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머무는 속리산둘레길이 되는 성공전략 ④소백산자락길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찾고 머무는 속리산둘레길이 되는 성공전략 ④소백산자락길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06.10 21:12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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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자락길 동무삼기에 참가한 탐방객들이 죽령 옛길을 걷고 있다.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소백산자락길
소백산자락길은 영남의 진산이라고 불리는 국립공원 소백산 둘레를 한 바퀴 두르는 총 12구간 약 160㎞의 문화생태 탐방로다. 2009년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선비촌)에서 출발하는 1자락과 함께 2·3자락이 개통됐으며, 2010년 4~7자락, 2012년에 8~12자락이 모두 완성되면서 전국의 탐방객들을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충북·경북·강원 3개 도의 단양군, 영주시, 봉화군, 영월군 4개 시군을 아우르는 소백산자락길은 모두 12구간으로, 경북 영주시에 속한 것이 1·2·3·11·12자락이고, 4·5·6·7자락은 충북 단양군, 8자락은 강원 영월군, 9·10자락은 경북 봉화군에 속해 있다. 미세하지만 생태적, 문화적 경계로 각 자락길이 구분되어 같은 듯 조금씩 다른 뛰어난 경치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행정구역을 달리하는 3도 접경의 생활문화의 특징까지 감상할 수 있음은 보너스이다.
올망졸망한 마을 앞 시냇가를 지나고 빨갛게 달린 사과농원 옆길을 걷노라면 전형적인 농산촌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국립공원 구간을 통과할 때는 잘 보존된 원시상태의 숲 터널 속에서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백산의 명성과 어울리게 부석사를 위시한 성혈사, 비로사, 희방사, 구인사 등 대찰과 불교유적을 자락길 속에 품고 있다.
또한, 자락길을 걸으면서 소수서원, 순흥향교, 정감록촌, 풍기인삼밭, 죽령 장승공원 및 주막터, 죽령옛길, 온달산성, 화전민 및 대장간 터, 김삿갓묘, 보부상 위령비, 두레골 및 덕현 서낭당 등 셀 수 없는 정도의 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어 쏠쏠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이렇게 소백산자락길이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숲길이 된 것은 (사)영주문화연구회(회장 이형섭)의 절대적인 기여가 밑바탕이 됐다. 1990년 10월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영주시 각 문화단체 대표들이 모여 창립한 영주문화연구회는 죽령장승제를 비롯해 비로봉 눈꽃축제, 고을나들이 등 문화 및 역사와 관련된 행사를 주관해왔다.
이런 인연으로 2009년부터 시작된 소백산자락길 조성사업을 영주문화연구회가 주도하게 됐다. 당시 영주문화연구회 회원들은 직접 노선을 정하기 위해 4개 시군의 소백산 자락을 매주 쉼 없이 찾아다니는 열정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으로 전국의 어느 둘레길보다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소백산자락길이 만들어졌다.
소백산자락길은 2009년 문화관광체육부가 전국에서 7곳을 선정하는 문화생태 탐방로에 당시 30여개 길을 제치고 1위(현재 1~3자락인 소수서원~죽계구곡~비로사~정감록촌~주막촌~죽령옛길 구간이 응모)로 선정됐으며, 2010년에는 생태관광 10대 모델사업으로 당당히 선정됐다. 특히 2011년 7월에는 문화관광체육부가 주최하는 생태관광 부분 최고의 영예인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는데, 길로서는 제주 올레에 이어 두 번째이고 아직까지는 추가 선정된 길이 없는 상황이다.
소백산자락길위원회 배용호 위원장은 "소백산자락길이 제주올레와 함께 단 두 곳 밖에 없는 생태관광의 길로 평가받았다"면서 "훼손되지 않은 소백산의 생태, 주변의 문화역사 유적, 그리고 민간을 중심으로 국립공원과 지자체가 함께 협조가 잘 되는 지속가능성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민·관의 협조 속에 자락길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강조했다.

