농산물을 가져다 도시 공판장 등에 파는 수탁사업을 한다. 아주 흔한 모습이다.  보은지역의 농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협이 농산물 유통의 주체가 되면서 상당수의 농협들이 수탁(위탁)에서 점차 매취로 전향, 농협도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시세 차익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액은 매취사업에 참여한 농가에 환원, 농협과 농가가 서로 윈윈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
 농가를 순회하며 소집해서 팔아주는 형태의 판매방식 보다는 농협이 자체적으로 매입해 직접 유통 판매하고 농협이 책임지는 이런 사업의 비중이 중요한데 외서농협도 상당 수의 농산물을 유통할 때 매취사업을 한다.
 외서농협이 취급하는 여러 농산물 중 대표적인 농산물이 배다. 상주시에서 배가 많이 생산된 것은 몇 년 안된다. 상주는 과거 쌀, 누에, 곶감을 말하는 삼백(三白)으로 유명했지만 누에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대체작목으로 자리잡은 것이 속살이 하얀 배. 상주의 현재 배의 매출이 8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송병구 농산물유통센터 소장은 외서농협이 농산물 판매사업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적 한계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즉 면지역 조건이 열악한데다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이 배 유통을 농협에 많이 의지했다는 것. 또 농민들이 자가에서 선별, 포장하기 보다 수수료를 줘도 APC를 이용하는게 낫겠다는 판단으로 배 농가들이 APC 공선회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25~30%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정도로 외서농협에 배를 맡기면 높은 가격에 잘 팔아준다고 소문이 나자 외서농협 배공선회 가입을 원하는 농가들이 많았던 것. 지금은 외서농협 APC 시설용량이 여의치 않아 희망하는 농민들을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는 "농협이 수수료만 떼먹는 도둑놈들"이라는 편견이 아닌 농민은 생산에 전념하고 선별, 포장 등 유통은 농협이 책임지는 신뢰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배를 수출하지만 농협을 통하지 않고 작목반이 농협의 저온저장고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선별해 출하하고 있는 보은군의 상황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유통혁신 새역사를 쓰다
 지금은 산지유통의 일반화된 운영방식인 공동선별공동계산제. 보은농협도 속리산 황토방울토마토 수출협의회가 생산한 방울토마토의 대일 수출에 이 방식을 적용한다. 바로 외서농협의 방법이 적용된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외서농협에 많은 자문을 구했다고 할 정도다. 비파괴 당도측정기도 외서농협이 최초로 도입했다.
 수출배 전문농협인 외서농협이 1998년 캐나다에 처음 배를 수출했을 때 공동선별, 공동계산하는 직거래팀을 꾸려 유통혁신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공동선별 공동계산제에 대해 인식 부족으로 인해 처음 10농가로 시작된 직거래팀은 이후 연합사업단을 거쳐 배 공선회로 발전, 지금은 인근 4개면으로 확대됐지만 초창기 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에서 선별, 판매 등 모든 유통을 책임지겠다는 것에 반신반의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선별에 참여했던 농가가 가격을 잘 받게 되자 참여 희망하는 농가가 늘기 시작했고, 미국으로 배를 수출할 당시 사용했던 수출 선과장을 2000년 유통센터로 등록하고 좀더 전문적인 체계를 잡아나가 지금은 상주에서 수출하는 배의 50%를 외서농협을 통해 유통할 정도로 성장했다.
 외서에서 생산되는 배는 1천700톤이지만 외서농협이 유통시키는 물량은 2천500톤. 800톤 가량은 외서면 외에서 생산된 배를 유통시키는 것인데 수출희망 농민을 공선회 회원으로 받아들여 이들의 물량까지 처리하는 것이다.
