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 박경리 문학공원
④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 박경리 문학공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4.09.18 09:45
  • 호수 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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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원으로 재탄생하며 국민 품으로 돌아가
▲ 박경리문학공원 정혜원 소장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문학관 내부에 전시된 박경리 선생의 문학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국민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문학관의 성공 사례로 보도할 박경리 문학공원과 황순원·윤동주 문학관은 작가의 저명성만으로도 문학관이 활기를 띠는 공간이 되고 있다.
짧은 생애, 월북, 게다가 국민들이 작품을 읽지 못하도록 40년 이상 금지시킨 정부정책으로 오장환 시인이 문학관은 오장환 시인의 이름으로 국민들을 흡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여기에 지차제의 행정적인 뒷받침까지 따르니 참 부러운 문학관들이다.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문학관 소개에서 첫 번째는 박경리문학공원이다. 자체 문학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이 찾는 명소임에도 박경리 선생의 문학관은 쉼없는 문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집필한 원주시 단구동 옛집을 포함한 주변 공원을 포함해 박경리 문학공원 취재를 위해 박경리문학공원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과천시의 한 도서관에서 추진한 문학기행에 참여한 가족들로 문학공원 시설 곳곳마다 북적댔다.

◆박경리, 군사도시를 문학도시로
이미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원주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외다. 군사도시 이미지는 문학도시 이미지로 바꿀 정도다.
과거 원주시는 1군 사령부가 자리하고, 미군기지인 캠프롱이 있으며, 주변에는 보병사단과 보충부대 등 많은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는 원주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군사도시였다. 최근 첨단의료단지 유치, 혁신도시 선정 등으로 도시 이미지는 바뀌고 있지만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데 박경리 선생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원주를 군사도시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경리 선생이 서울에서 원주시로 이사한 것은 1980년이다. 소설 토지는 1969년 8월 15일 집필을 시작해 그로부터 25년 후인 1994년 8월 15일 탈고했는데, 토지 5집 중 서울에서 3집까지 집필하고 원주에서는 4, 5집을 집필했다. 원주로 이사해서도 14년이 걸린 셈이다.
소설 토지 집필 하는 동안은 물론 집필 후에도 박경리 선생과 교류하는 문화예술인, 기자 그리고 팬들이 원주시를 찾았다.
지난 한해 박경리 때문에 원주시를 찾은 방문객, 즉 박경리문학공원을 찾은 관람객이 10만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30만명이 약간 넘는 원주시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인구가 박경리 문학공원을 찾은 것이다. 상당한 기록이다. 원주시가 자연스럽게 문학으로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다.
유명한 인물 하나로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진 원주시가 문학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데는 박경리 선생의 옛집을 활용한 박경리 문학공원이 크게 한 몫 했다.

◆박경리 선생 옛집 중심 문학공원 조성
원주시의 예산 지원과 박경리 선생의 의지에 의해 탄생한 박경리 문학공원은 소설 토지 4, 5집의 산실인 박경리 선생의 옛집을 중심으로 토지의 배경을 공원에 재현해낸 곳이다.
박경리 선생 타계 후 원주시와 유족의 협의로 문학공원으로 명명된 박경리 문학공원은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과 이미지가 재현된 곳이다.
박경리 선생의 옛집을 중심으로 소설 속 무대인 섬진강을 연상시키는 개울과 백사장 뚝길이 있는 평사리 마당, 간도 용정의 이미지를 살린 용두레벌, 어린 홍이를 테마로 한 홍이동산 등 3개의 주제공간과 함께 북카페, 선생의 유품과 토지 원고 등이 전시된 문학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스토리로 엮여진 문학공원은 2010년에는 대한민국조경대상을 받을 정도로 아름답다.
문학공원 탄생배경은 이렇다. 1989년 한국 토지개발공사가 이 일대를 택지로 개발하면서 박경리 선생의 사택이 헐릴 위기에 몰렸다. 당시 박경리 선생은 사택 보상금과 사재도 내놓겠으니 토지문학관을 건립해달라고 건의하며 집을 포함 2천314㎡를 희사했다. 토지공사는 1999년 박경리 선생의 옛집을 헐지 않고 주변까지 총 1만641㎡ 규모의 공원을 만들어 원주시에 기부됐다.
자칫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대하소설 토지의 산실인 박경리 선생의 옛집과 주변 문화환경의 가치를 감안해 원형을 살려 문학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옛집은 정원, 집필실 등 선생이 이곳에 살았던 마지막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서재뿐만 아니라 장롱, 여행가방, 낡은 선풍기 싱크대, 그릇 등 부엌 살림살이 등 선생의 절약하고 검소한 생활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살림살이가 정겹게 다가온다.
선생의 옛집과 북카페만 있던 이곳에 2010년 원주시가 인근의 건물을 매입해 문학의 집을 만들면서 기능이 크게 보완돼 공원개념이 컸던 이곳을 명실상부 문학 기능을 갖춘 문학공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5층 규모인 문학의 집엔 선생의 삶의 흐름에 따라 연대표와 시간, 시로 구성해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타임캡슐이 전시됐고 토지를 집필했던 원고지, 만년필, 안경, 돋보기, 사전, 그리고 재봉틀, 직접 재단해 입었던 옷, 선생이 직접 만든 도자기, 농사지을 때 썼던 밀짚모자, 장갑, 호미 등 유품도 전시돼 있다.
또 소설 토지의 역사적, 공간적 이미지와 등장인물 관계도, 영상 자료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밖에 전시공간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선생의 삶과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료실과 세미나실도 갖춰져 있어 문학공원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한다.
 
