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문학관이 지역경제를 견인한다 - 태백산맥 문학관
⑧ 문학관이 지역경제를 견인한다 - 태백산맥 문학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4.10.22 21:25
  • 호수 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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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무대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에 문학 순례단의 발길 줄이어
▲ 보성군 벌교읍을 찾은 관람객이 소설 태백산맥 문학 기행길을 걷고 있다.

벌교읍이 전남 보성군에 속한 건 몰라도 벌교 꼬막은 다 안다. '핏기만 가시도록 데쳐낸 겨울 꼬막은 쫄깃쫄깃하고 얼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다.' 조정래 작가가 쓴 대하소설 태백산맥 속에 나오는 군침 도는 구절이다. 그만큼 벌교^꼬막이라고 할 정도로 벌교는 꼬막이 유명하다. 꼬막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의 벌교를 유명하게 한 것이 있다면 바로 태백산맥문학관일 것이다.
태백산맥은 유년기를 벌교에서 보낸 조정래 작가가 평생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온몸으로 쓴 대하소설이다. 1948년 빨치산이 전남 여수순천에서 무력 봉기한 여순사건부터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선포된 1953년까지의 벌교자체를 대하소설 태백산맥 안에 재현해놓았다.
바로 그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보성군 벌교읍에 한 편의 문학작품을 위해 지은 국내 최대의 작품 전시관이 있다. 태백산맥문학관이다. 소설 자체가 갖고 있는 힘, 그리고 작가의 무게 때문인지 태백산맥 문학관, 그리고 태백산맥의 무대인 벌교를 찾는 인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열권 분량의 소설 태백산맥은 1천만부 이상 팔렸고 주요무대가 그대로 녹아있는 벌교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소설 태백산맥의 자취를 찾고 있다.

한편의 작품위해 건립된 국내 최대문학관
보성군이 운영하고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은 태백산맥 발표 30주년과 문학관 개관 5주년을 넘기면서 누적 관람객 수 4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문학관이 위치한 벌교읍 곳곳에는 소설속의 무대들이 그대로 재현돼 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기행 1번지다.
보성군은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문학적인 관광자원을 활용해 지난 2008년 11월 벌교읍 소재지에 태백산맥문학관을 개관했다.
총 44억6천500만원을 투입, 지상 4층 규모로 지은 문학관은 1층엔 4년간의 자료조사와 6년간의 집필 소설 태백산맥 탄생 등의 자료를 전시하고 2층에는 작가의 삶과 문학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으며 4층은 중도방죽 등 소설 무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꾸며져 있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조정래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아우르는 통일문학관으로 가꾸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세상에 드러낸 주제의식을 형성화하기 위해 산자락을 파내서 특이하게 설계되었을 뿐만 아니라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북향으로 지어졌다.
조정래 작가의 육필 원고 1만6천500장 분량, 1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원고 전량을 비롯해 작품 관련 자료 등 159건 719점이 전시돼 있는 단 한편의 문학작품을 위해 지어진 국내 최대의 작품 전시관이다.
문학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학관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있다. 산을 파내서 생긴 경사면은 시멘트 콘크리트 옹벽이 아닌 스토리를 입혀 옹벽석화라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종상 화백이 제작한 옹벽석화는 길이 81m, 높이 8m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을 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이 자연석 벽화는 오방색돌을 활용해 백두대간과 지리산, 독도 등 우리국토를 웅장하게 형상화한 것으로 근현대 우리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문학관 뿐만 아니라 겨레의 염원을 담고 있는 옹벽석화 또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개관 6주년을 맞은 태백산맥문학관은 지난 6월 기준 총 43만여명이 찾았다. 지난해 한 해 만 6만명이 찾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3만4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학관에서 추진하는 문학사업으로 인한 관람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태백산맥 소설 10권을 원고지 노트에 필사해 문학관에 기증하는가 하면 1년 뒤에 보내는 편지쓰기 체험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이중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실시하는 순천청년연대 주관 현 부잣집과 중도방죽, 김범우의 집 등 소설 속에 나오는 주요 현장에서 소설을 재연하는 연극공연과 해설이 문학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주고 있다.

