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①가야농협
보은농협 APC희망일구기 ①가야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7.01 20:50
  • 호수 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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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 그게 뭔데? 산지유통시설의 모델을 찾다
▲ 가공농산물도 아닌 생물 파프리카를 일본에 수출, 1천만불을 기록한 가야농협 파프리카 선별단.

공산품 뿐만 아니라 농산물도 잘만 생산하면 팔리던 시대는 갔다. 남들과 뭔가 다르거나 기본의 것보다 새롭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관심 자체를 끌기가 어렵다. 별도의 상품화 과정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는 커녕 공급물량을 처리하기 조차 힘든 시대다.
그래서 농산물을 수집, 선별해 규격화, 표준화한 다음 소비지로 출하는 산지유통시설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이에따라 농협마다 농산물 산지 유통시설의 핵심인 APC(에이피시,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설치가 의무처럼 돼 있다.
보은농협도 지난 2012년 12월 보조 및 농협 자부담을 포함 총 25억원을 들여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집하, 선별부터 포장 상품화, 저장 및 출하 등 농산물 유통을 위한 전 과정을 맡아서 할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준공,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산지유통시설 운영에 대한 노하우 및 특별한 작목이 없었던 보은농협은 2013년 처음으로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가동을 위해 감자계약재배를 실시했으나, 농협중앙회 감사 결과 감자로만 13억800여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기도의 농협 등에서는 보은농협에 감자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 보은농협이 공탁한 7억800여만원을 찾아갔다.
현재 보은농협이 이에 불복, 2심이 진행 중에 있는 가운데 보은농협 부실경영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보은농협 감자사업 실패의 책임을 묻는 상임이사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며 총회소집을 요구하는 등 보은농협의 APC 운영 실패에 대한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본보는 APC 운영 선진 농협의 운영사례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보은농협 APC 운영을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편집자주 -

 

◆조합장 소신이 APC 성공의 1등공신
가야농협은 APC를 통해 파프리카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데 그 실적이 어마어마하다. 단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그것도 가공식품도 아닌 생물인 농산물로 지난해 1천만불(120억원)을 달성했다. 처음 수출을 했던 2001년 39만불을 올렸을 때도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수출액이 꾸준히 증가해 2012년 600만불, 2013년 874만불까지 상승했고, 수출을 시작한지 13년 만에 1천만불을 기록한 것이다.
더욱이 이 수출금액은 전국 농협 중에서는 최초로 단일품목으로 거둔 수출액이어서 전국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현대식 시설을 갖춘 APC를 설립하기 전 간이 선과장을 활용하다 보은농협보다 겨우 1년 앞선 지난 2011년 지금의 산지유통센터를 건립한 후 얻은 쾌거다.
이같은 실적을 올린데는 가야농협 최덕규 조합장의 경영철학이 1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야농협 공채 1기인 최덕규(64) 조합장이 사표를 던지고 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것은 1990년 39살 때다. 그 이후 올해 2월 치러진 전국조합장동시선거까지 내리 7선을 했다. 7선 조합장이란 타이틀엔 최 조합장의 소신있는 농협 경영이 작용을 했는데 특히 경제사업, 특히 농산물 판매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을 보였다.
처음 고랭지에서 화훼농사를 짓고 백합은 수출까지 했던 가야농협 조합원들은 1997년 IMF로 줄도산, 야반도주할 정도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고 가야농협은 물론 가야면 전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당시 최 조합장은 농민도 살고 농협도 살 수 있는 구제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해발 700고지 이상을 이루는 지역특성을 활용한 고랭지 파프리카 재배를 찾아냈다.
하지만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또 생소한 작목으로 인해 소득보장을 받을 수 없었던 농민들은 가야농협의 시책을 잘 따라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조합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은 신성장 작목인 파프리카 정착을 위해 조합원들 설득에 나섰다. 최 조합장은 돈이 없는 농민 조합원을 위해 시설투자비용 대출에 따른 보증을 서주면서까지 파프리카 작목을 권장, 육성했다.
물론 보증책임에 대한 불안심리도 있었으나 조합장은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을 담보로 보증을 선 것이고, 조합장의 철학과 소신이 조합원들에게 통해 파프리카 재배에 성공했다. 그리고 수확한 파프리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로 이어져 농가소득까지 크게 늘었다.
파프리카 재배농민들의 소득이 높다는 것이 소문이 나자 과거 화훼농사 실패로 야반도주했던 농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파프리카를 재배해 가야면은 강원도와 남원운봉지역과 함께 여름 파프리카 3대 재배지로 이름이 났다. 현재는 해발 700미터 이상 고랭지에서 생산되는데 국내 파프리카 재배지중 강원도를 제외한 단일 지역 중 재배면적(전체 13만8천800㎡)이 가장 넓다.
소득도 높아 전국적으로 국민 1인당 소득이 지난 연말 기준으로 2만8천불이지만 가야면의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마을단위 소득은 4, 5만불까지 오를 정도로 1인당 국민소득을 훨씬 초과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윤택하다.
최덕규 조합장은 지역에 맞지 않는 작목을 하다보면 농민을 빚쟁이로 만들 수 있고 농협도 엄청난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타 농협의 운영사례를 견학하고 또 지역의 기존자원을 활용하기보다 사전 충분히 시장흐름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목을 선정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은농협과 크게 다르다.
작목을 선정한 후에는 APC를 가동시킬 인력 육성이 필요했다. "협동조합은 경제사업을 잘해야 한다. 힘은 더 들지만 보람은 크다"고 말한 최 조합장은 경제사업, 특히 판매사업 성공을 위해 직원들을 유통전문가로 육성했다.
일정기간 근무하면 자리이동을 하는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하지만 가야농협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경제파트는 예외로 10년이상 자리이동 없이 근무한다. 즉 해당 근무자는 강제휴가를 하고 감사팀이 재고파악 등 전반적인 검사를 거쳐 다시 그 자리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 근무를 계속해도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의 지침에는 어긋난 인사지만 유통전문가를 키우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조합장의 소신이 주효했고 그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손충모 경제상무와 서동열 과장이 이 케이스인데 손 상무의 경우 대리부터 지금까지 15년 이상 근무하고 있고 그 아래 서동열 과장도 10년째 근무하며, 환상적인 콤비를 이뤄 가야농협 APC 등 판매사업의 실적을 높이고 있다.
잦은 인사이동이 아닌 직원들의 업무실적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성을 살려 배치하고 이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 투자는 과감하다. 농협대학에서 실시하는 마케팅리더는 필수코스이고 지금은 유통전문가 과정을 연수중인데 1인당 유통 전문가과정에 소요되는 교육비용만도 1천만원 이상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일본출장으로 현지사정을 파악해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을 물론이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대한 교육 및 해외출장을 권장해 농산물 유통전문가로 키우고 이들이 현장에서 농민들을 지도해 농가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등 선순환 시스템을 보이고 있다.

