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머무는 속리산둘레길이 되는 성공전략 ③북한산둘레길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찾고 머무는 속리산둘레길이 되는 성공전략 ③북한산둘레길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06.03 22:00
  • 호수 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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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조성된 편의시설이 탐방객의 발길을 부른다
▲ 전국의 둘레길 중에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북한산둘레길의 화장실 모습으로, 화장실간 거리까지 표시되어 있다.

천만 시민의 쉼터가 된 북한산둘레길
과거에도 북한산과 도봉산은 수도권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산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고 북한산 주변 은평뉴타운이 조성되면서 북한산과 도봉산을 찾는 탐방객이 급증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탐방객이 넘치고 넘쳐, 앞 사람 뒤통수만 보고 산을 올라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로 인해 북한산과 도봉산의 식생은 심하게 훼손됐다.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시기,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을 중심으로 자연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슬로우(SLOW) 탐방문화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추가 샛길발생 방지, 토양침식 방지, 야생 동식물 서식처 훼손방지 등을 목적으로 둘레길 조성에 나섰다.
주민들이 평소 동네 뒷산으로 산책을 다니면서 만들어졌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이다.
서울시 구간과 우이령길을 포함해 2010년 9월 7일 45.7㎞(13개 구간)를 개통하고, 2011년 6월 30일 나머지 경기권역 26.1㎞(8개 구간)을 개통해 전체 21개 코스 71.8㎞의 북한산둘레길이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이런 노력으로 북한산과 도봉산 탐방객들이 둘레길로 분산되면서 부분별한 샛길이 365개소 222㎞에서 203개 160㎞로 줄어드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고, 생태는 복원·안정되기 시작했다. 정상을 찾던 탐방객은 약 30% 가량 준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특히 정상을 오를 수 없었던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들이 둘레길 산행에 나서는 문화가 새롭게 정착됐다.
더불어 둘레길을 찾는 탐방객의 증가함에 따라, 각 코스의 시점, 종점이 되는 북한산 자락의 마을의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각 코스의 시점, 종점에는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 노선과 가까운 지하철역이 많은데, 이곳을 중심으로 상권이 크게 활성화됐다.
실제 지난 5월 7일과 8일 평일이었음에도 등산복 차림으로 수유역을 드나드는 북한산 탐방객들을 끊임없이 볼 수 있었으며, 화개사 인근 102번 버스 종점에도 버스를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을 쉼 없이 만날 수 있었다.

탐방객 입장에서 편의시설 조성
다른 지역의 둘레길이 지자체나 위탁받은 단체에 의해 유지관리가 되고 있는 반면, 북한산둘레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환경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조성했고 유지관리도 북한산 사무소에서 직접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는 공단에서 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만큼, 북한산둘레길은 탐방객의 편의시설과 안전시설에서 다른 둘레길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산둘레길에는 안내표지판 1천820개를 비롯해 물품보관소 10개소, 전망대 10개소, 쉼터 33개소, 목교 19개소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으며, 심지어 이정표에 다음 화장실까지의 거리를 안내할 정도다.
다른 지역의 둘레길에서는 부족한 화장실로 인해 종종 탐방객들이 숲속에서 대소변을 해결해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데, 북한산둘레길의 경우는 기존 고정식 화장실 외에도 화장실과 화장실 사이의 거리가 먼 8곳에는 모바일(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화장실의 경우는 외부에 용역을 주어서 관리하고 있는데, 관리인 1명이 보통 4~5개의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둘레길을 찾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탐방객을 위해 '흙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 둘레길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을 대한 안내판을 곳곳에 설치해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주민들이 흙을 밟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경사가 완만한 둘레길에는 고운 마사토를 깔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숲길을 조성해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무장애 탐방로를 조성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다닐 수 있는 탐방로를 조성했는데, 순례길, 도봉옛길, 우이령길이 바로 그 길에 해당된다.
이렇게 탐방객의 입장에서 잘 갖춰진 편의시설은 탐방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10년 166만1천710명 정도였던 북한산둘레길 탐방객이 2011년 265만9천384명으로 1년 사이 100만명 가까이 증가했으며, 2012년 281만8천511명, 2013년 292만5천851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309만4천121명이 북한산둘레길을 찾아 300만 시대를 열었다.

구간 특색 살린 길이름도 홍보수단
'자연과 함께 오감을 만족하는 길'을 모토로 내세워 만든 북한산둘레길은 물길, 흙길, 숲길과 마을산책길에 역사와 자연, 문화, 경관이 어우러진 길을 만들었다. 이는 북한산둘레길 21개 구간별로 붙여진 길 이름에서 엿볼 수 있다.
먼저 조상의 정취와 역사문화의 숨결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로 순례길(2구간), 내시묘역길(10구간), 왕실묘역길(20구간)이 있다. 순례길에는 조선말 고종의 네덜란드 헤이그밀사였던 이준 열사의 묘와 함께 초대부통령이었던 이시영 선생 등 독립유공자의 묘가 산재해 있고,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국립 4·19민주묘지도 자리 잡고 있어 우리 조상들의 불굴의 독립정신과 민주정신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또한, 왕실묘역길에는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연산군의 묘와 세종대왕의 둘째 딸로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공주의 묘가 있으며, 내시묘역길에서는 조선시대 왕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던 내시들의 역할과 삶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길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역사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길인 명상길(5구간), 효자길(11구간), 충의길(12구간)은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자신을 찾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으며,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길인 평창마을길(6구간)은 조선시대 건축을 엿볼 수 있는 박종화 가옥, 서울시 민속자료인 보현산신각 등과 함께 각종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미술관)이 10여 곳에 달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북한산둘레길 중 경관이 뛰어나고 전망대 10곳 중 7곳이 위치해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길 이름이 흰구름길(3구간), 구름정원길(8구간), 산너미길(14구간) 등으로 길 이름 자체에서 해당 구간의 특색이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길 이름이 구간별 특색을 살리면서 지을 수 있던 것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기 때문이다. 그저 편한 대로 국립공원사무소에서 명명했다면 길과 연관된 특색을 살리는 길 이름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직원들의 평가이다.
따라서, 속리산둘레길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참여 속에 각 구간별 특색있는 길 이름을 별도로 짓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둘레길 탐방지원센터 주왕업 팀장은 "흰구름길은 서울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은 구간이고, 대학생들은 독립 및 민주운동과 관련된 순례길, 초중고생에는 왕실 및 내시묘역길 등을 역사와 관련된 구간을 자주 찾는다"며 "둘레길의 이름은 단순히 1구간, 2구간으로 명명하는 것보다 지역특성과 역사 및 문화를 감안해 고유의 이름을 만드는 것이 홍보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특색있는 길 이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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