걷고 쉬고 즐길 사람을 위한 자락길
소백산자락길이 내세운 모토는 '걷고 쉬고 즐기는 행복한 자락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길게 뻗어 나간 산 따위에서 갈라져 나간 갈래라는 의미로, 흔히 '산자락'이라고 부를 때의 '자락'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소백산자락길위원회에서 별도로 붙인 의미로, 스스로 즐긴다는 의미의 자락(自樂)이다. 다시 말해 소백산자락길에서 걸으면서 '자신의 몸과 마을을 즐겁게 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속리산둘레길도 지리산, 한라산, 북한산에 붙여진 흔한 둘레길 외에 의미를 붙인 별도의 이름도 필요할 뜻하다.
자락길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각 자락길 마다 2~3길을 나눠 해당 마을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길을 별도로 지었다. 가령 1자락길인 소수서원(선비촌)~삼가매표소 구간의 경우 3개 길로 이뤄져 있는데, 선비길, 구곡길, 달밭길이다.
선비길은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접하고 있는 길로 서원을 드나드는 선비를 연상시키는 선비길로 명명됐다. 구곡길은 경북지역에서 유명한 계곡으로 알려진 죽계구곡과 월전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다보니 구곡길로 이름이 지어졌다. 달밭길은 화전민이 살았던 흔적인 움막과 토굴 등의 유적이 있는 남아 있는 자연마을인 달밭골의 이름을 따서 달밭길로 명명했다.
이렇게 소백산자락길은 1자락에서 12자락까지 각 자락마다 문화와 역사가 연관된 3개씩의 작은 길 이름을 갖고 있다. 그 수만큼이나 자락길은 작은 문화권으로 세분화된다. 다른 지역의 둘레길에서는 찾기 어려운 사례로, 속리산둘레길도 마을의 역사, 문화, 지명 등과 연관 지어 소구간의 길 이름을 별도로 짓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하다.
이와 함께 소백산자락길은 지리산둘레길처럼 많은 탐방객(문제가 되는 것은 당일치기로 관광차원에서 오는 탐방객들이 문제)이 오는 것보다는 진정으로 숲길이 좋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지나친 홍보는 하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인기 TV프로그램인 '1박2일'로 인해 지리산둘레길이 소위 대박이 난 것을 본 지자체에서 '1박2일'을 유치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영주문화연구회에서 "뜨면 바로 망가진다. 천천히 달아올라야 천천히 식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했다고 한다.
소백산자락길위원회에서는 탐방객 유치에 연연하지 않는 대신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이끌어내고 한번 찾은 탐방객들이 다시 찾도록 하는 '소백산자락길 동무삼기' 행사를 매달 실시하고 있다. 자락길 홍보와 운영측면에서도 겉만 번지르르 하게 성과만 내는 것이 아닌 자락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선비의 고장다운 '중용'을 지키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소백산자락길의 동무가 된 '동무삼기'
소백산자락길위원회(위원장 배용호, 전 영주시교육장)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소백산자락길 동무삼기' 행사를 하고 있다. 행사취지는 탐방객들이 자락길을 걸으며 심신의 피로를 풀고 마음을 정화하는 힐링 트레킹이다.
행사 이름을 '동무삼기'로 한 것은 자락길을 걸으면서 서로 길 동무가 되어 편안하게 대화도 하면서 친한 동무가 되라는 뜻과 함께 자락길을 한번이라도 걸었던 탐방객들을 소백산자락길의 '동무'로 만드는 즉, 우호세력으로 만들려는 뜻도 함께 담고 있다.