◆어디에도 없는 가야농협만의 APC
이렇게 교육을 통해 유통전문가로 육성된 직원들은 현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APC 표준설계도가 있고 또 전국 현장을 다니기도 했지만 APC가 일반화 되지 않았던 때여서 견본이라고 할 만한 사례는 물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특히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협도 없었기 때문에 손충모 경제상무는 가야농협 APC 건립을 위해 독학을 하며 가설계까지 해 전국 어디에도 없는 가야농협만의 APC를 건립했다.
즉 쓸데없이 APC 천장을 높여 건축비용을 더 들일 필요가 없었지만 자부담 비용을 더 들여 집하장부터 예냉시설을 갖췄다. 집하장은 예냉이 잘 안돼 후끈한 것이 보통인 대부분의 APC 집하장과는 달리 가야농협에서 취급하는 파프리카는 예냉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부담 비용을 더 들이면서 까지 APC 출입문에 예냉시설을 달아 채소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APC건물을 기존 지표면보다 크게 높여 APC바닥과 운반차량 적재함 바닥 높이를 맞춰 물류 수송을 원활함을 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 표준안대로 설계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그래서 가야농협의 APC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협과 같은 일본의 JA 즉 전농에서까지 견학을 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야농협 수출전문 APC는 전체 7천184㎡에 선별 집하 및 저온저장고 각 1동, 전처리시설 4동으로 돼 있으며 1일 15톤을 처리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름철에만 재배했으나 올해부터는 겨울철에도 재배해(3만9천600㎡) APC연중 가동이 가능해졌다.

◆APC연중 가동으로 생산성 높여야
최덕규 조합장은 "APC는 시설을 안놀리고 연중 가동이 중요하지만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 돌리면 잘 돌아간다고 하는데 APC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중 가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고랭지 여름 파프리카의 원조인 가야농협도 기존에는 5월 출하를 시작해 12월까지 출하를 마치면 다시 5월 출하까지 APC 시설을 휴장했으나 지난 겨울 겨울파프리카 재배에 성공해 연중 가동 체제로 성장했다.
이로인해 가야농협은 APC 가동력을 높이고 농가는 2모작까지 가능하게 되는 등 작기 확대에 따라 농협 실적은 물론 농가소득도 배가되는 등 1석2조가 됐다.
최 조합장은 "책대로 했다면 즉 원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물건을 담보할 능력이 있어야만 융자를 했다면, 오늘의 가야농협, 조합원은 있을 수 없지만 잘 될 것이라는 긍정을 담보로 해서 성공한 것이다.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특별한 철학이 없으면 안된다"며 "작목 선택에서부터 농가육성, 그리고 직원들을 유통전문가를 키워야 판매농협을 구현하고,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조합장으로서의 소신있는 경영을 역설했다.
가야농협은 APC를 가동할 농산물을 갖고 있었고 기존 시설 활용으로 노하우를 축적해놓고, 규모 확대에 따른 시설 확충 현안으로 신규 산지유통센터를 확보한 것이다. 즉 가야농협은 필요성에 의해 시설을 확충한 것이다.
속리산유통회사에서 확보했던  산지유통센터를 이 회사의 해산으로 보은농협 APC를  승계(?)했다. 사실상 보은농협은 절대적으로 꼭 필요로 했던 시설로 여기지 않던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지금의 착오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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