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대의원의 역할이 아쉽다
올바른 대의원의 역할이 아쉽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2.05 09:35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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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농협의 감자사업으로 인한 적자부분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실시한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도 감자사업이 거론됐다.

이번에는 김천농협과 감자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자칫 또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정보가 공개돼 당사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아마도 당사자들은 이젠 덮을 만하지 않느냐, 언제까지 감자만 갖고 떠들 것이냐고 야속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조합원들도 마찬가지고 대의원들도 감자사업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일부 대의원은 그렇게 몰아세우면 누가 조합장을 할 것이냐, 그러면 누가 새로운 사업을 하겠느냐며 일정부분 부실 경영에 대해 눈을 감아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모 대의원은 "회의를 할 때마다 감자사건을 추궁하고 책임을 주장하는데 언제까지 져야 하나. 조금의 잘못이 있으면 대의원들이 이해해서 보은농협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의가 있을 때마다 감자 감자하면 앞으로 조합장 할 사람이 누가 있나. 직원들 감자 수매할 때 제일 불쌍하다. 잘못이 있으면 이해해주고 적자가 흑자가 되도록 밀어줘야지 흠만 잡으려고 하면 조합장 할 사람이 누가 있나 이렇게 하면 조합장 할 사람 한 분이 없다 협조해주자"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대의원들도 상당수가 '옳소' 하며 동조반응을 보였다

일견 맞다. 그럴 수도 있다. 당사자들도 일부러 적자를 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잘하려고 했던 것을 알기에 고의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인해 농협이 입은 손실, 조합원들이 입은 손실액은 없어질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조합원들 주머니에서 현금이 나왔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과연 "언제까지 감자, 감자하고 책임, 책임해야 하는냐"는 말을 할까?
아마도 벌떼같이 달려들어 온갖 욕설을 해댔을 것이다.  조합원, 대의원들의 주머니에서 직접적으로 현금이 나오지 않았다 뿐 어쨌든 현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왜냐하면 조합원 전체에게 돌아가야할 배당액이 수억원이기 때문이다.

화농 짙은 고름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아직도 자리잡고 있어 농협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도 미양농협과 양성농협의 소송건과 지난 대의원총회에서 제기된 김천농협과의 관계 등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 별다른 탈없이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만에 하나 안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보은농협은 더 큰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을 초래한 것은 어디까지나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그리고 환부는 그대로 둔 채 덮어버리면 새살이 돋지 않는다. 상처의 고름은 완전히 빼내야 환부가 말라붙고 그래야 그 안에서 새살이 돋는 것을 보은농협의 지긋한 연령인 어른 대의원들은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농협중앙회 조합감독위원회의 감사 처분 내용이 정답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농협의 최고의결기구는 대의원총회이기 때문이다. 대의원들이 총회 내용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표결에도 참여하지 말고 도장도 찍어주지 말아야 한다. 안건 자체를 부결시키는 강수도 필요하다.

'알아야 면장도 하듯이' 이사, 감사보다 오히려 대의원이 더 똑똑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합운영진이 바위가 아니고 조합원들이 계란이 아닌데도 조합원들이 조합 운영진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현실에서 똑똑한 대의원은 더욱 요구된다.

하지만 출무수당 10만원을 받기 위해 회의가 끝나자마자 직원들 앞에 줄을 서는 대의원이 상당수인 현실이고 보면 대의원들의 수준은 아직 멀었다. 출무수당은 조합장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직원이 주는 것도 아니고 이사와 감사가 만든 것도 아니다. 안건을 최종 결정한데 대해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한 하나의 수단이다.

덮는다고 고름이 살이 되지 않고 의사가 매스로 고름이 낭자한 환부를 도려내 고름을 짜내야 새살을 돋는다는 것을 대의원들은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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