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외부 감사기능 강화해야
③외부 감사기능 강화해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1.22 10:58
  • 호수 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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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축협의 참주인 찾기에 대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농축협이 조합장과 이사, 감사, 대의원, 대다수 조합원과 직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조합원은 빠진 채 선출직과 고용직 대리인(직원) 구조로 변했다.

조합원은 협동조합 구성원 중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구성원에서는 빠져있다. 결국 조합원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참 주인이 없는 농축협은 사실상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실종된 상태다.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처럼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 호에서는 식견이 부족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해 농축협이 협동조합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한다는 주문을 했다.

이번 호에서는 감시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농축협의 방만, 부실을 막기 위해 자체 감사 보다 강력한 외부감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한다.

◆ 자체 감사하지만…
보은군 감사는 자체감사도 하지만 충북도나 감사원도 이뤄진다. 이는 전방위적으로 감사를 통해 부정, 비리, 그리고 행정의 오류 등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농축협도 외형만 놓고 보면 어디 한데 허술한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감시의 눈이 매섭다.
조합원들이 선출한 대의원들이 있고 또 그 위에 대의원들이 선출한 이사·감사와 위치하는 등 층층으로 배치돼 조합이 허튼 짓을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여기다 2년에 1번씩 시행하는 지역본부가 정기감사를 실시하고 지역본부와 지역농축협간 유착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타 지역본부와 교차 감사도 실시한다.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가 직접 나서 특별감사 카드를 뽑기 때문에 각종 비리, 불법사실들이 감사 망에 다 걸리게 된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면 체계가 잘 갖춰져도 소용이 없다. 지역농축협의 감사들 대부분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 농축산업에 종사하다 내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10여년이상 재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회계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역부족일 수 있다.

군의원이 2, 30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한 실과장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할 때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한 수박 겉핥기 감사나 실과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축협마다 내부 감사를 실시하지만 사실상 비전문가인 자체 감사들이 수십년간 근무해 회계에 능한 직원들을 상대하는 것이 버거울 수 있다.

지난해 보은농협의 이사·감사가 농협충북지역본부를 방문해 보은농협판매사업 감사 요청을 한 것이 바로 그 사례다.

당시 보은농협 감사들이 조합감사위원회를 수신처로 한 '보은농협 판매사업 감사요청서'를 보면 지난해 6월말 상반기 자체감사를 통해 14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APC 감자사업에서 납득할 수 없는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으나, 조합장 이하 담당 책임자는 명확한 해명을 회피하고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다며 감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은농협의 모 임원에 따르면 상당량의 감자가 썩어서 버렸다는데 그 양이 얼마인지, 또 법인관련으로 소송을 당했는지 등등 소문을 듣고 농협에 확인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사실을 은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같이 수십년의 관록이 붙은 직원 등 조합을 상대로 문제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임원들이 제 발로 찾아가 농협 충북도본부를 찾아가 "우리농협 좀 감사해주세요"라고 신문고를 두드린 셈이다.

◆ 손실 대비 변상은 쥐꼬리
이에따라 충북 지역본부는 교체감사를 하기로 돼 있는 경남지역본부를 통해 1주일간 감사한 결과 13억8천만원의 손실액을 확인했다. 이후 농협중앙회의 조합감사위원회에서도 두 번에 걸쳐 감사를 실시해 최종 13억500만원의 손실액을 확정했다. 손실 원인은 시중 감자가격 하락과 업무관리 소홀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장 견책과 1천700만원 변상, 상임이사 1개월 업무정지에 5천780만원 변상 등 업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와 변상액을 통보하고 자체 징계할 것을 보은농협에 요구했다. 농협중앙회가 변상토록 통보한 금액은 3억5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손실액의 상당금액이 시중 감자가격 하락으로 인한 것이고 업무 소홀로 인한 손실액의 비중이 낮게 본 것이다.

이마저도 보은농협인사위원회가 조합장 변상액만 상임이사와 같은 금액으로 결정했을 뿐 지휘라인에 있는 업무 관련자들의 변상은 이런저런 감액 조건을 적용해 50%를 탕감이 적용됐다.

따라서 실제 변상액은 전체 손실액의 10.7%에 불과한 1억4천만원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89.3%(11억6천만원) 이상을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부담을 지운 상황이 됐다.

인사위원회에 참여한 모 임원은 "지휘체계에 있는 직원들이 변상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이 이어졌다"며 "직원들은 변상액이 줄어든 만큼 조합원들이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감사로 탕감액이 많자 노조에서는 '봐주기식 감사'라고 반발하고 조합원들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은농협 이·감사들은 "만약 외부에 감사요청을 하지 않았을 경우 지역에서만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사실이 제대로 확인도 안된 채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넘어갔을지도 모른다"며 "그나마 외부에 감사를 요청해 그나마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조합의 사업규모가 점점 커지고 경제사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계수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현재 농축협 조합원들의 역량으로 보면 외부 감사시스템 구축은 더욱 절실하다. 정부 차원에서의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별도의 기구 설치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별도의 국가적 감독기구 필요

농협의 영농회장직을 겸하는 이장은 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각종 영농자재나 영농자금을 마을주민에게 배정하는 일을 하고 수당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농협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이사를 선출 권한을 갖고 있는 대의원은 마을총회에서 선출하기도 하지만, 이장이 겸직하기도 하고 마을관례에 따라서 이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청년회장 등이 돌아가며 맡는 곳도 있다. 협동조합 최고 의결기구 구성원이라는 막중한 책임으로 보면 매우 어수룩하게 선출하는 것이다.

조합원은 더하다. 농협이 협동조합인지, 민간단체인지, 정부기관인지 제대로 모른다. 농협업무 및 정보와 차단돼 있어 조합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1년간 구경하다가 총회가 끝나면 선심성 환원사업으로 나눠주는 배당이나 받아먹고 있는 것이 현재 상당수 조합원의 모습이다.

조합원 이익을 대표하고 조합원을 위해 조합경영을 감독해야 할 힘있고 실력있는 주체가 어디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협은 조합원을 고객으로 돈 되는 장사하는 '직원들의 철밥통'이 됐고, '개혁될 수 없는 철옹성'이 됐고, 부실, 방만 경영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기업이나 신용기관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같이 협동조합을 감시하고, 강력한 사법적 권한을 갖고 강제력 있는 조사와 이행강제, 처벌 등을 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감독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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