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 편집부
  • 승인 2014.11.27 09:33
  • 호수 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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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에게 영혼은 있을까?
참 우문이고 현답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제다. 그동안 의사결정을 요하는 많은 사안에서 공무원들은 자신의 진짜 생각은 감춘 채 조직 구성원들, 특히 수장들의 결정에 영혼없이 편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들은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가 될 것이지만, 어쩌랴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 그런 말을 들어도 스스로 감내해야할 몫이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에게 동료는 있을까? 안타깝게도 동료애 역시 없다고 잘라 말하고 싶다.

지난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정상혁 군수 구명을 위한 탄원서 서명작업을 진행해 논란을 빚은 공무원 사회를 살짝 해부해본 것이다.

공무원들은 24일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군수 구명을 위한 서명을 받는데는 혈안이었지만, 군수 사건에 연루돼 입건된 자신들의 동료 공무원들에게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당사자들은 별 동요없이 공무원으로서 복무하는 것 같지만, 현재 입건된 상태인데다 공무원 직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좌불안석일 것이다. 입은 웃고 있어도 속은 새까맣게 타서 숯덩이가 됐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상실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그들의 지위가 위태로워 보인다.

자칫 20년이상 봉직해온 공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공직을 잃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살아갈 날이 막막한 장년들이다. 자식 대학공부며, 취업, 결혼 등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정상적인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경제력을 요하는 시기에 다른데 한 눈 한 번 안팔고 천직이었던 공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마도 잠 한 숨 못잘 것이다.

맡은 업무는 있지만 그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도 않을 것이고 몸은 군청에 있지만 정신적인 불안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스트레스, 체념 등 하루에도 수 십번씩 고민스런 상황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 둘 데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이들 동료를 살피고 위로해주고 구명할 수 있으면 나서는 것이 동료애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월요일 군수 구명운동에는 벌떼같이 달려들고 정작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는데는 어떠한 행동도 보여주지 않는 보은군 공무원들의 서명사태를 보면서 동료애를 기대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었다.

어쨌든 참 서글픈 현실이다. 군수를 살려보겠다고 사회단체, 공무원, 의회까지 나서는 막강한 힘에 무력감마저 느껴진다. 어느 개인을 살려보겠다고 이렇게 불꽃처럼 탄원운동에 나선 예가 있을까? 적어도 보은에서 이런 예는 없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정상혁 군수의 구명과 관련한 탄원서 서명작업을 보면서 새삼 떠올린 문구다. 혹시 군수를 위해 공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은 아닌지, 영혼이 없다는 비웃음까지도 달게 받으면서까지 공무원들이 군수를 위해 종을 울려온 것은 아닌지, 공무원 사회, 공무원 조직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

다른 날 다른 형태로 동료를 구하겠다고 탄원서가 돌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이미 속내를 보였기 때문에 이를 곱게 볼수는 없을 것 같다.

올해 최대관객을 기록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아들에게 "장수라는 자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명언이 나온다.

국민의 녹을 먹으며 공직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군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군민을 위해 일 하는 사람들임을 잊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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