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오장환문학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⑨ 오장환문학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4.10.29 20:27
  • 호수 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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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그릇에 문학을 넘어 지역을 담자
▲ 비좁은 전시실은 10명이 들어서면 꽉찰 정도다. 애초부터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길 거부한 설계다.
▲ 전시실, 세미나실, 문학 사랑방 등 협소하기 이를데 없는 오장환 문학관.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고 이것을 보존·전시함은 문학관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작품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 일반 대중의 문화 향수를 이끄는 것 역시 문학관의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학관 본연의 역할 이외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즉 지역민에게 문학을 기반으로 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서의 역할 외에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지역 문화 창달이라는 문화 기반 시설의 역할 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같이 다양한 역할을 충족시키고 있는 타 문학관과 달리 오장환문학관의 역할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오장환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전국의 선진 문학관을 탐방하며 운영사례를 살펴보았다. 건립된 지 8년 된 오장환문학관이 지금과 같이 박제된 공간에 머물지 않고 오장환의 문학을 향유하는 살아 꿈틀대는 공간이 되어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키는 문학관으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한다.

 

전문 인력확보 최우선
오장환문학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의 부족, 문학 관련 프로그램 부재, 인력의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오장환문학관은 외부 위탁 운영이 아닌 보은군의 직접 운영이지만 문학관내에는 별도의 조직없이 청소인력, 청원경찰이 전부다. 문학해설사도 1명에 불과하다.

보은군 2014년도 당초세입세출예산서에 의하면 오장환문학관 관련 예산이 총 1억1천188만원인데 이중 오장환문학상과 신인상 상금이 5천만원이고 인건비 및 수당, 여비 등으로 구성된 보상금이 3천227만여원이다. 나머지는 꽃묘 구입비 및 관리비용과 오장환 생가 이엉 잇는 비용 1천만원이다. 정작 문학관련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 푼도 없다. 예산서로만 봐도 오장환문학관은 전시장소에 불과한 곳이다.
그동안 8군데 문학관을 탐방해본 결과 오장환문학관 같은 체제로 운영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정식 공무원이 배치돼 있거나 대부분 전문인력을 확보해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다.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곳이 최명희 문학관이다. 전주시 직영이 아닌 최명희 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작가인 학예연구실장, 기획전문가 등이 운영에 나서 최명희 이름에서부터 작품, 그리고 지역까지 최명희로 연유된 다양한 콘텐츠들을 뽑아내 1년 열두달 쉼 없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소에 불과한 오장환문학관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오장환문학관에 능력있는 문학관련 학예사 등 전문인력 배치가 절실한 이유다.

 

문학을 넘어 문화향유의 장으로 거듭나야
오장환문학관 침체 원인 중의 또다른 하나를 꼽는다면 문학향유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관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살려내면서 지역주민들이나 학생들이 책도 보고 또 작품활동도 하는 등 문학을 매개로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문학 활동의 거점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문학 전시 공간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문학관을 친근한 공간으로 느낀다.

그리고 문학관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문학관 관람객과 문학답사 참가자들을 위한 해설사나 안내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문학관내 세미나실이나 문학관내 잔디밭에서는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소규모 발표회가 열려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명 문인을 초청한 특강 등 문학관 강좌 활성화, 학교 연계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이 뽑은 올해의 문학, 문학관을 기반으로 문학동호인회 활동 지원, 나아가 인접 관광자원과의 연계 프로그램 개발, 다른 지역문학관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문학관련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지역의 학생을 위한 보조교육기관 역할도 필요하다. 문학관과 학교 사이에 긴밀한 협조체제하에 문학관은 학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측에서 보면 교육적으로도 문학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학 체험을 할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학관이 보조교육기관이 되면 학생들은 학교처럼 문학관을 드나들 수 있다.
지금은 문학관과 이웃하고 있는 회인중학교나 회인초등학교 학생들의 방문도 드물다.

 

민간단체와의 연계 강화
민간단체와의 연계도 중요하다. 지역에 연고가 있는 문화 인사들과 문학 연구자, 작가 등 문인들로 구성된 여러 성격의 모임이나 문학회, 문인협회 등 문학인들을 문학관 운영에 적극 참여시켜 주인정신을 갖게 해야 한다.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문학관을 보면 대부분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유정문학촌의 경우 김유정문학촌 운영위원회가, 이효석문학관의 경우 가산문학 선양회가 주된 역할을 하고, 최명희 문학관도 마찬가지로 민간단체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문학관간의 협력사업 또한 중요하다. 오장환문학관을 방문하는 8, 90%가 인근 정지용문학관을 방문한 후오장환문학관을 찾듯이 문학관간 협력 또는 연계사업을 하면 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찾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문학관협회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문학관 사이의 협력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작가의 집 역사 기행 루트'를 개설해 이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공동 제작하는 등 공동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오장환문학관은 인근 옥천의 정지용문학관을 비롯해 대전, 충남북 지역내 문학관과 연대하면 별다른 연구 없이도 이들과의 상호협력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 일부 동네 주민들이 문학관의 주차장만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전락한 곳. 우리지역 출신 시인이라는 지역성, 향토성을 담보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역과는 관계가 없는 장소가 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오장환문학관이다.

최명희문학관의 최기우 학예연구실장이 오장환문학관의 운영 활성화를 위해 조언한 오장환 시인의 삶 쫓아가기(삶의 지도만들기), 마을 어귀마다 오장횐 시인의 시비를 설치해 테마기행 하기, 김유정문학촌에서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 나오는 점순이를 끄집어내 전국이 점순이 선발대회를 한 것처럼 전국의 오장환 찾기 대회를 하면 국민들에게 오장환 시인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그 인연으로 오장환문학관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지역주민들에게 조차도 낯선 오장환문학관. 시설은 있으나 프로그램이 없는 전시행정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오장환문학관이 우리지역의 문화를 견인하는 문학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행정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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