영주시를 비롯한 소백산 인근 지자체 주민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길은 외지인들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1~3자락길이 만들어진 직후부터 '동무삼기'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한다. 참가신청은 소백산자락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는데, 참가신청 접수시작 3~4일이면 제한인원인 40명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난 5월 30일 올해 들어 6번째 열리는 '소백산자락길 동무삼기' 행사에 직접 참가해 보았다. 이날 '동무삼기' 행사는 소백산철쭉제와 연계를 위해 6월 행사를 1주일 앞당겨져 열리게 됐으며, 탐방코스는 3자락으로 죽령옛길과 용부원길, 장림말길로 구성된 11.4km이다.
이날 동무삼기에 참가한 탐방객 37명이다. 보통 동무삼기 탐방객의 비율은 영주시를 비롯해 소백산 인근 지역주민 70%, 외지인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소백산자락길위원회에서도 배용호 위원장과 송태창 부위원장, 황재혁 간사 등 운영위원들이 대거 참여해 탐방객들과 함께 했다. 회원들이 소백산자락길의 노선을 정하고 길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만큼 모두 열정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준비된 관광버스를 타고 영주시민회관을 출발해 희방사역(영주시에서는 소백산역이라고 부르고 있음)으로 향했다. 희방사역은 소백산자락길로 인해 다시 살아났다고 하는데, 소백산자락길을 찾는 탐방객이 늘어나면서 통과역이 될 뻔한 역이 정차역이 됐다고 한다. 간단히 준비체조를 하고 배용호 위원장을 선두로 3자락길 탐방에 나섰다.
'죽령옛길'은 한양으로 가는 영남의 3대 관문 중 하나로서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의 치열한 격전장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의 과거길이자 보부상의 장삿길이었으며, 서민들의 애환이 전설이 되어 아직도 그 흔적들이 남아있는 살아 있는 길이다. 특히 죽령옛길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길 중에 길을 뚫은 연대와 사람이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길로, 신라 아달라왕 5년(서기 158년) 죽죽(竹竹)공이 개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길로서는 최초로 국가명승 30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용부원길'은 중앙선 철도의 360°회전터널 일명 '똬리굴'과 국내 최장의 중앙고속도로 터널(4.6km) 위로 지나며, 죽령을 넘기 전 중요한 역이었던 죽령역(현재는 통과역이 됐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림말길'의 단양군 대강면 장림마을은 죽령을 넘는 나그네들이 쉬어가는 주막이 많던 곳으로, 특히 술 빚는 주정이 발달해 '대강 막걸리'가 지금도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배경을 안고 있는 길이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꿰뚫고 있는 배용호 위원장은 3자락길과 관련된 유적, 전설을 모아 스토리텔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퇴계 이황(당시 단양군수) 선생과 친형인 온계(당시 충청감사)와 관련된 설화, 산적 소탕에 기여한 다자구 할머니의 전설, 오대산 상원사의 동종이 죽령고개를 넘어간 전설 등은 물론이고, 죽령옛길 곳곳에 남아 있는 주막 터, 화전민 터, 다랑이논 터와 통과역이 되어버린 죽령역 등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해 자락길에 대한 기억을 오래도록 남도록 했다.
죽령옛길 정상에 있는 죽령루에 다다르자, 구성진 대금소리가 들렸다. 매달 동무삼기를 행사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최대성 전 풍기초 교장이 주인공이었다.
한소리국악원 영주지부장으로 뛰어난 대금 연주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최 전 교장은 임금행차 시 사용됐던 궁중음악 연주를 비롯해 드라마 '이산' OST, 장녹수 등 낯익은 연주를 선보여 동무걷기 행사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배용호 위원장은 동무삼기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길이라는 것은 걸어야 생명력을 갖는 것이다. 걷지도 않고 풀만 나있는 길은 죽은 길이다. 동무삼기는 소백산자락길을 살아있는 길로 만드는 것이고, 다시 찾게 만드는 행사다. 한번 왔던 사람들이 다시 찾도록 하는 것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만족도인데, 지역을 잘 아는 누군가가 이 일을 해주어야 살아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
속리산둘레길이 조성된 후 지역주민들이 둘레길 홍보와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배운 '동무삼기'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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