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은 법도 아닌가
개인정보보호법은 법도 아닌가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5.01.28 20:35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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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상습'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군수가 개인정보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공무원에게 군청에서 보관하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한 점은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 내용은 지난 1월 22일 청주지법 제11형사재판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정상혁 군수와 2명의 공무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낭독한 판결이유의 내용이다.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군민 정보를 이용한 정상혁 군수에게는 3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고, 정보수집에 관여한 비서실장 출신 공무원 2명도 각각 벌금 200만원과 120만원이 내려졌다.

2011년 9월 새로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군수와 공무원은 이 법의 취지에 맞게 3만5천 보은군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동안 민선 5기와 6기 보은군에서 보여준 개인정보보호 실태를 접한 주민들은 개탄을 금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2014년 12월 3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정상혁 군수와 공무원들이 1심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올해 1월 12일 현 군수비서실장이 또다시 읍면사무소에 군민 3천900여명의 생존 및 전출 여부를 확인하도록 요청한 것이 밝혀졌다.

현재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현 비서실장을 포함한 13명의 공무원이 사법처리 될 전망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공무원들의 한심스러운 수준을 또다시 들어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보은군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한심스러운 실태는 민선 5기에서도 두 차례나 있었고, 보은군 공직사회에 충분히 경고가 된 바 있다.

2013년 1월 11일 속리산유통 피해보상과정에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1천236명의 소액주주들에게 안내장을 발송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의혹이 제기됐었다. 발송된 소송참여 안내장이 청산인이었던 변호사의 명의로 발송되지 않고, 보은군수 명의로 나간 것이다.

당시 청산 변호사는 자신의 명의로 발송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묵살되었고 발송과정에서 군수 명의로 바뀌었다. 명의가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관계공무원들이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지역출신 모 변호사는 속리산유통에서 보관해야 할 주주명부가 어떤 경위로 군수와 농축산과 공무원들에게 들어가게 됐는지를 밝혀달라고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었다.

또, 비슷한 시기인 2013년 1월 16일에는 LNG발전소를 유치했던 보은그린에너지와 발전소유치찬성 및 정상혁군수 주민소환반대위원회가 자신들의 입장을 담아 군내 각 세대에 발송하는 과정에서 우편물의 주소를 보은군에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당시 경제정책실 모 주무관은 주민소환반대위로부터 부탁을 받고 관내 전화번호부에서 주소와 명단을 일일이 발췌해 보은우체국에 직접 가져다주었다고 해명했지만,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10여 세대에도 우편물이 발송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보은군과 군수에 우호적인 단체를 위해 군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당시에도 보은군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주민들은 지난해 출판기념회 관련 개인정보보호 위반사건이 터지자, 2013년도 당시 개인정보에 대한 군수와 공무원의 잘못된 의식을 고치기 위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유독 민선 5기와 6기에서 반복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법원의 재판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과는 별개로 군수와 공무원들의 이런 행위들이 지방공무원법과 공무원행동강령에 위반하는 지에 대해 감사원 및 충북도의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보은군의회도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보은군 개인정보 보호조례'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경기도는 2012년, 성남시는 2014년, 도민과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청주시의회도 2001년 의원발의 조례를 제정해 시민들의 개인정보에 앞장서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 위반 사건들이 보은군에 의해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은군 내부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조직문화가 쉽게 바뀔 수 없음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의회가 나서서 조례제정을 통한 집행부 통제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군수명의로 발송된 1천200여 속리산유통 소액주주 명단 유출, 보은그린에너지 및 군수소환반대위원회에 제공된 1만여 세대주 명단 유출, 군수 출판기념회 초청장 발송에 사용된 5천여명의 명단 유출과 이들 중 생존 및 전출 여부 확인에 사용된 3천900여 지역민의 명단.

이상 4건의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군수가 개인정보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공무원에게 군청에서 보관하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한 점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다시 한번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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