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시골마을의 넉넉함과 편안함을 판다(완주 안덕마을, 영월 한반도뗏목마을)
⑤시골마을의 넉넉함과 편안함을 판다(완주 안덕마을, 영월 한반도뗏목마을)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4.09.18 09:54
  • 호수 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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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이주는 건강과 여유를 상품으로

전국적으로 마을기업이 하고 있는 사업들을 대략 구분해보면,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파는 가공업(떡, 한과, 음료 등)과 농산물 유통판매업(직거래판매장, 인터넷 택배사업), 농어촌에서의 체험사업, 자연경관이 좋은 마을에서의 휴양사업(캠핑장, 오토캠핑장 운영)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사업 중 가장 하기 힘들고 실패가 많았던 사업이 농촌체험사업이다. 체험에 대한 확실한 테마도 없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어다가 사업방향을 놓고 갈팡질팡하다가 마을주민 간 분란이 일어나고 끝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즉, 농촌체험사업은 자연경관만이 아닌 확실한 테마를 갖고 시작하지 않으면, 가공업, 유통판매업, 휴양사업에 비해 실패확률이 높다.

보은군에서도 체험사업을 여러 마을에서 시행했으나, 실패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마을사업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사업성과가 없는 경우, 주민들이 함께 해야 하는 마을사업의 취지와는 달리 소수만이 사업을 하는 경우 등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심지어는 마을사업이 주민 간 다툼과 소송의 원인이 되기까지 한 사례도 있다.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은 한증막체험,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마을은 뗏목체험,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고라데이마을은 심마니체험을 확실한 테마로 삼아 체험마을로 성공했다. 안덕마을과 옹정마을의 농촌체험마을의 성공전략을 살펴본다.
 
