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사'라는 말이 당연했던 행정사무감사
'물감사'라는 말이 당연했던 행정사무감사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4.12.11 09:31
  • 호수 2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마디로 '물감사'였다.
지난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제7대 보은군의회가 처음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면서, 이 단어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역대 가장 젊고 패기 있는 의원들로 구성됐다는 평가 속에 출범한 7대 의회인지라 더욱 실망감은 컸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예년과 많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양적인 면을 보면, 올해 행감에서 의원들이 다룬 건수는 21건이다. 그것도 1건은 행감 직전 취소되어 11개 부서에 대해 20건만 감사가 진행됐다.

종전에는 매년 30~40건에 달하는 감사가 진행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질문건수가 적다보니, 과거에는 오후 5시에서 6시까지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4일 내내 점심식사 전에 행감이 끝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초선 의원들이 많은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2006년 제5대 의회에서는 34건의 감사를 벌여 집행부를 잔뜩 긴장시켰다. 2010년 제6대 의원들은 무려 55건의 감사를 벌여 임기 첫 행정사무감사인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보은군의회와 같은 기간 행감을 실시한 옥천군의회와 영동군의회의 경우는 초선의원이 각각 6명씩 포진되어 있었음에도, 저녁 9시까지 행감을 펼치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의원들의 관심과 의욕에서 비롯된 차이라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질적인 면은 더하다. 행감은 1년 의정활동 가운데, 집행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로 의원들의 고유권한 중 가장 큰 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행감에서 군의원들은 업무와 현안에 대해 깊이 파악하지 못한 채 자료를 그대로 읽거나, 준비된 질문을 하고 답만 듣는데 그치는 등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행감에 어울리지 않는 질의를 하거나, 자료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질문, 민원해결성 질문도 나왔다.

특히, 몇몇 의원들은 보충질의에서 본건과 동떨어진 질문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피감 부서와는 무관한 타 부서에 속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수차례 반복됐다.

이렇게 보은군의회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지적받을 만한 행감을 실시한 결과는 실과소장들의 태도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예년에는 군의원들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피감부서 실과소장에게 다가가 "답변하느라, 고생했다. 지적한 내용 잘 시행해달라"며 악수를 청했다. 심하게 몰아 부친 경우는 미안한 마음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올해 행감이 끝난 후에는 피감부서 실과장들이 밝은 표정으로 먼저 군의원석을 찾아가 악수를 청했다. 특히, 행감 마지막 날에는 부군수와 당일 피감부서 과장 외에 다른 부서 실과장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예년과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의원들의 자업자득으로, 행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방청석에서 행감을 지켜보았던 주민 A씨는 "어떻게 이런 의원이 정당 공천을 받았느냐, 내손으로 뽑은 의원인지가 의심스럽다"며 자질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공무원 B씨도 "몇몇 질의 외에는 긴장감이 없었던 행정사무감사였다. 물감사로 기억될 만한 행정사무감사이었다"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의원들은 감사 시작 전부터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감사 계획부터가 감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궁금증과 개인적 의심에 의한 무작위적인 감사목록 작성은 자료준비에 따른 행정력 낭비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감사에서 부실을 가져온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나를 감사하더라도 구체적이고 근본적으로 감사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올해 행감이 가장 젊고 패기 있는 의원들로 구성됐다는 평가에 걸맞았는지, 자문자답해보길 바라며, 군의원은 군민을 대표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생각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