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1. 문학관, 전문가의 기획을 먹고 자란다 … 동리목월문학관
②-1. 문학관, 전문가의 기획을 먹고 자란다 … 동리목월문학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4.08.20 23:37
  • 호수 2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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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키 문학 교류 이끌어낸 동리목월 문학관
▲ 2006년 개관한 경북 경주시의 동리목월문학관으로 김동리·박목월 선생이 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대단한 규모이다.

활성화된 문학관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문학관에 미쳐있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이들 전문가는 문학관 설계에도 참여한 것은 물론 해설, 문학관련 행사 기획, 작가 섭외 등 만능처럼 움직였다. 또한 행정기관 직영보다는 대부분 기념사업회 등에 아웃소싱을 줬는데, 문학관 관리를 맡은 기념사업회는 인건비 및 관리 운영비 등을 보조받아 작가 선양사업에서부터 문학관 활성화 사업 등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본보가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할 타 지역의 문학관 선진 사례 대부분 이같이 박물관의 학예사나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시인, 극작가, 동화작가 등 전문 작가나 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는데 '문학관, 전문가의 기획을 먹고 자란다' 주제로 소개할 동리목월문학관과 최명희 문학관도 기념사업회가 조직돼 전문가가 문학관의 A에서 Z가지를 관장하고 있었다. 문학관 운영을 담당하는 사무국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서 시민들이든, 아니면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문학관이 조명을 받게 하고 있었다. 이번호에는 경북 경주시 토함산 길에 있는 동리목월문학관을 소개한다.

2006년 개관한 동리목월문학관은 김동리 선생과 박목월 선생 문학관이 한국 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이나 그 규모가 대단하다.
유료입장인 문학관은 전체 부지 8천238㎡(2천430평)에 지하층과 지상층으로 연건평 1천543㎡(467평)인데 상층엔 동리 및 목월 전시실이 각각 위치해 있고 하층엔 영상실, 창작교실, 자료실, 기계실, 관리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전시실은 두 작가의 생전의 집필실이었던 서재를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유품 100여 점을 각각 전시해놓았다. 유족이 기증한 1만 5천여 권의 장서도 수장하고 있다.
또 소설을 영상화 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고인의 육성으로 된 시 낭송도 들을 수 있다.
작가의 일생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영상실은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세미나 개최도 가능해, 40명이 넘으면 수용이 불가능한 오장환 문학관이 더 초라하게 다가온다.
동리목월문학관의 행운은 인천대와 경주대 총장을 역임한 장윤익(75) 관장을 만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984년 인천대 재임 중 교환교수로 파리에 체재하면서 빅토르위고, 스탕달, 찰스디킨스, 셰익스피어 문학관을 둘러보며 작가들이 남긴 문학적 업적이 예술의 영원한 가치와 숨소리로 전달돼 감동을 받았다는 것.
인천대 총장을 마치고 1995년 고향인 경주의 경주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해 4년 임기를 마치고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돌아가면서 2001년 사단법인 기념사업회를 조직하고 김동리와 박목월의 문학관 건립에 나서 국비 20억원, 도비와 시비 각 10억원씩 등 총 43억원이 투입된 문학관을 만들어냈다.
국회의원 특별교부세 7억원까지 포함해 총 15억3천만원에 족했던 보은의 오장환 문학관과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문학관 시설만 그런 게 아니다. 연중 오장환 문학상, 신인문학상, 백일장, 시그림그리기 대회, 시낭송대회. 심포지엄으로 구성된 1박 2일짜리 문학제 하나에 그치고 있는 오장환 문학제의 갈 길을 말해준다.