한증막과 폐금광을 오가며 건강 회복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자락의 안덕마을은 전주시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몇 년 전까지는 주민들이 고사리와 취나물 등을 채취하면서 살던 수려한 산세와 청정한 자연을 가진 그저 조용한 산골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증막과 쑥뜸체험을 비롯해 황토방, 웰빙식단, 숲길걷기 등 건강과 힐링을 테마로 내세워 전국적으로 많은 체험객을 끌어들이는 체험마을이 됐다. 시작은 2009년 안덕리 4개 마을주민 5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73명이 1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현금·현물을 출자해 1억3천500만원으로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대표 유영배)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마을체험의 컨셉은 '힐링'으로 잡았다. 마침 올레길 걷기열풍과 함께 전국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힐링' 컨셉이 딱 맞아 떨어졌다. 여기에 2010년 모 방송사에서 마을주민들이 화합과 협동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되면서 단체체험객을 중심으로 마을을 찾는 발길이 크게 늘었다.
안덕마을이 다른 체험마을과 분명히 다른 점은 단순히 보고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토속한증막인데, 한약재를 달인 물로 반죽한 황토에 솔잎과 쑥을 배합하여 구들을 만들어 다른 한증막과 차별화했다. 한약재 성분이 우러나오면서 체질개선 등 보다 뛰어난 한증막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피곤하다 싶으면 보통 사우나를 찾는데, 한적한 마을에서 토속한증막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한증막 밖에는 안덕마을이 산골이었음을 짐작해 할 수 있는 폐금광이 있는데, 광굴 속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한증막으로 뜨거워진 몸을 서서히 식힐 수 있는 신선노름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유기농 채소와 죽염을 이용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황토방에서 쉴 수 있도록 체험마을이 갖춰져 건강과 힐링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체험테마가 한증막을 중심으로 어른들 위주로 구성된 것에 대한 보완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어드벤처 체험과 전통문화체험도 마련했다. 전통문화체험에서는 다례와 전통혼례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어드벤처체험으로는 짚라인과 레일바이크, 그물망걷기, V자 모양 걷기 등이 있다. 안덕마을 주변 산자락에 조성되어 있는 4㎞ 정도의 건강힐링녹색길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을 잡고 숲속을 걸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마을체험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유영배 대표 등 10여명의 주민들은 오로지 체험사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농사 등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결국, 안덕마을은 시대의 화두가 된 건강과 가족을 위해 가족단위 체험객이 찾도록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으며,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의식 또한 다른 체험마을과 크게 달랐다.
이런 성공요인을 바탕으로 사업시작 5년째인 지난해 체험객이 5만명, 비공식적으로는 10만명에 달할 정도가 됐다.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 오는 체험객이 60~70%일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매출액이 8억 원에 이르고, 4년째 10%씩 배당을 하고 있다. 심지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식당과 한증막 사업을 분리할 정도라고 한다.
마을체험이 성공하면서 마을에 크고 작은 변화도 일어났다. 먼저 땅값이 10배 정도가 상승해 인근 전주시 외곽지역보다 비쌀 정도가 됐다. 인구도 늘어 법인을 설립하던 2009년에는 159명이었던 마을인구가 지난해 연말 300명에 육박하게 됐다. 체험마을 식당에서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고 있고, 체험객 대상 농산물 판매장도 운영하면서 농산물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최근에 주민들이 개발한 죽염된장의 택배주문량이 날로 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체험마을의 성공이 가져다 준 부수적인 성과이다.
사업초기에는 주민들의 반발과 논란도 분명히 있었지만, 마을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리더의 역량이 있었다. 그 바탕에는 마을기업의 투명한 운영, 주민들의 공동체의식, 조합원에 대한 동등한 대우 등이 깔려 있다.
유영배 대표는 성공비결에 대해 "무엇보다도 마을현실에 맞는 컨셉을 잡아 사업을 계획하고 꾸준히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덧붙여 "내 사업이라는 주인의식을 갖도록 주민에 대한 의식교육과 기업운영 공개 등을 통해 갈등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며, 자치단체의 지나친 개입과 정치논리에 의한 지원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뗏목타고 한반도를 한 바퀴 돌아볼까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우리나라 한반도와 꼭 닮은 지형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선암마을로 불림)에 있는 한반도지형이다.
1999년 처음 발견된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이 애국가 영상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지고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것이 감자나 옥수수 농사만 짓던 조용한 산골 선암마을에 변화의 원인이 됐는데, 바로 한반도지형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뗏목체험을 시작한 것이다.
한반도지형을 보기 위해 선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붙들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던 중, 과거 마을 앞 서강으로 뗏목이 지나간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반도지형이라는 절경을 만들어낸 서강은 1960년대까지 강원도에서 벌목된 목재를 서울 마포까지 운반했던 물길이었다.
2008년 한반도뗏목마을영농조합법인(대표 박봉천)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체험마을 운영에 들어갔다. 지금은 마을전체 57가구가 모두 참여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당시 8가구만이 참여한 것이 말해주듯이, 뗏목체험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한 주민 10여명은 체험객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했다. 과거 뗏목을 운반했던 뗏꾼의 복장을 갖춰 입고 약 30분간 타게 되는 뗏목체험 시간동안 과거 마을 앞으로 지나갔던 뗏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한반도지형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 주변 경관 및 관광지에 대해 맛깔나게 설명했다. 여기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뗏목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한반도지형을 탐방한 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뗏목을 타고 유람하는 색다른 체험이 마을을 찾는 체험객들의 발길을 늘어나게 했다.
여기에 뗏목체험만으로는 아쉬운 체험객을 위해 한반도지형과 선암마을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숲길을 만들어 '한반도트래킹' 프로그램도 추가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소문이 점차 나면서, 학교단위의 단체 방문객들이 늘어나 수학여행 철인 5월부터 시작해 여름 피서철을 지나 가을단풍철인 10월 중순까지는 평일에도 바쁠 정도가 됐다.
지난해 선암마을을 방문한 체험 및 관광객들이 3만명, 뗏목체험 및 트래킹 참가비로만 1억2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나가는데, 조합원 57가구 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민 10명(남 7명, 여 3명)이 일당 7만원씩 쳐서 인건비를 받고 있다.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는 수익금은 출자한 57가구에 10만원씩 배당하고, 마을주민들의 선진지 견학비, 조합운영자금, 차기년도 이월 등에 사용한다.
뗏목체험이 성공하면서 선암마을에는 또 다른 변화도 찾아왔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감자, 고추 등도 체험객에 의해 잘 팔려 나가는 부수익도 올리는 것이다. 또한 점차 줄던 마을에 10가구가 늘었고 땅값도 상당히 올랐으며, 기존에는 없던 펜션까지 4곳이 생기는 등 뗏목체험의 성공이 가져다 준 마을의 변화는 적지 않았다.  마을이 처한 상황과 역사에서 찾아낸 한반도지형과 뗏목이라는 테마가 가져다 준 변화인 셈이다.
박봉천 대표는 "체험마을 운영 이전에는 마을전체 주민들이 옥수수나 감자를 재배하면서 어렵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달 100~150만원씩 농외소득을 올리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고향을 등졌던 젊은이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마을의 변화를 반겼다.
선암마을은 2007년 농촌전통테마마을 지정 당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받은 2억원 외에는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추가 지원 없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릲마을기업의 투명한 운영은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마을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릳며 릲더불어 지원받은 돈을 허투루 쓰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고 사용처를 결정해야 하며, 나아가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올 수 있도록 마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릳고 강조했다.
보은군에도 여러 곳에서 체험마을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쏟아지고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마을주민들이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새겨야 할 말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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