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지시 거부와 항명죄
부당한 지시 거부와 항명죄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5.01.22 09:46
  • 호수 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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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군수 비서실에서 각 읍면을 통해 군민 정보를 확인한 것과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돼 또다시 보은군 공무원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많게는 20여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인정보 확인 건이 외부에 알려졌던 지난 12일 이후 7일 이상 별다른 상황 진척 없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건은 수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공무원 2명이 기소돼 신분유지를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개인정보를 확인한 것이 알려져, 자신들도 수사를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잠잠해 다소 안정을 찾았는데, 수사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좌불안석이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보은군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돼 있다는 것과 관련 법의 존재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행위에 있다.

더욱이 보은군 정상혁 군수를 비롯해 2명의 공무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신분 유지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터져 수사당국을 비웃는 것으로 해석하게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12일 오전에 일어났다. 읍면 복지민원 담당자들이 군수 비서실에서 불특정 다수의 명단과 주소를 적은 메일을 보내 당일 오전까지 이들의 생존여부 등을 파악해달라는 메일을 수신했다.

당시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서실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2개 읍면을 제외하고 9개 면의 복지민원 담당 공무원은 이날 오전 내내 주민등록 프로그램과 주민 색인 등을 살펴보고 해당 마을 이장 등을 통해 메일에 적힌 주민의 생존여부를 확인해 비서실에 통보했다.

방송뉴스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고스란히 보도됐고 정보수집을 해줄 수밖에 없었던 공무원의 입장과 이를 정보수집을 거부한 공무원의 목소리가 전타를 탔다. 보은군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선거법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정 군수로 인해 일반 주민들도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은군이 또다시 개인정보 수집을 요청했다는 무소불위식 대담성에 군민들은 기막혀 했다.

이번 주민 정보수집 건에 대해 몇 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정보수집을 요청했던 비서실 관계자가 "도지사 주재 선거구 지키기 관련 남부3군 인구 늘리기 대책회의에 참가하는 군수에게 실제 인구현황 등을 제공하기 위해 생존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고, 명단은 비서실에서 보관하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행정과 업무를 왜 비서실에서 챙긴 것인지, 또 왜 비서실에서 별도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인지 석연치 않다.

주민 정보수집을 요청했던 명단이 혹시 지난 정상혁 군수의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보내며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 작성 대상 명단일 수도 있다고 추측하는 주민들도 있다.

지난 1월 9일자 '보은군수 정상혁' 명의로 처벌불원서 작성요령과 주민등록증 앞뒤 사본 1매, 생년월일 기재 등을 주문한 안내문이 시행 된 지 3일 후인 12일 비서실을 통해 주민정보를 확인한 것이 서로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추측으로 보인다.

어쨌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공무원들이 된통 혼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또다시 무단 개인정보 확인 사태가 빚어진 것을 보면서 공무원들이 아직 혼이 덜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정보 파악을 위한 분명한 목적이 담긴 내용도 없이 명단만 전송된 것인데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당 거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방송 보도가 나간 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을 때 적용하는 항명죄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공무원 조직에는 싸늘한 기운이 돈 것으로 전해졌다. 항명죄, 일반 공무원 조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정보수집 요청에 확인을 해준 읍면 공무원들은 제대로 항의 한번 하지 못하고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해서는 안될 일, 범해서는 안되는 일들, 부당한 지시는 마땅히 거부하는 공무원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길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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