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머무는 속리산둘레길이 되는 성공전략 ⑤한라산둘레길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찾고 머무는 속리산둘레길이 되는 성공전략 ⑤한라산둘레길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06.17 21:45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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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발길을 머물게 하는 한라산둘레길
▲ 한라산둘레길 중 동백길 구간으로 등산로의 흙 유실을 막기위해 환경친화적인 나무껍질을 엮어 길 바닥을 깔았다.

제주도 바닷가에 제주올레길이 있다면, 제주도 중산간에는 한라산둘레길이 있다. 걷기 열풍을 불러온 올레길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산림청은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집중되는 탐방객의 분산을 유도하고, 올레길에서는 만나 볼 수 없는 역사, 생태, 산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을 조성하기 위해 약 11억3천만원을 투입해 2010년부터 돌오름길과 동백길, 수악길, 사려니숲길의 4개 구간을 조성·개통했다. 여기에 올해 3월 천아숲길 11㎞ 구간을 추가 개통해 총 63km의 둘레길이 탐방객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다만, 한라산 북쪽지역인 천아수원지에서 사려니숲길 입구까지 약 20km 구간은 아직 미개통 구간으로 남아 있다.

한라산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도로)와 임도, 표고버섯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해 천아오름, 노로오름, 돌오름, 거린사슴오름, 법정사, 시오름,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장, 수악교, 이승악, 사려니오름, 물찻오름, 비자림로 등을 연결하는 약 80km의 숲길이다.

주변에는 옛 등산로와 일제강점기 때 임산자원 수송로, 병참로, 항일운동지인 무오법정사, 숯가마터, 화전마을터, 표고버섯 등 임산물 재배지가 있으며, 제주도에 산재한 368개 오름 중 20여개의 오름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인증한 산림청 제주시험림 등 울창한 자연림과 삼나무숲, 편백나무숲, 동백나무숲이 있어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원시림을 걸으면서 역사, 자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명품 숲길이다.

사려니숲길은 한라산 동쪽 원시림에 조성된 약 16㎞ 길이의 숲길로, 1993년 숲을 경영하고 보호하기 위한 임도(교래리 임도)와 표고버섯 재배농가들을 위한 통행로로 개설됐다. 이후 이국적인 숲과 계곡, 오름 등으로 인해 아름다운 숲길로 알려지면서 도보객과 MTB 마니아들의 발길이 늘어났고,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임도에 붉은 화산송이를 포설하고 이정표와 안내판, 화장실 등을 설치해 2009년 5월부터 트레킹 코스로 개방했다.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내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평소에는 서어나무숲, 사려니오름, 붉은오름 등을 포함한 일부구간이 통제된다. 하지만 1년에 5~6월 15일간 탐방객들에게 개방하는데, 올해는 제주도 모 일간지의 주관으로 5월 23일부터 6월 6일까지 '제7회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 행사가 열렸다.

행사 마지막 날이었던 6월 6일에는 수천명의 탐방객들이 송이길 맨발걷기, 짚신체험, 금줄 소원쓰기, 사랑의 엽서보내기, 사려니숲 생태 스탬프 찍기, 사진전시회, 편백나무에 소원남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으로 돈내코탐방로까지 이어지는 13.5km의 구간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던 무오법정사와 제주도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4·3사건 주군소, 화전민 터 등과 동백 및 편백나무 군락지, 법정이오름, 어점이오름, 시오름, 강정천, 악근천(엉또폭포 지류) 등이 분포해있다. 특히 이 구간에는 한라산 난대림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가 약 20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 동백꽃 개화시기인 1~4월에는 붉은 색 터널 속을 지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돌오름길은 한라산 서쪽에 위치한 거린사슴오름(743m)에서 돌오름(1천270m) 입구 사이 5.6km의 상대적으로 짧은 구간으로, 색달천이 흐르고 졸참나무와 삼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과 함께 표고버섯 재배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한라산 남쪽의 수악길은 돈내코 탐방로에서 사려니오름 입구 사이 16.7km 구간을 말하는데, 중간에 있는 수악계곡은 5·16도로 건너편 선들계곡과 함께 팔색조의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길을 내어준 자연도 함께 행복해야
이렇게 육지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식생과 문화, 역사를 간직한 한라산둘레길은 길을 걷는 사람뿐만 아니라 길을 내어준 자연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라산둘레길은 한라산의 중산간 해발 600~1,000m의 원시림에 조성된 길이다보니, 지리산둘레길이나 소백산자락길처럼 길을 걷다가 민가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화장실이 곳곳에 필요한 상황임에도 임도를 활용해 조성된 사려니숲길을 제외하고는 화장실은 시점과 종점에만 설치해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에 충실했다.
심지어 10㎞가 넘는 구간에 잠시 앉아서 쉴 쉼터나 벤치도 조성하지 않을 정도로, 말 그대로 숲 속에 길만 내어놓고 방향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만 세워 놓았다. 공식적인 이정표는 정확히 500m마다 세워놓았으며, 여기에 둘레길을 만들면서 잘라낸 나무를 이용해 필요한 구간마다 온 거리와 남은 거리를 표시하는 이정표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한라산둘레길의 경우 숲길의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도 지리산둘레길이나 소백산자락길, 북한산둘레길과 달랐다.
다른 곳의 둘레길은 경사로에 나무계단이나 데크를 설치해 흙의 유실을 막고 식생을 보존했다면, 한라산둘레길은 친환경적인 야자나무 껍질을 길바닥에 깔아 흙의 유실을 막았다. 이렇게 한라산둘레길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자산임을 내세워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했다. 속리산둘레길의 경우도 식생 상태가 좋은 구간은 탐방객에게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인위적인 구조물을 최소화 할 필요성을 한라산둘레길에서 느낄 수 있었다.

탐방객의 재방문을 위한 노력 필요
한라산둘레길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산림청과 제주특별자치도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또다시 오도록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향후 운영관리 및 노선 추가 조성에 적극 활용키로 한라산둘레길을 찾은 336명의 탐방객을 대상으로 직접 대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조사결과, 한라산둘레길 이용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처음 방문한 사람의 95.4%가 재방문할 의사가 있으며, 99.4%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라산둘레길 탐방을 권유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 응답자 중 첫 탐방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5%이었던 반면, 2회 이상 탐방객이 절반에 가까운 43.5%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 중 연평균 등산횟수가 5~10회에 이르는 비율이 52.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등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바닷가 올레길이 아닌 한라산둘레길을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둘레길을 알게 된 계기도 주위 사람(47.6%), 인터넷(20.8%), 동호회(12.8%), 홍보 및 관광책자(5.4%), 신문·잡지(4.2%), TV·라디오(3.3%)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라산둘레길 탐방을 위한 접근성 및 교통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보통'이 37.8%, '불편'이 37.2%, '편리'가 24.7%로 나타나,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에 따른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됐다.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도 '대중교통 확대'가 44.3%로 가장 높았다.
둘레길의 성공여부는 한번 찾았던 탐방객들의 만족도 높고 낮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한라산둘레길 만족도 조사에서 엿 볼 수 있었다.
한라산둘레길 활성화를 위해서 집행부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의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제주도의원 17명은 한라산둘레길을 포함한 제주올레길, 종교순례길 등 제주도의 각종 걷는 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담은 '제주도 걷는 길 조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고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는 도지사가 걷는 길 종합관리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안전대책 계획 등을 세우도록 했으며, 걷는 길 조성·관리 원칙, 관리·운영 예산 지원근거, 걷는 길 위원회 설치·구성에 대한 내용, 걷는 길 관리·운영 수탁자의 의무와 이용자의 의무도 조례안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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