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문학관이 지역경제를 견인한다 - 김유정 문학촌
⑦ 문학관이 지역경제를 견인한다 - 김유정 문학촌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4.10.16 09:39
  • 호수 2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없어질 뻔한 기차역 김유정문학촌으로 인해 살아남아
▲ 작품영인본 하나없는 전시실이지만 늘 관람객들로 부쩍된다. 문학촌을 찾은 학생들이 해설사로부터 해설을 듣고 있다.

길도 김유정이요 농협·우체국·기차역 이름도 김유정, 연간 58만명 방문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토속적인 작가로 꼽히는 김유정. 강원도 춘천시 금병산 자락의 실레마을에는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김유정만큼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게 춘천 김유정문학촌 인근의 대부분의 시설 이름은 '김유정'이 잠식했다.
길 이름도 김유정로이고 경춘선 신남역은 김유정역으로 바뀌었고 2012년에는 신동농협 신남지점이 신동농협 김유정지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12년 추진하다 실패한 신동면의 김유정면 변경작업은 지난 7월 또다시 추진하고 있다.
춘천시에서도 주민들이 희망하면 면 명칭을 변경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동우체국이 김유정 우체국으로 바뀌었다. 김유정 우체국 탄생기념으로 기념우표까지 만들어 기념했을 정도다.
이렇게 공공시설 명칭이 김유정으로 바뀐데는 작가 김유정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김유정역은 옛날엔 신남역이었다고 한다. 7, 80년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강변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대성리역과 강촌역은 봄부터 가을까지 늘 들뜨고 부산했다.
주말이면 열차마다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대성리역과 강촌역에서 내리면 강촌역을 출발해 신남역을 향할 때 승무원은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김유정역의 전신인 신남역에서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는 조용한 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김유정역으로 바뀌고 주변에 관광여건이 조성되면서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역으로 변했다.
고속전철 개통으로 경춘선은 없어진다고 했으나 김유정문학촌으로 인해 역이 없어지지 않고 유지될 정도가 된 것이다.

한적한 시골마을 연간 58만명이 방문
김유정문학촌은 2002년 개관했다. 당시만 해도 김유정 생가와 단층 전시관, 정자, 연못이 전부인 작은 문학촌을 보러 춘천외곽까지 사람들이 오겠는가 하는 우려도 컸지만 한 해 한 해 세월이 흐르면서 지난해에는 58만명이라는 사람들을 불러들인 곳이 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한국문학관협회가 60여개의 문학관을  평가해 수여한 제 1회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별로 볼 곳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 인파가 몰려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김유정기념사업회 권준호 사무국장은 "전국의 웅장한 문학관들에 비해 규모로 보면 초라하지만 김유정 작가의 문학처럼 촌스럽고 소박하고 정감있는 공간으로 유지되는 게 매력인 것 같다"고 평가하고 "문학관은 대부분 유품을 놓고 작가의 생애를 조명하는데 이는 부수적인 것이고 결국 남긴 작품들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체험형 문학관이라는 게 작용한다. 전국의 점순이 선발대회, 동백꽃의 닭잡기 등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딴 이색행사가 개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또 김유정 소설 작품에서 이름을 딴 봄봄이라는 청소년문학축제 뮤직페스티벌과 어린이들의 이야기 겨루기, 김유정 소설 주인공 그리기, 전국 성인들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국 이야기 시합 나는 이야기꾼이다 라는 실레마을 이야기 잔치 등 관심을 끄는 문학촌의 다양한 행사도 방문객들을 불러모으는데 한몫 한다.
이같은 사업으로 김유정문학촌은 2009년 12만명에서 2012년 37만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58만명이라는 방문객 숫자를 기록했다. 연간 5, 6천여명에 불과한 오장환 문학관에서 보면 58만명은 꿈의 숫자다.
이렇게 김유정으로 인해 김유정문학촌 주변 마을 즉 실레마을은 주말마다 구름처럼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이다.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실레마을은 외국에 있는 시골마을의 이름 같지만 실제 김유정이 태어난 고향이다. 그의 고향에선 사방팔방 어디서든 그의 이름 석 자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김유정의 흔적으로 칠해져 있다.
등산객이 많이 찾는 금병산(해발 652m)은 소설속 배경답게 등산로마다 작품 제목을 딴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 봄봄길, 동백꽃길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어느 코스든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5시간반 정도면 충분하다.
김유정문학촌에서 시작해 금병산 중턱을 돌아 다시 돌아오는 산자락에는 걷기 좋은 실레이야기길(5.2㎞)도 조성돼 있다.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실레이야기 길에는 김유정의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길이 조성돼 있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 길을 비롯해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 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 길, 춘호 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비탈길,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 등이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지나는 이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길마다 소개하는 안내판 글을 읽으며 걸으면 무료함을 잊을 수도 있다.
또 봄봄의 점순이와 봉필영감, 그리고 데릴사위인 내가 살았던 데릴사위길이 있고 김유정이 자주 찾아와 코다리찌개에 막걸리를 마시던 주막길도 있다.
문학촌을 찾은 사람들에게 김유정을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길이 김우정 문학촌을 잊지 못하게 하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김유정 문학마을 조성해 새 역사 도모
춘천시는 관광명소인 김유정 문학촌 인근에 국비와 도비, 시비를 포함 100억원을 투입한 김유정 문학마을을 조성했다. 새로운 볼거리를 조성해놓은 것이다. 1930년대 춘천시 생활문화 자료를 전시해놓은 향토문학 사료관 뿐만 아니라 체험관, 야외공연장, 공예공방도 조성하고 족욕장도 설치하는 등 관람객들의 체험 및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이는 김유정 문학촌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지만 지원시설이 부족해 행사를 치르는데 어려움이 크자 문학 체험 시설을 대폭 확충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보고 체험하는 관광명소로 만든 것이다.
이 시설을 제일 반긴 사람은 권준호 사무국장 등 직원들이다. 권준호 사무국장은 "문학촌 개관 당시 사무실이 별도로 없어 생가 사랑방에 컴퓨터를 하나 놓고 업무를 봤는데 여름에 문을 열어놓고 업무를 보다가 동물원 원숭이가 됐던 적이 있었고 또 초가지붕인 생가에 컴퓨터라는 첨단 자재가 놓여있다는 것이 어딘가 불균형이기도 해 그 이후엔 더워도 문을 닫고 여름이면 러닝셔츠 차림, 겨울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근무를 했었다"며 "문학마을을 조성하면서 문학촌 사무실이 확보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문학촌에서 출발해 면소재지 한 곳을 통째로 문학 타운으로 만드는 것처럼 계속 발전하고 있는 김유정문학촌을 보면서 사무실이 별도로 없어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안내데스크가 사무공간인 오장환문학관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준호 사무국장은 "김유정문학촌은 문학의 정취 뿐만 아니라 등산과 산책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며 "한번 만든 시설이라고 해서 그냥 두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관리하고 시대의 욕구 및 관람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 등이 더해져야 문학관이 정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적 마인드를 갖고 있고 문학을 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문학관 운영을 잘한다는 것 보다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학관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