◆관람객 연간 10만명 넘는 명소
박경리 선생의 옛집을 중심으로 한 박경리 문학공원은 초중고 대학생들은 물론 문인, 작가 지망생, 도서관 독서모임의 문학기행 성지로 소문이 나있다.
밀려드는 기행단의 방문으로 지난해 박경리 문학공원을 다녀간 관람객이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문학의 집이나 북카페 등 건물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같이 박경리 문학공원의 관람객들이 넘쳐나는 것은 박경리 작가가 갖고 있는 파워에 힘입은 바 있지만, 문학공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문학관련 행사도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문학공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토지 완간의 날에 맞춘 소설 토지의 날 행사와 ○○학교가 들어가는 인문학 강좌가 유명하다. ○○학교는 총 4개 강좌가 운영되는데 유아 어린이 대상 동화토지학교, 청소년 대상 청소년 토지학교, 성인 소설 토지학교, 토지 한국사 학교가 있다.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 토지학교나 토지 한국사 학교는 토지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공자를 강사로 초빙하는데 올해로 벌써 8년째다. 수강 대상은 원주시 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춘천, 강릉 등 지역 제한 없이 참여하고 있는데, 토요일 오전에 여는데도 결석자가 없을 정도로 호응이 매우 높다.
소설 토지 완간 일(8월 15일)을 기념하는 소설 토지의 날 행사도 박경리문학공원의 대표적인 행사다. 기념공연, 박경리 전국 시낭송회, 대학생 UCC공모전 시상식, 서사음악극, 문학포럼이 개최됐다.
이밖에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에서 다양한 동화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내는 어린이 동화 콘서트, 동화로 풀어보는 인문학 교실과 시조백일장, 원주시민과 힘께 하는 시낭송 나눔, 여성문학특강 등 다양한 문학행사가 개최돼 사람들을 문학공원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이같은 문학행사가 아니더라도 문학공원이 도심에 위치해 주변 시민들이 유모차를 끌고 마실 나오는 공간, 남녀의데이트 장소로 친숙한 공간이다.

◆작가 특징에 맞는 프로그램 해야
박경리문학공원 관리는 위탁이 아닌 사무국에서 일할 직원을 공개 채용해 원주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체제다.
원주시는 박경리 선생이 문화콘텐츠로서 가장 크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문학도시를 만들어 향후 유네스코에 등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공채로 박경리문학공원 책임자가 된 국문학 박사이자 동화작가인 정혜원 소장은 릲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내실 있고 전문성있는 기관으로 한층 더 발전 시켜야 한다. 같은 행사라도 사람을 모으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전문강사 초빙과 질 높은 행사 진행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제2의 박경리 선생님 같은 작가가 나올 수 있도록 문학공원을 운영하고 있다릳고 말했다.
또 문학관 활성화에 대해 정 소장은 릲문학관은 기본적으로 시낭송, 백일장, 시 그림그리기 등은 기본적으로 하더라도 오장환 이든 김유정 이든 시인의 특징에 맞는 것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문학관에서 편지쓰기를 하니까 잘 된다고 모방 프로그램을 할 게 아니라 그 문학관의 차별된 사업으로 만족해야 한다. 잘 생각하면 좋은 행사를 할 수 있는 게 많다릳고 말했다.
문학관에 공원을 접목하고 향후 문학도시 조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는 원주시. 문학관만 덜렁 지어놓고 프로그램은 물론 중장기 발전계획도 없이 8년의 시간을 보낸 보은군과 되는바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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