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가족캠핑문화, 시골로 끌어들인다
(홍천 살둔마을, 상주 구마이곶감마을)
⑥가족캠핑문화, 시골로 끌어들인다
(홍천 살둔마을, 상주 구마이곶감마을)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4.09.25 09:47
  • 호수 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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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 캠핑문화가 시골의 소득원으로

2007년 시작된 '1박2일'을 비롯해 여행 및 캠핑 관련 TV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 년 전부터 마을기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좋은 경치와 물을 갖고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캠핌장을 운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개는 체험마을을 운영하다가 캠핑장을 추가한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몇몇 유명 캠핑장은 캠핑장 운영을 위해 마을기업을 설립한 곳도 있다.  홍천살둔마을영농조합법인(대표 이인호)은 마을의 폐교를 활용해 오토캠핑장으로 조성한 사례이고, 상주구마이곶감마을영농조합법인(대표 이상진)은 마을체험장 내 족구장을 오토캠핑장으로 조성했다.
최근 마을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오토캠핑장의 성공가능성을 두 마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내린천과 폐교부지가 가족캠핑장으로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2리 내린천 상류에 위치한 청정지역인 살둔마을은 수려한 경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을 주변에는 홍천군과 인제군에 걸쳐있는 높이 1천444m의 방태산이 감싸고 있을 정도로 오지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의 예언서 '정감록'이 난리가 나면 숨을 만한 곳으로 꼽았을 정도다.
이런 오지 마을에도 캠핑바람이 불어 닥쳤다. 강원도의 오지로 불릴 만큼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쉬고 싶은 캠핑객들이 살둔마을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 캠핑객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캠핑장을 운영하기에 뜻을 모았다.
2009년 살둔마을 46가구 중 20가구가 20만원씩 출자해 법인을 설립했다. 캠핑장 부지는 1993년 폐교된 원당초등학교 생둔분교 부지를 홍천교육지원청에 임대료 연 300만원을 주고 임대를 받아 해결했다. 여기에 강원도로부터 새농어촌건설자금 5억원을 지원받아 캠핑장내 화장실, 샤워시설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팬션 부지도 매입했다.
때마침 2009년 가을 '오, 마이텐트'라는 TV프로그램이 이곳 살둔마을 캠핑장을 중심으로 촬영되면서 서울 등 외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여름 한철 드문드문 왔었던 캠핑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오지를 찾아준 캠핑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2010년 여름부터는 뗏목과 자전거 등 즐길거리를 준비했고, 저녁 8시에는 영화상영(어린이들을 위해 주로 만화영화 상영)도 시작했다. 또한,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 내면사무소로부터 구명조끼를 지원받아 무료로 빌려주기 시작했다. 홍천군도 다슬기 방류와 체육시설 설치 등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천혜의 캠핑조건과 마을주민들의 정성이 어울어지면서 캠핑객과 함께 마을수익이  급격히 늘었다. 2009년 3천명이던 캠핑객이 2010년에는 5천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명까지 상승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캠핑장 운영 6천만원, 팬션 운영으로 2천만원의 수익을 올려 총 8천만원을 벌었으며, 올해는 무난히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캠핑객도 늘고 마을수익도 늘었지만,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판매도 함께 늘었다. 캠핑객들이 많이 찾는 여름 성수기에는 마을부녀회에서 산나물이나 부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것이 농산물 택배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을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변화는 주민들의 인식변화이다. 농사에만 의존했던 주민들이 관광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고, 농산물의 소포장 및 세트포장이 중요함도 인식하게 됐다. 주 작목이었던 감자에서 소득이 높은 산나물 재배로 작목의 변화도 가져왔다. 결론적으로 마을이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진 것이다.
