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②문경농협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②문경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7.08 23:20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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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과장이 전국제일의 사과 전문APC로 발전
▲ 지난 5월 26일 방문한 문경농협APC. 선별단원들이 여과기를 통해 무게와 크기별로 선별된 사과를 박스에 담고 있는 모습.

똑같은 사업을 하고 똑같은 농작물을 재배해도 성공하고 발전하는 곳엔 다른 그 무엇이 있다. 농협이든, 농민이든, 자치단체든 마찬가지다.
다른 그 무엇의 하나가 그 일에 미쳐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문경농협이 바로 그 사례다.
사과 전문 APC로 유명한 문경읍의 문경농협APC에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총괄하는 남형진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농협 APC운영협의회가 190여개에 달하는 전국 농협APC 운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문경농협 APC가 금상을 수상했다. 남형진 본부장은 문경농협이 이같은 화려한 실적을 가진 것은 여러 사람, 여러 부문이 힘을 합한 것이고 특히  조합원과의 소통과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신뢰쌓이니 돌아섰던 조합원도 돌아와
과거 탄광지였던 문경은 탄광업 쇠퇴 후 사과재배를 시작해 지금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사과주산지이다. 문경농협이 사과를 취급하면서 처음부터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1993년 991㎡ 규모의 선과장과 661㎡ 크기의 저온저장고로 시작해 2001년엔 APC(에이피시, 산지농산물유통센터)로 지정 받아 유통활성화 사업을 전개했지만 농민들이 위탁한 사과를 제대로 팔지 못해 한겨울에 어는 등 피해를 입혀 농민들과 마찰이 잦았다.
이로인해 아예 농협에 사과를 내지 않는 불신으로 이어져 2002년까지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문경농협 직원들은 퇴근 후 작목반 을 찾아다니며 반원들에게 농협애용을 독려하며 반원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거래처를 확보하고 판로 개척에 나서 농협에 위탁한 사과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자 농민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4년 추석대목에는 거래처에 물량을 제 때 공급하기 위해 직원들이 새벽까지 선별, 포장작업을 하는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 그러자 젊은 층으로 구성된 1~2개작목반이 APC 사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마음을 여는 등 농협과 조합원간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농협이 판매를 맡아주면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작목반원 부부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열두시까지 직원들과 함께 선별 포장을 하는 등 작업을 했다.
기대한 만큼 가격이 나오지 않을때는 조합원들이 사과를 내동댕이치며 담당자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문경농협 APC는 농민 조합원들의 불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2008년부터는 출하농가 전부가 불만을 제기하는 일 없이 농협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게 됐다.
현재 문경농협 APC는 지난해 6천300여톤을 처리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문경읍 관내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또 10여년 전부터 일본에 사과를 수출, 지난해에는 15톤, 7만7천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내수가격이 좋아 내수에 집중하지만 시세를 봐가며 내수와 수출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국내외를 넘나들며 사과를 유통시키고 있는 문경농협 APC는 현재 지역내 4천356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신뢰를 듬뿍받는 사과 전문 APC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APC 활성화가 농가 소득으로 연결
노진수 사과발전협의회장은 "농협 APC가 자리를 잡으면서 농가 소득도 크게 늘었다. 상인들과 거래할 때는 사과 값이 내려가면 제값을 받기 어려웠는데 농협에 출하하면서 부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농가들에게 지급하는 가격도 전국 평균 시세보다 10% 정도 높게 책정해 문경지역은 아예 사과 수집상들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또 "농협이 책임지고 판매를 해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오로지 생산에만 전념하면 된다"며 농협에 큰 신뢰를 보냈다.
농협과 농민간의 이같은 신뢰는 문경농협 APC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 명절등을 제외하고 일년 365일중 360일을 가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농협을 이같이 무한 신뢰하는 데는 농협의 판매가 큰 역할을 했다. 대형유통매장을 비롯해 구리 및 양재동 공판장에 출하하는 등 안정적인 판로 확보로 그야말로 농민들은 고품질의 사과만 생산하면 되는 체제가 된 것이다.