태백산맥의 무대 실제로도 있어
벌교는 1930년대 광주 송정과 순천을 연결하는 경전선이 개통되면서 전남 동부권의 교통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곡물방출의 전진기지역할을 했다. 광주, 목포, 여수와 더불어 호남의 4대 상업도시로 발달했던 것도 바로 이런 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벌교가 보성군의 소재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군청 소재지인 보성읍보다 벌교읍이 더 번성한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벌교읍에는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하는 현 부잣집을 비롯해 김범우의 집, 술도가, 금융조합 등과 같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남아있다. 벌교상고 교사를 지낸 아버지로 인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벌교에서 보낸 조정래 작가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당시 벌교의 모습을 소설 속에 녹아냈던 것이다.
실제로 있던 건물을 토대로 한 소설을 읽고 벌교에서 건물이나 시설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재미가 가득한 곳이다. 소설 속에 있었던 주인공인 김범우의 전통적인 옛집과 왜색이 물씬 풍기는 현 부잣집도 있다.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부용교 일명 소화다리는 소설에서 좌우익 간에 사형을 집행하던 장소로 묘사돼 있다. 또한 벌교포구 바로 위쪽에 있는 경전선 철교는 소설 속의 인물 염상구가 담력시합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1935년에 지어진 일본식 2층 목조건물로 소설에서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였던 남도여관으로 소개된 보성여관도 있다.
조정래 작가가 벌교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여관이었다는 보성여관은 2004년에는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132호)가 됐다.
일제강점기 가장 번화한 곳에 있었던 지금으로 치면 5성급 호텔같은 곳이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다 쓰러져가 1994년 임권택 감독이 영화 태백산맥을 찍을 때에는 영화에 담지 못할 정도로 낡았던 것을 2009년 문화재청과 보성군의 재원으로 여관 건물로 복원해놓았다.
1층에는 벌교 건물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장과 카페, 소극장이 들어서있고 안쪽 한옥에는 온돌방도 마련, 실제 관광객을 받을 수 있다. 2층에는 세미나와 발표의 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다미방이 있다.
이외에 1919년에 금융시설로 지은 2층의 붉은색 벽돌건물로 지난 2005년 등록문화재 제 226호로 지정된 옛날 금융조합 건물도 있다.
이같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근대식 건물,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던 무대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것이 축복이 되고 있다.

문학은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보성군은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문학적인 관광자원으로 인해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보성군 벌교읍 일원이 문학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기행1번지로 자리매김하려는 보성군의 노력에 의한 산물이다.
지난 2008년 문학관 개관 이후 2009년에는 벌교우체국~벌교읍사무소 구간을 문학거리로 조성하고 태백산맥길로 지정했다. 9억원이 투입된 벌교 삼매경 관광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태백산맥 문학거리 내 건물 외벽을 1940~1950년대 분위기로 리모델링, 근현대적 거리로 만들었다. 문학거리 중심에 위치한 문학공원에는 가로 23m, 높이 3m에 달하는 태백산맥 기념 조형물을 세웠다.
이 구간에서는 보성여관에서 벌교의 옛모습과 휴식을 즐기며 소설 속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 2011년 태백산맥 속 주요 무대를 잇는 8㎞의 태백산맥 문학기행길도 만들었다. 소설의 감동과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문화트레일인 문학기행길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보성여관과 벌교 금융조합(현 벌교 농민상담소) 건물을 차례로 복원해 개관했다.
내년에는 도비 50억원과 군비 50억원 등 총 100억원 규모로 벌교읍 일원에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태백산맥 테마파크 조성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벌교지역에 산재해 있는 소설 무대의 체계적인 정비를 통해 도시 전채가 문학이라는 테마로 연결된 무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태백산맥문학관 윤미령 주무관은 릲벌교에 오면 태백산맥의 감동이 살아있고 태백산맥을 읽으면 벌교가 살아숨쉬는 세계적인 문학기행의 도시, 벌교로 디자인해 나가고 있다릳고 말했다.
오장환이 태어난 곳이라고 해서 그나마 생가를 복원하고 문학관을 건립해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오장환과 회인을 연계하는 사업이 없어 사실상 오장환 시인은 회인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보은군도 오장환 시인 단독으로 어렵다면 우리지역의 살아있는 작가들을 연계한 문학사업을 전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를 개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보성군의 문학관광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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