이렇게 마을의 변화를 가져온 오토캠핑장의 성공을 위해 마을에서는 몇 가지 운영방침을 정한 것이 있다. 먼저 텐트는 30동으로 제한하고 캠핑장 구역도 횟가루나 끈으로 정해 놓지 않아 복잡하지 않고 여유 있는 캠핑장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단체 캠핑객은 받지 않고 가족단위 캠핑객들만 유치해 말 그대로 가족과 함께 쉬었다는 가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여기에 캠핑객들이 지적하는 불편한 점과 개선점을 수시로 체크해 곧바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낮에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해놓았다가 저녁 8시 영화상영에 앞서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도 하고 있다. 또한, 캠핑 초짜 가장들이 텐트를 치다가 쩔쩔매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다가가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도와주는 것도 살둔캠핑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6년 동안 살둔마을 캠핑장을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캠핑장으로 만든 것에는 이태호 매니저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10년 전 다니던 직장을 접고 인천에서 고향으로 내려온 이태호 매니저는 여름철 성수기에는 캠핑장 인근에 있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캠핑장에서 함께 잠을 자면서 캠핑객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나오던 이태호 매니저는 릲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어릴 적보다 더 낙후된 고향의 모습에 실망했다. 하지만 캠핑장 운영을 하면서 마을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릳며 릲지역특성에 맞는 마을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캠핑장과 달리 정말 제대로 쉬었다가 간다는 생각이 들도록 캠핑장을 운영한 것이 성공의 기반이 된 것 같다릳고 강조했다.

체험마을 족구장이 캠핑장으로 변신
상주 구마이곶감마을은 경상북도 상주시 내서면 서만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앞을 흐르고 있는 이안천의 물굽이가 기암절벽을 아홉 번 돌기 때문에 구마이라고 불리게 됐고, 마을의 주 소득원이 곶감과 관련되기 때문에 마을이름을 구마이곶감마을로 명명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홍천 살둔마을이 마을기업으로 오토캠핑장을 시작한 것과 달리 이곳 구마이곶감마을은 2005년부터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했다. 주민 90%가 곶감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1차로 감을 비롯해 고사리, 콩, 고추 등을 생산하고, 2차로 곶감이나 감식초를 가공한다. 여기에 감과 관련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이른바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시도해온 것이다.
하지만, 마을기업 중 체험마을 운영이 가장 힘들고 실패할 확률이 높았던 것처럼, 구마이곶감마을에도 위기가 닥쳤다. 조합원들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인해 농사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지쳐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체계적인 마케팅이 부족하면서 체험마을은 붕괴직전까지 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지금 구마이곶감마을의 사무장을 맡고 있는 곽영미씨가 2010년 1월 남편의 고향으로 가족과 함께 귀농했다. 경기도 양평 보릿고개마을에서 4년간 근무했던 곽영미씨는 체험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그동안의 노하우를 쏟아 부어 체험프로그램 재정비와 마케팅에 나섰다.
체험프로그램을 계절별 대표체험으로 묶고 농촌체험과 무관한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없앴다. 3~5월 딸기체험을 시작으로 6월에는 감자체험, 9월에는 포도따기 체험, 10월에는 감따기 및 감깍기 체험 등 계절별 체험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그리고 여기에 7~8월 물놀이체험을 집어넣으면서 오토캠핑장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체험객들을 위해 이안천 주변 둔치를 족구장으로 운영했으나, 족구장은 주차장으로 사용할 정도로 그 이용이 부진했었다. 이곳을 가족단위 오토캠핑장으로 바꾸면 캠핑객을 유치하면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여름철이 빠졌던 체험프로그램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2011년 5월 개장한 오토캠핑장이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상주시는 물론, 대구, 구미, 김천 등 경북 지역에서 방문하는 가족단위 캠핑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 캠핑객들이 다시 찾는 재방문율이 30%가 넘을 정도이고, 이들 가족단위 캠핑객들은 추후 체험객이 되어 오는 경우도 다반사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2013년 한해동안 오토캠핑장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3천만원이며, 하향 곡선을 그리던 체험프로그램 운영 수익도 7천만원까지 다시 상승하게 됐다. 여기에 마을 특산물 판매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 1억원까지 합해 2억원이 넘는 마을수익을 올렸다. 캠핑장 운영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인건비를 제외한 수익 중 1%는 마을기금으로 적립하고, 20%는 연말 배당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인 80%는 오토캠핑장 운영을 위한 재투자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오토캠핑장이 체험마을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마이곶감마을의 최종 목표는 특산물 판매에 두고 있고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곽영미 사무장은 "생산, 가공판매, 체험 등이 어우러진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우리 마을이 꿈꾸는 목표"라며, "농촌사람들이 운영하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 투박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민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운영하고 고객보다 내가 더 고객인 것처럼 세심한 신경을 쓴다면 오토캠핑장은 물론 체험마을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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