◆문학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연중 일하는 중
동리목월문학관의 연간 사무국 운영비는 사무국장과 간사 인건비, 전기요금 등 총 1억4천만원이다. 여기엔 물론 사업비는 빠져있다.
문학관이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 중 가장 큰 것이 동리목월문학제 때 시행하는 각각 상금 7천만원이 걸린 동리문학상과 목월문학상 시상이다. 1천만원에서 시작된 시상금은 5천만원으로 올랐고 7천만원까지 올랐는데, 현재 시상금은 시 예산으로 보조되는 것이 아니라 2009년부터 월성 원자력에서 전액 후원하고 있다.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이 기업의 윤리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적 문화로 볼 때 오장환 문학상 또한 우리지역에 입주해있는 기업의 후원금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4월에 개최된 9회 동리목월문학제는 문학상 시상 외에 백일장, 문학심포지엄, 동요경연대회, 목월 선생과 동리 선생의 작품을 노래한 음악회 등이 개최됐다.
이와는 별도로 시와 소설, 수필 창작을 돕는 문예창작대학이 연중 운영되고, 시낭송 강좌,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시낭송회, 동리와 목월의 작품소재를 찾아가는 문학기행, 동리목월의 시와 소설을 찾는 강연과 음악축제, 교원을 대상으로 한 문예창작 연수, 동리목월 계간지 발간 등 연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문학관 개관 이듬해인 2007년 개설한 문예창작 대학은 작가의 지명도만큼이나 인기가 매우 높다. 지난해까지 7기 동안 총 1천여명이 수료했다. 3년 과정으로 기초반, 연구반 심화반으로 운영되는데 시인, 소설가,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은 수료자 중 10명이 등단하고 26명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또 전태일 문학상 등 전국의 각종 문학상, 백일장 등에서 수상한 수료자가 12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일반 문학의 문예창작학과 보다 더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문예 창작의 산실로서 동리목월문학관의 문예창작대학이 전국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장윤익 관장의 자랑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이같이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꿈을 실현하는 등용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경주시 뿐만 아니라 울산, 대구, 진주,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몰려 시, 소설, 수필 3개 분야 각 30명씩으로 제한할 정도다. 올해도 48명이 신청해 18명이 탈락했다고 한다.
동리목월문학관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 중 또 하나 주목을 끄는 사업은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을 연수하는 것이다. 경북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경북도내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문예창작 특수교육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동리목월이라는 계간지도 발간하고 있는데 1만2천원에 일반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단순히 문학관내 동향을 담은 소식지를 발간하는 여타 문학관의 소식지와 달리 계간지는 동리목월문학관의 대단한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터키에 문학으로 한류 일으켜
이같이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동리목월문학관은 지난해부터는 해외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대한민국 경주시와 터키 이스탄불시와의 문학 교류가 그것이다.
지난해 9월 실시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한 행사로 터키 이스탄불시 리마르 신한예술대학교에서 제 1회 한터문학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한국에서는 발표자, 문인, 대학교수, 문예창작 대학생 등 40명이 참가하고 터키에서는 200명 이상이 참가해 행사장의 객석을 꽉 채웠다는 것.
보통 문학 심포지엄하면 30여명, 많아야 50명 남짓 자리를 채울까 말까 할 정도로 관심이 매우 미미한 것이 과반사인데 1천500만명이 넘는 이스탄불시 인구의 1/50도 안되는 경주시가 주관한 것이 아니고, 터키 입장에서 이름도 없는 동리문학관이 추진한다고 하는데 과연 잘 될까 의구심을 갖게 되고 시 예산을 보조한 경주시에서도 가슴을 졸였으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터키의 관심이 대단해 터키에 특파된 한국의 방송은 물론 터키 현지에도 대서특필됐다.
터키에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학이 3개 있는데 이스탄불시까지 버스로 8시간 걸리는 수도 앙카라 대학과 11시간 걸리는 카파토피아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과 교수들이 장거리임에도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한국어 한국문학에 대한 대단한 열정으로 딱딱하고 고리타분하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문학 심포지엄이 대성황을 이뤘던 것이다.
동리목월문학관에서 기념품으로 김동리의 '무녀도' 터키어 번역본 400부를 심포지엄 참석자들에게 한권씩 나눠주고 터키 기관 등에 전달했는데 특히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학에서는 "읽어보니 너무 좋다"며 교재로 사용하겠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포지엄 마지막 날 가진 성과보고회에서 정례화 하기로 결의, 제2회 심포지엄은 '한국 문학의 뿌리, 터키 문학의 뿌리'를 주제로 오는 9월 경주에서 열린다고 한다.
터키어에 해박한 사람도 없고 애로사항이 많았음에도 동리목월문학관의 '무모한(?) 도전'이 터키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문학을 알리고 동리목월문학관을 알린 것이다.
죽은 작가의 유품이나 작품을 전시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교육, 문화 문예창작 기능을 수행하는 동리목월문학관의 역할은 국내문학관의 선진사례라 할 수 있다.
동리목월문학관의 박지원 사무국장은 "우리 문학관도 보완해야 할 기능이 있다"며 "문학관은 교육기능을 수행하면서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특별 전시 같은 기획 이벤트를 개최해 방문객이 보다 더 친근하게 작가에게 다가서고 작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일반적 전시에 그치고 있는 것과 수장고 및 기념품 판매점 등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장환 시인은 이육사 시인과도 인연이 있으니 이육사 문학관과의 교류 또는 문학기행을 실시하고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특별 기획 전시도 해봄직 하다"는 조언을 하고 "보은은 오장환 시인이라는 걸출한 시인이 태어난 고장이고 문학관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화선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며 "김영랑 시인이 전남 강진군의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을 잘 해석해보면 오장환 문학관도 길이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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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2022-01-07 06:15:35
송기자님 덕분에 고향 소식 자세히
느끼고 사랑하며 애국심마져 생겨요
감사드립니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