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③변산농협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③변산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7.16 16:46
  • 호수 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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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것 모방 아닌 변산만의 기술 축적으로 성공가져와
▲ 변산농협이 자체적으로 고안한 철재 팔레트에 담겨 보관중인 양파의 모습.
▲ 보통의 저온 저장고에는 사진과 같이 천정 상단에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여 저장고 내부에서 순환시키는 시스템이지만 변산농협은 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습기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맞은편에 환풍시스템을 설치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차압식 저장법이다.
▲양파저장용 팔레트 망이다. 팔레트용 망 한개에 양파 20kg을 담을 수 있다.

 대형유통업체 바이어들은 전국의 내노라하는 양파 주산지가 있는데도 부안 변산 양파를 최고로 꼽는다. 변산농협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의 까다로운 선별기준을 통과한 공산품 수준의 양파를 출하하기 때문이다. 양파를 변산의 대표적이 소득작물로 키우고 변산농민들을 부농으로 만든 변산농협 APC의 성공사례를 취재하면서 변산농협 직원들이 갖고 있는 농민조합원을 위하고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열정이 부러움을 사게 했다. 변산농협은 일개 면단위 농협이다. 5, 6개 지역단위 농협을 합병해 거대농협들로 탄생했지만, 변산이라는 면지역 농협보다 못한 실적을 내는 농협으로 전락한 보은의 농협들은 어디서부터 삐걱거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조합원들의 불신을 사는 것일까? 변산농협엔 보은과 다른 무엇이 있는지 변산농협 APC 성공사례에 주목해보자.

◆재배기술지도도 농협이 한다
 흔히 농민은 생산만해놓으면 판매는 농협이 전담한다는 문구를 구호처럼 사용한다. 변산농협은 농민들의 몫이라고 했던 생산에 까지 깊숙하게 관여를 한다. 이는 변산농협이 양파를 변산의 대표적인 소득작물로 만든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변산농협이 양파 판매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7년 경이다. 양파 매출액은 벼에 비해 3배 이상 많았고 기상여건과 토질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품목이라는 판단 아래 양파를 소득작목으로 집중 육성에 나섰고 무엇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질의 우수한 양파를 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변산농협은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품종을 통일했다. 벼를 육묘해 농가에 공급하는 것처럼 단일 품종의 양파를 포트에 육묘해 농가에 보급했다. 변산농협 APC에 양파를 판매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농협에서 공급한 양파 육묘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 변산농협은 계약재배 농가들에게 품종통일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방침에 따르지 않는 농업인들은 과감히 제외시켰다.

농업인들이 각자 선호하는 품종을 제각각으로 심다보면 품질이 천차만별이고 이는 소비지에서 변산 양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품종을 통일시킨 후 논밭에 식재돼 수확까지는 오롯이 농가의 몫이지만 농협은 농가가 제대로 양파를 재배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즉 전체 계약재배 농가의 농장을 1년이면 7, 8차례 돌며 양파의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병충해 관리, 비배관리 등 맞춤 처방을 하고 각종 영농정보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제공하는 등 지도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170여개에 달하는 모든 계약재배농장마다 7, 8회 방문하는 기술지도는 군내 농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렇게 파종에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재배방법을 통일해 지역여건에 맞는 표준 재배 매뉴얼(지침)을 만들었다. 무게대로 농가수취가격이 결정되니 자연적으로 농민들은 농협이 제시한 표준매뉴얼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2013년에는 평당 18~25㎏ 생산 농가가 63명에서 지난해 78명으로 늘었고, 25~30㎏ 생산농가도 2013년 22명에서 50명으로 늘었다. 평당 30㎏ 이상 생산 농가도 2013년 11명에서 19명으로 늘었다.

◆무조건 교육받아야 계약
변산농협 양파를 최고로 치는데는 위와 같은 재배기술지도도 역할을 했지만, 농협이 주관하는 농민 교육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변산농협 양파계약재배농가가 되기 위해서는 매년 7월, 이듬해 1월, 그리고 4월에 교육을 실시하는데 작기 중 실시하는 3회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7월 교육엔 계약재배조건을 제시, 신청을 받고 종자 선택에서부터 12월까지 재배과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1월부터 4월까지 재배교육, 4월엔 4월 말부터 6월 수확기까지 과정을 교육한다.

교육에서는 양파 파종 전 농가별로 전년도 농장 상태를 찍은 자료사진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또 농가가 해당내용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때까지 반복 교육을 펼치는 등 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체 집합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 보충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계약에서 탈락된다. 강제적이지만 농협이 원하는 품질의 양파를 얻기 위해 농협은 이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한다.

특히 교육을 통해서는 수매 후 썩은 양파가 10%이상 발생한 농가, 과거 3년 사이 물량을 위약한 농가, 규격미달품 10%이상 발생농가 등 계약재배를 할 수 없는 대상자가 되면 3년~5년간 참여를 할 수 없다. 반면 계약조건을 성실히 이행하면 생산자재지원, 정보제공, 선도금 무이자 50% 지원, 가격 폭락시도 계약물량 전량수매, 수익발생시 일부 환원 등의 혜택을 주는 등 당근과 채찍으로 농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APC, 잘 지어놓은 집이 아니다
이와같은 노력으로 양파를 변산의 대표 소득작물로 만들었지만 원물이 좋아도 보관 선별을 잘못하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변산농협은 저장, 선별 시설을 최적화하는데 노력했다.

변산농협의 양파 유통사업은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정도였다. 1997년 당시 변산농협엔 APC도 없고 흔한 저온저장고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채소안정화 사업자금을 받아 양파 판매사업을 했다.