문경농협의 사과 판매사업은 수탁이 아닌 대부분 매취를 하는데 농가에서는 개인적으로 택배할 것 일부만 제외하고 산물벼 수매를 하듯이 과수원에서 원물 상태로 농협에 수송해온다. 문경농협APC는 정부에서 특등벼, 1등 벼, 2등 벼의 품위를 정해놓고 수매를 하듯이 사전 사과 품위를 정해놓고 농가와 매취 계약을 한 후 수매를 한다고 한다.
즉 조합원들이 가져오는 사과를 크기와 당도, 빛깔 등 상품성에 따라 엄정하게 구분하고 등급에 따라 가격을 책정해 등급에 따라 농가 수취가격이 결정된다. 농협은 농민들로부터 어떤 품질의 사과도 받지만 농가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고품질 사과가 많이 생산되고 이로인해 농가 소득도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남형진 본부장은 "문경은 80%가 사과이고 오미자 10%가 조금 넘고, 나머지가 벼, 채소 등 기타작목이 차지한다"며 "문경농협의 예수금이 매년 100억원 이상 늘고 있는데 이는 사과농가의 소득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사업 활성화 위한 비책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가 우선인 문경농협APC엔 유통전문가들이 센터에 포진돼 있다. 농협은 동일업무 2년, 동일사무소 5년 근무가 기본이지만 문경농협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인사를 하고 있다. 특히 유통은 전문성이 중요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체제로 운영된다. 남형진 본부장도 이 업무만 10년 이상 보고 있다. 물론 지점, 본점에서도 근무했지만 3개월, 5개월 정도 근무하고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같은 조직운영으로 문경농협은 지난 2010년부터는 경제사업 비중이 70%이상 차지할 정도이고 판매사업의 비중도 신장했다.이는 농민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주력한 조직 운영에 따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또 농산물 품질 관리와 마케팅 업무를 전담하는 유통전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산지유통실무교육과 농산물 마케팅 교육 등을 실시해 실무 능력을 높이고 있는 것. 이에따라 초창기에는 직원들이 판매처 확보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지금은 유통업체에서 찾아올 정도가 됐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고품질 사과생산을 위해 조합원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재배기술 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시행하고 작목반을 탑푸르트, 농산물 우수관리제(GAP), 친환경, 일반 등으로 구분해 운영하며 농민들의 품질향상을 돕고 있다. 작목반별로도 이같이 등급이 매겨지니까 더 높은 단계의 작목반으로 들어가기 위해 농가들 스스로의 노력도 배가되고 있다.
또 작목반원들의 농협 이용실적을 평가해 시상하는 제도도 작목반원들의 선의의 경쟁 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작목반의 농협 이용실적을 반원수로 나눠 평균액이 높은 순으로 등수를 매겨 시상금을 주는 것. 처음에는 작목반과 작목반장에게 10만원씩의 시상금을 주었으나 효과가 없자 1등 작목반은 500만원, 2등 작목반은 300만원, 3등 작목반 100만원으로 시상금을 줘 작목반의 농협이용에 대한 경쟁심을 불러왔다.
이에따라 현재는 작목반원의 반원 당 농협 이용실적이 평균 7천만원 이상은 돼야 입상권에 들 만큼 작목반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또 농약 구매액의 11%를 이용장려금으로 지급하고 사과 재배 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농가에 다양한 실익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인센티브가 작목반 사이에서 경쟁이 되어 반원들 스스로 고품질 농산물 생산열기를 고조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농협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온 당근책이 된 것이다.
문경농협의 사례를 취재하면서 보은의 사례와 상당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농협 경영도 문경에 뒤쳐지지만 작목 선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문경농협은 기존의 주요 작물인 사과를 이용했지만 보은은 사과가 주 소득작목이면서도 농협이 유통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량을 농가가 개별적으로 판매하고 농협은 각종 유통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보은농협이 APC를 처음 가동할 때 보은농협 관할만 보지 말고 사업권역을 보은군 전체로 보고 농산물을 선정했다면 지금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즉 남보은농협과 연합해 사과를 주 작목으로 했거나 아니면 감자를 취급하더라도 기존 해태에 감자를 납품했던 남보은농협 관할 농민조합원과 연합했다면 2013년과 같은 폐해는 없었을 것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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