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비가 왔다
기다리던 비가 왔다
  • 편집부
  • 승인 2015.06.03 21:59
  • 호수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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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비가 왔다. 무척 기다리던 비가 왔다. 단비가 왔다.
채소들이 다 죽어가서 안쓰럽더니 단비로 목을 축였다.
단비를 맞더니 고춧잎들이 힘이 났다.
비가 좀 더 많이 와야하는데 조금 오고 말았다. 좀더 와야 하는데 아쉽다.
오늘 아침에는 또 실수를 했다. 밥을 가스 불에 얹어놓고 잊어버렸다. 밥을 태워 또 했다.
그리고 손자가 아침에 일찍 깨워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까먹었다.
어쩌나 오후에는 큰 며느리가 옷을 사주었다. 여행갈 때 입고 가라고 사주었다.
며느리가 돈을 많이 썼다.
홍종예(64,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6월 1일은 남편 생일이었다. 아침 일찍 얼어나서 미역국과 조기 한 마리를 구었다.
별다른 반찬 없는 생일상이었다. 그래도 남편은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어주었다.
점심에는 짜장면을 먹었다. 생일에 면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어 점심에는 국수를 먹던지 아니면 짜장면을 먹던지 꼭 면을 먹게 된다. 돈은 남편이 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침에 아들이 전화로 아버지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아들 전화를 받은 남편은 기분이 좋아졌다. 표정만 봐도 안다.
장금순(69,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5월 24일 버스를 타고 밭에를 가보았더니 아들이 고구마 싹을 사다 반도 안 심고 묻어놓았다.
그걸 심을려고 하니까 물을 들어올려야 하고 너무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고구마 싹이 아까워서 그걸 심고 땅콩 밭도 매고 도라지 밭도 맸지요.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한참을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집에 왔어요.
와서 씻고 밥을 먹고 나니 기운이 없어서 누워서 한참 자고 났더니 좀 살겠더라구요.
이제는 이무 것도 못하겠으니 뭐에 써야 할까요.
쓸데가 없어 갈 곳은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세월이 너무 너무 빠르게 가는 게 아까워요. 잡을 수 있으면 잡으면 좋겠어.
이옥순(73,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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