첫 판매사업 신고식은 혹독했다. 변산에서 70㎞ 떨어진 전주농협 저온저장고를 빌려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양파를 저장했는데 당시 20㎏ 2만망(400톤)이 모두 썩어버린 것이다.

농협은 그래도 양파 매취사업을 거두지 않고 계속 했다. 물론 이 기간 남의 농협이나 민간 저장고를 빌려 양파를 저장해왔다. 그러면서 이 저장고는 무엇이 장점이고, 이 저장고는 무엇이 단점인지 등 남의 저장고를 이용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했다. 2009년 산지APC 사업이 확정된 후 어떻게 지어야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7, 8년간의 학습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현장에 그대로 적용됐다.

설계사들은 보관용기를 어떻게 넣어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저장력은 어떤지 등에 대해 잘 모르기 대문에 변산농협은 그동안 남의 저장고를 임대해 유통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전문가 집단인 한국수확후협회의 노하우를 접목해 양파 전문 APC를 건립했다.

◆부패율 줄이는 방법도 찾아
변산농협은 APC를 지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양파의 부패율 줄이기에 주안점을 뒀다. 농업인들이 애써 생산한 양파가 저장하는 동안 썩어버리면 결국 농가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종자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저장성이 높은 종자를 선택한 후 2011년 차압식 저장이라는 새로운 저장법을 도입했다. 차압식 저장법은 저온저장고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온저장고 내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켜 양파를 최대한 건조한 상태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기존 저장방식은 양파 한망에 썩은 양파가 발생하면 다른 양파도 같이 부패되면서 상품성을 떨어뜨리지만 차압식 저장을 하게 되면 썩은 양파하나만 그대로 말려서 부패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또 차압식 특수 제작된 철제 팔레트를 이용해 벌크 상태로 저장하면서 20㎏단위 망으로 저장하는 방식보다 양파 저장량을 갑절 이상 늘릴 수 있다. 아울러 판매처로 출하하기 전 벌크 상태로 저장됐던 양파를 다시 무게단위로 선별해 출하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불만을 줄였다.

양파는 으레 썩는 품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이제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저장기술을 과감히 도입한 것인데, 이 저장법으로 종전 30%이상 됐던 부패율이 2, 3%로 줄었고 이는 곧바로 소득과 연결돼 경제적 이득은 무려 4억원에 달했다.

또 신선한 공기를 저장고 내부에 주입하는 쿨러의 실외기도 보통의 APC는 건물 앞의 번듯함을 보여주기 위해 건물 뒤편에 설치하는데 변산농협은 건물 앞에 설치했다.

신택수(55) 전무는 "저장고 내부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가도록 하는 기계는 매우 중요한데 아무래도 건물 뒤편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점검도 등한시 할 수 있다. 고장이 나고 문제가 발생한 후 우왕좌왕하다 뒤늦게 건물 뒤에 있는 실외기가 멈춰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우리 농협은 직원들이나 농민들이 매일 APC를 오가면서 관심을 갖도록 건물 앞에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을 자르지 않고도 당도를 측정할 수 있는 비파기를 응용해 양파 속이 썩었는지 판별하고  중량대로 선별되는 과일 선별기를 응용, 변산농협 만의 양파 선별기도 개발했다.

◆변산농협에도 사람이 있었다
APC 시작부터 끝, 그리고 차압식 저장법, 양파 적재용 팔레트 망 개발, 표준 재배매뉴얼 정립 등 변산농협의 양파 판매사업에는 18년간 이 사업에 매진한 신택수라는 전문가가 있다. 농업 전공도 아니고 기계 전공도 아닌 직급은 농협의 전무이지만 경험으로 터득한 '경험 박사'이다.

양파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매취한 400톤 전량을 썩혀서 버리고 또 지난해 양파풍작으로 인한 가격폭락으로 3억 6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보던 변산농협이 3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다른 엉뚱한 사업에 투자해서  입은 손실도 아니고 변산농협 농민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사업을 하다 입은 손실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이해를 해줬다.

양파에 미친(?) 신택수(55)는 전무는 3년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 변산농협은 양파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후계를 육성하고 있다.

인력확보까지 포함된 양파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는 변산농협은 지난해 면내 양파 생산량 4천톤 중 90%를 처리,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50억원이 투입된 변산농협 APC가 준공되면 인근의 화산·계화면에도 표준 재배메뉴얼을 적용, 변산 양파와 같은 품질의 양파생산을 지도해  양파 1천톤을 추가 유통할 예정이다.

이같이 생산량이 증가하면 단단(경도)하고, 아삭아삭하고 저장성이 우수한 변산양파의 공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문량을 다 공급해주지 못했던 현안이 해결되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에 양파를 수출(40톤)한 변산농협은 미국 수출을 계기로 내수에서 수출까지 넓혀 나갈 계획이다.

서구화된 우리의 식단을 반영하고 고기를 많이 먹는 서구쪽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둥글납작한 형태의 유럽 양파재배도 계획하고 있다.

또 1차산물로만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2차 기능성 식품까지 개발하는 등 부가가치도 높이는 단순한 산물 형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번 변산농협 APC 사례를 취재하면 사업에 애착이 있는 직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 돈 아니라고 설계사에게 "APC 하나 설계해주쇼" 라고 주문을 넣고 그들이 설계한대로 자재들여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저장할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동종의 농산물을 저장하는 타 지역의 저장시설 등을 견학하고, 장단점을 분석해 가장 우수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해야 한다.

2013년 보은농협이 매취한 감자의 상당량이 썩어서 인근 논에 버렸다는 제보가 있었다. 변산농협이 양파의 썩는 것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해 차압식 저장법을 개발했던 노력을 보은농협에서 했다면 최소한 썩어서 버리는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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