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농업 환경 변화 따른 농·축협의 역할
④ 농업 환경 변화 따른 농·축협의 역할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2.12 09:39
  • 호수 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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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역농업도 농협이 이끌어야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농협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농협이 농산물 판매는 뒷전이고 돈 장사만 한다. 쉽게 돈 버는 사업만 개설해 앉아서 벌려고 한다. 농협은 조합원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 위에 군림한다 등등 아직도 농협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여기에 조합은 판매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사업 이용저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은 판매능력이 점점 더 약해져 시장 교섭력 조차 떨어진다.
농촌에서 농협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동안 농협의 농산물 판매사업은 매우 단순한 개념이다. 농민들이 생산해놓은 농산물을 농협이 팔아주는 체계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은사과를 대전 서울 시장에 파는 것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이 선호하는 사과를 생산하도록 지도해 소비자 맞춤형 보은사과를 파는 데까지 발전해야 한다. 농협이 지역 농업의 틀을 바꾸는 농협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즉 지역농업을 농협이 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 조합원들이 하나같이 잘못돼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 농협이 경제사업에 주력하기 보다는 신용사업, 즉 '돈 장사'로 쉽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도 옛날 얘기. 지금은 저금리에 예금액이 쌓이고 과거처럼 영농자금 대출도 저조해 맡긴 예금에 대한 금리 쳐주기도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용사업에 뒀던 비중을 점차 경제사업 쪽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지만 그리 녹록치가 않다.
농협이 본래 목적인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사업 보다 돈 장사에 주력하다보니 판매사업에 대한 고급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노가다'를 자처하지만 투입한 노동력에 비해서는 생산성이 높지 않다. 더욱이 시장흐름을 읽는 것도 쉽지 않고 유통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시골 농협의 현실이다.
더욱이 외지 시장 선점을 놓고 각 지역 농협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말이 경쟁이지 경쟁 농협을 죽여야만 우리 농협 제품이 들어가니 두뇌전쟁, 가격경쟁이 살벌하다.

◆농협, 지역농업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그동안 농협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줄 고민이 전혀 없었다.  농협이 농민 조합원들을 외면하고 있을 때 시중 중간상인들은 농민들의 피땀이 배인 농산물을 헐값에 사들였다. 농협이 한 일이라고는 고작 정부가 추진한 추곡수매를 보관하는 창고사업이 경제사업의 전부였다.
농협이 수탁, 매취 등 판매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도 농민들의 눈높이는 맞추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조합원들은 농협이 아닌 중간상인들에게 농산물을 믿고 맡기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는 농협이 지역농업을 이끌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야한다. 즉 전년 농산물 생산량에 대한 당년 작물 재배량 조정, 그리고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는 경지까지는 가야한다.
농협의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일반화된 일본의 경우 농협이 지역농업 진흥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정도로 농협의 지역농업에 대한 역할이 크다.
농민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의 지산지소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데, 배추를 예로 든다면 그 해 그 지역의 배추 생산량이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판매됐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유통되는 과정에서 생산량이 많은 농산물이 파악돼 이듬해나 다음 작기에 재배면적 조절까지 가능해, 농민조합원들에게 홍수출하로 인하 가격폭락의 위험성을 그만큼 줄여주고 있다.
실제로 2008년 '농협개혁, 지역농업의 시작'이란 기획취재를 위해 방문한 일본 가나가와현 하다노 농협은 농업이 위축되지 않고 또 농협이 농업을 잊지 않도록 농산물 시장개척 등 지역농업 진흥계획을 수립해 농협이 농업을 지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더욱이 일본 하다노 농협은 지산지소 매장 운영으로 대농 뿐만 아니라 고령의 농민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농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내다팔 곳이 마땅치 않고 양이 적어 장사꾼마저 찾지 않는 고령의 농민들에게 지산지소 직매장은 작은 양이라도 내다팔 수 있게 하니, 고령의 농민들도 농업을 즐기고 농업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게 되는 것.
우리나라 고령의 소농들이 작은 양의 농산물은 장날 아니면 어디 팔 데도 없고 장사꾼들이거저 가져가다시피 해 변변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 곳은 아마도 괴산의 불정농협일 것이다. 시장 출하하든지 정부수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조합원의 농산물을 수매해 반드시 팔아준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특별한 소득작물이 없었던 불정지역 농민 조합원들과 감자계약 재배를 추진하고 콩 계약재배를 실시해 농민조합원들에게 돈이 되는 작물 재배케 해 소득을 향상시켰다.
농협은 연중 공급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량 확보로 대형 거래처를 뚫었는데, 국내생협 주곡 분야의 80%를 불정면에서 공급할 정도로 발전, 농협의 지역농업의 진흥을 가져온 사례로 손꼽힌다.

◆경제사업의 핵심은 판매사업
개정된 농협법에는 조합원을 위한 농축산물 판매활성화를 중앙회와 지역농축협의 주요 책무로 명시해놓고 있다.
농협 경제사업의 기본은 판매사업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나 식품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지역농협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도 농협의 본질은 조합원의 농산물을 제값받고 많이 팔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지역농협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판매에 대한 마인드가 정립돼 있지 않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농민 조합원의 기대처럼 제값 받고 팔아주는 판매농협 구현은 어렵다.
실제 지난해 농협중앙회 고위직 출신 인사가 농협중앙회 서울의 한 매장에 대추 판매코너를 어렵사리 확보하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역농협에서는 이를 귀찮아하고 또 오히려 경비가 더 깨지고 수익도 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을 들은 적이 있다.
도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포장을 해야 하고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지역농협 직원들의 처신에 지역농민이 한심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던 적이 있다.
이것이 지역농협의 현실이다. 노동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노동의 강도도 떨어지고 치열한 경쟁을 겪지 않기 때문에 팔면 좋겠지만 못 팔아도 그만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내재돼 있다.
농산물 유통시장이 어렵다. 지난해도 어려워 군내 각 농협마다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처럼 위기의식 없이 안일하게 직장인으로 근무하면 적자를 보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농협은 농업, 농민, 농촌을 기반으로 한다. 농협사업에 농업과 관련 없는 것이 거의 없다. 농협이 지역농업, 농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정책에 의해 공급되는 것 아니면, 농협을 이용하지 않아도 시중에서 각종 농자재 구입이 가능하다.
품목조합도 활성화 되고 일반협동조합도 있고 또 보은군이 다양한 보조사업을 하면서 축협, 산림조합으로 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꼭 농협 조합원을 유지해야할 이유는 없게 돼 있다.
많은 농민들이 농협 조합원을 탈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농협이 이런 위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농협은 농민들에게 최종 농산물 출하까지 단계별 전문가로 부터 철저히 컨설팅을 실시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또 만약 농협 자금을 쓴 농민조합원들이 수익이 나지 않으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 담당자들이 시말서를 쓰는 등의 패널티를 쓸 정도로 까지 농협이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농민들에게 무한 신뢰받는 조직체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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