 특히 수출량은 외서농협이 취급하는 물량의 70~80%에 육박해 2005년 100만불에서 지난해 400만불로 신장됐고 올해는 500만불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바닥에 땀나게 일하는 직원들
 수출역군인 외서농협의 배 공선회 관리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묻지마 판매사업이라 불리는 원칙에 따라 농가는 생산에만 전담할 뿐 판매시기와 판매가격, 그리고 판매처를 묻지 않고 무조건 농협에 위탁해야 한다.
 가입회비와 이행보증금을 내야하며 공동선별, 공동계산제를 수용한다는 3문 불가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계약을 위반할 때는 3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3년동안 약정이행 정도와 상품성을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혜택과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다. 농가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하는 농가에 대해 계약체결 때 선급금을 지급한다. 이외에 잘하는 농가는 시상과 함께 출하우선권을 주고 연수도 우선으로 보내준다.
 반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출하물량을 규제하고 위약금을 징수하는 것은 물론 사업 참여에도 제한을 둔다.
 이렇게 강력하게 운영하면서 농협에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수출 및 수확 후 관리를 위해 현장 컨설팅을 진행한다. 시기별 병해충 예방을 위한 방제달력을 보급하고, 주요 시기별 기술교육을 하는 한편 회원간의 영농정보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또 농가마다 검사를 통해 수확 예정일을 지정해줌으로써 미숙과나 과숙과의 출하를 막고 회원들의 입고일도 선별계획에 따라 회원별로 사전에 지정하고 있다. 이같은 세심한 관리는 상품의 균일화와 규모화를 가져오고 더불어 유통업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송병구 농산물유통센터 소장은 "등급별 품위를 표준 규격 및 자체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품질관리사가 결정하고 선별작업 인력도 외부인을 고용해 선별의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틈새작목으로 시설 효율성 높여
 외서농협 산지유통세터의 주력 품목은 배이지만 조생종부터 만생종까지 유통을 해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출하시기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연중 운영의 어려움이 있다.
 1년 중 5개월 이상을 휴장하기 때문에 유통센터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찾아낸 것이 틈새작목 개발. 현재는 곶감, 햇순나물, 블루베리 등 다양한 틈새작목을 개발해 유통센터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점유하는 상주 곶감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미 그 명성이 대단하다. 배 출하시기와 맞물리지만 배와 곶감을 유통한 후 3월 한 달간은 공백기이다.
 바로 이 공백기인 3월에는 한 해 경영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4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는 두릅, 엄나무, 오가피, 참죽순 등 햇순나물(나무 산채)을 취급하고 있다. 유통기간이 짧아 취급하기 어려운 품목이지만 본격적인 영농기가 시작되기 전인 비수기에 취급함으로써 농민들은 농한기에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농협도 센터 운영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1억 전후의 매출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10톤을 취급, 2억700만원으로 신장됐다. 햇순나물 유통이 끝나면 블루베리와 오미자 유통이 시작된다.
 이처럼 외서농협은 조합원들의 수익을 높이고 센터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감자를 처리한 후 다음해 다시 감자를 수매할 때까지 10개월 가까이 휴장, 센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보은농협 농산물유통센터와는 너무 큰 차이를 보여준다.
 1년 열두 달 중 열한 달간 쉼없이 센터를 돌리는 동안 경제사업장 직원들은 발바닥에 땀나고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폭주하는 업무로 혹사(?)되지만 그만큼 센터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농민조합원들은 안심하고 농사짓고 소득도 보장되는 것이다.
 취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이 이렇게 일을 하니까 상주시 단일 면단위에 불과한 작은 농협이지만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상주시에서 생산되는 배의 20%를 유통하고 상주에서 수출하는 배의 50%를 담당하는 큰 농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농지도역으로 외서농협에 입사해 재임 18년 중 14년을 유통 쪽에서만 근무한 송병구 소장은 "농산물 유통이 어렵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농협 경제사업부서는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이다. 나도 힘이 든다 하지만 누구든 해야 하는 것이고 이왕,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얼마만큼 열정을 갖고, 관심을 갖고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고 수출업체와 조기 수출업무 상담을 위해 대구를 가야한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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