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화성가든…보은에 남아있는 식당 중 가장 오래된 식당 자부심 커
② 화성가든…보은에 남아있는 식당 중 가장 오래된 식당 자부심 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03.11 09:53
  • 호수 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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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손맛에 익숙했던 손님들 이제는 며느리의 손맛에 길들여져

◆식당으로 자식들 키웠어
옛날에 누구랄 것도 없이 먹고살 것을 걱정해야 했고 가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화성가든의 1대인 고용순(85)할머니도 줄줄이 낳은 자식들과 먹고 살기 위해서 생각지도 않았던 밥집을 열었다. 그것이 45년 전의 일이다.
남편(고 이장석)의 갑작스런 작고로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2남4녀나 되는 자식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살기가 막막해진 고용순 할머니는 식당을 하면 입이 여섯인 자식들의 배는 곯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보은교회 정문 옆(지금 동명페인트 자리) 친정집에 밥집인 화성집을 열었다. 물론 손님을 받을 공간이 넉넉하지도 않은 초가집이었다. 일일이 밥상을 차려서 방으로 들고 날라야 했다.

특별히 음식솜씨가 좋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손님은 끊이지 않았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손님이 늘어났다. 또 혼자 몸으로 많은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 고용순 할머니의 처지를 고려해 더 손님이 몰려들었다.

밥집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살림이 불어 할머니는 앵콜노래방 자리를 매입해 이전하고 식당의 간판을 화성집에서 화성식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곳에서 1980년 수해를 당해 식당이 엉망진창이 됐지만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담은 장독대를 높게 만들어 올려놓아 다행히 수해를 입지 않는 천운이 따르기도 했다.

이런 천운으로 맛집을 이어갈 수 있었던 화석식당은 여기서도 장사가 잘돼 매출은 날개를 단 듯 올라 1989년에는 현재의 자리인 교사리의 땅을 매입해 연회까지 할 수 있도록 2층으로 건물을 신축해 이전했다. 간판은 화성식당에서 가든으로 바꿨다.

신기하게 가든이 영어로는 정원, 뜰로 해석되는데 왜 식당이 가든일까. 아마도 정원을 갖춘 식당임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화성식당도 가든이 인기를 얻는 추세에 맞춰 화성가든이 됐다.

화성가든의 원조인 고용순 할머니는 "얼마나 고마워. 주변에서 다들 도와주니까. 고생한 것이 대순가 그래도 식당을 운영해서 6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다 키웠으니 식당은 보물이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순 할머니는 "부엌에서 나온 지 오래돼 다 잊어버려서 지금은 음식을 할 줄도 모르고 해주는 대로 먹기만 한다"며 자식들에게는 "손님들의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비위를 맞추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밥상에서 대추한정식으로
2대 이래성(56) 사장이 화성가든을 물려받은 것은 1989년 현재의 식당으로 이사를 오면서다.

며느리 유미자(52)씨는 부엌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도우며 자연스럽게 시어머니인 고용순 할머니의 조리비법을 배웠다.

고용순 할머니는 사장은 이래성으로 바뀌었어도 오랫동안 부엌을 떠나지 않고 며느리와 함께 부엌을 지켰다.

며느리 유미자씨는 어머니의 메뉴인 불고기를 배우고 돼지갈비 양념만드는 것을 배우고 고기에 양념재우는 것을 배우고 밑반찬 만드는 것을 만들고 장을 쑤어 간장과 된장, 고추장 담그는 것을 배우고 된장을 풀어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내는 것을 배웠다.

시어머니의 솜씨가 아닌 유미자시의 솜씨로 만든 음식상을 내면서 가슴 졸인 시간을 많이도 겪었다.

행여나 단골 고객의 입맛을 해체는 것은 아닌지 심판받는 심정으로 맛집 원조 고용순 할머니와 2대인 아들 이래성씨와 며느리 유미자씨는 손님의 표정을 살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며 익힌 시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며느리는 이어왔고 손님들도 이젠 시어머니의 손맛이 아닌 며느리의 맛에 입이 길들여졌다.

이렇게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쳐 어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은 며느리 유미자씨는 1대 조리장 시어머니에게 든든한 후계 조리장으로 충분했고 곳간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는 것 처럼 고용순 할머니는 조리장을 며느리에게 완전히 넘기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2대 이래성·유미자씨는 어머니의 메뉴인 불고기를 오랫동안 이어갔다. 그리고 메뉴개발에 나서 돼지갈비 주물럭을 새롭게 손님상에 냈고 오리요리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 때는 오리고기를 취급하기도 하고 2003년에는 정통 한정식을 하려고 식당 내부를 바꾸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보은군이 대추한정식을 개발하는 것에 맞춰 대추한정식 음식을 주메뉴로 하기 위해 조리비법을 익혀 보은군 맛자랑 대회에서 대추한정식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그해 11월 충북도 음식경연대회에도 출전해 역시 대추한정식으로 금상을 수상해 도내 보은의 맛 수준을 널리 알렸다. 이렇게 화려상 수상경력을 가진 화성가든은 올해 보은군내 5개 식당만 지정받은 대추한정식집으로 명명됐다.

대추한정식 메뉴를 보은군이 매뉴얼대로 반찬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롭지만 조리장 유미자씨는 많은 실습을 거쳐 손에 익혔다.

현재 대추한정식은 대추밥과 대추 맥적쌈 정식으로 이뤄진 대추정식, 대추고기구이·산채정식으로 차려지는 속리산 정식, 대추고기구이·신선로·솔잎 찜닭·7첩반상으로 차려내는 소나무정식으로 구성된다.

이래성 사장은 대추한정식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고 가격도 높다며 보은에 인구가 많지 않고 관광객도 적어 마냥 재료를 확보하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 등을 고려해 소나무 정식은 2,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가 있다고 나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래성 사장은 "대추한정식과 함께 개발한 대추오리백숙을 손님들에게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대추를 이용한 요리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이 물려받겠다면 전수하겠다
2005년에 충청북도 대물림 전통음식 계승업소로 지정받은 화성가든 이래성 사장은 쌀은 물론, 고구마, 감자, 고추 등 지역에서 생산된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구입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선택해서 조리를 해야만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는 1대인 어머니에게서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변하지 않는 원칙이고 앞으로 식당업을 계속하는 한 이어갈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식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했던 초창기 화성식당과 함께 영화를 누렸던 상록식당, 춘일식당, 영춘식당 중 현재 남아있는 식당은 화성가든 밖에 없어 읍내 가장 오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성 사장은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리고 노동이라고 할 정도로 식당업이 고돼 접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맛집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세월의 풍상까지도 비켜가게 하면서 그들을 다시 조리장 자리로 서게 하고 있었다. 1남5녀중 가업을 잇겠다는 자식이 과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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