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열심히 키워 직거래 방식으로 판다(완주 로컬푸드, 제주 무릉외갓집)
③열심히 키워 직거래 방식으로 판다(완주 로컬푸드, 제주 무릉외갓집)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4.08.14 09:43
  • 호수 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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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는 소비자를, 소비자는 생산자를 배려하는 꾸러미
▲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 '건강한 밥상'의 집하장에서 직원들이 정성들여 꾸러미 포장을 하고 있다.

지역경제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 또한 다양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이 육성되고 있다.  이중 마을단위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적 관계망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마을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본지는 기획취재를 통해 보은지역과 유사한 여건 속에서 마을주민들이 협동하여 소득을 창출하고 단합도 도모하는 성공한 마을기업을 소개함으로써, 마을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농산물 직거래에 성공한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미국·캐나다의 '파머스 마켓'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10여년전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속에 유통단계를 대폭 줄이고 신선한 농산물을 곧바로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가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5월말 기준으로 전국에 로컬푸드직매장이 60여 곳에 달하고 있다(광역지자체 중 충북과 강원도만 유일하게 없음). 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은 결국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직매장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제한적인 문제의 대안으로 고려된 것이 택배나 직배를 통한 꾸러미사업이다.

꾸러미사업의 특징은 농민이 농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농가에서 발송품목을 주도적으로 꾸린다는 점이 기존 농산물 직거래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종이박스나 아이스박스에 상추, 양파, 애호박 등의 기본적인 제철채소를 중심으로 담고, 계란, 두부, 과일 등을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 농산물 꾸러미사업은 보통 회원제로 주 1회 배송되며, 대형마트 친환경 코너의 농산물보다 저렴하게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을 꾸러미에 담아 전국을 무대로 판매하고 있는 전북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대표 정기택)과 제주 무릉외갓집영농조합법인(대표 고희창)을 찾아 성공과정을 들어보았다.

 

고산면 200농가가 만드는 건강한 밥상
지난 7월 17일 전북 완주군 고산면 소재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 '건강한밥상' 집하장에서는 위생 모자와 가운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제철 농산물 꾸러미'를 포장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시기를 반영하듯 푸릇푸릇한 쌈 채소와 함께 삼계닭, 유정란, 토마토, 오이맛고추 등이 눈에 띠었다.
꾸러미는 가격별로 알뜰꾸러미(1회 2만5천원), 아름꾸러미(1회 3만원), 효도꾸러미(1회 3만5천원) 등 3가지로 포장이 되는데, 직원 10여명이 자신에게 배정된 꾸러미 품목에 맞춰 농산물을 박스 안에 가지런히 포장하고 있었다. 꾸러미별로 7~14가지의 농산물이 들어가며, 1년을 기준으로 100~150가지의 농산물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영농조합법인 '건강한밥상'은 2010년 5월 고산면내 마을 및 농민지도자 80명의 출자에 의해 조직됐으며, 고산면을 비롯한 완주군내 소농과 가족농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로컬푸드운동방식에 의해 유통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앞서 소개한 꾸러미사업과 학교급식 식자재공급사업이다. 2011년부터 매년 10~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상근직 13명 등 20명에 가까운 일자리가 시골마을에 창출되기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건강한밥상'을 통해 꾸러미를 공급받고 있는 회원은 1천여명으로 매주 1천개씩, 매월 4천개씩 배송되고 있다. 완주 및 전주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회원들에게는 법인소속 직원들이 직접 배송하고, 그외 지역은 택배를 이용한다. 배송은 꾸러미 포장 당일 내지 익일에는 회원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신선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꾸러미에 들어가는 농산물은 고산면내 200여 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고산면에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 완주군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농산물은 꾸러미의 품목으로 넣고 있다. 참나물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소양면은 그동안 전주농산물공판장에서는 제값을 못 받고 헐값이 넘기는 경우가 많았으나, '건강한밥상'의 꾸러미 품목에 포함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게 됐다. 또한, 용진면에서 생산되는 빵과 쿠키도 꾸러미에 포함된 품목이다. '건강한밥상' 꾸러미에 포함된 농산물은 프리미엄이 붙어 전주공판장에서 같은 품목에 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마을을 넘고 면단위를 넘어서는 협동의 사례로, 전북도가 인정하는 사회적기업, 안전행정부가 인증하는 마을기업이 되면서 꾸러미사업의 표본이 되고 있다. 심지어 모 출판사의 중학교 사회교과서에서 로컬푸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완주군의 사례에서 꾸러미사업이 소개가 되기도 했다.

'건강한밥상' 고석영 사무국장은 "꾸러미사업은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유통단계를 축소해 운송 등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이고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특산물 꾸러미에 담겨 전국으로
완주로컬푸드 '건강한밥상'이 완주군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제주무릉외갓집은 말 그대로 마을단위 기업이다.
2011년 7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주민 28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1인당 60만원씩 출자해 설립했다. 법인설립은 2011년이지만 무릉 2리에 '무릉외갓집'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게된 것은 200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올레가 추진했던 마을과 기업 간 결연사업을 통해 공기청정기 제조회사인 벤타코리아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다. 벤타코리아 측과 함께 마을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무릉외갓집'이었다. 하지만, 이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자치조직을 기반으로 농산물 판매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업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2011년 법인을 설립하게 된 것.

현재 꾸러미 이용회원들은 550여명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조정래, 양희은, 홍라희, 금난새 같은 유명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들 회원들은 1년에 43만8천원의 선불을 내고 무릉외갓집으로부터 매월 1회씩 대정읍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전달받고 있다.

꾸러미에는 전국의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 특산물인 마늘(흑마늘 가공품 포함)을 비롯해 당근, 양배추, 파프리카, 브로컬리, 건고사리, 감귤 등 농산물과 수산물 4~5가지 담긴다. 1년이면 대략 50여가지의 농수산물을 받아 볼 수 있으며, 추석과 설에는 건미역, 한라봉 등 제주만의 특산물이 담기게 된다.

꾸러미에 들어가는 품목의 가지 수가 많지 않고 매월 1회(세째주 화요일)만 배송하는 관계로, 조합원 중 10여 농가가 꾸러미에 소요되는 농특수산물을 재배 및 납품하고 있고, 이들이 직접 꾸러미를 포장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을회 주축멤버들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운영한지 3년이 지난 현재, 직원 2명이 상근할 정도로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연 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의 수익은 모두 출자금으로 적립해 조합원 1인당 출자금이 200만원까지 대폭 늘어난 상태이다.

이런 노력으로 무릉외갓집은 2013년 안전행정부가 인증하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도농교류사업'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10월 동그라미재단의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에 최종 선발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문가의  자문과 사업실행 로드맵 구축, 마을기업간 네트워크 구성 및 활성화지원 등을 받아 자생력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권역사업으로 1억6천만원을 지원받고 4천만원을 자부담해 올해 3월 60평 규모의 농특산물 판매전시장을 오픈했는데, 이곳이 제주올레길 11코스 시작점, 12코스 종점, 14-1코스 종점에 위치해 올레꾼들과 제주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5년 전 제주시 대정읍으로 귀농한 무릉외갓집 홍창욱 기획실장은 "꾸러미사업을 이용하면 소비자는 산지에서 바로 가져온 안전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10∼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는 고정적인 농산물 판매처 확보에 따른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땅에서 자란 것이 우리 몸에 좋다는 신토불이, 도시와 농촌이 하나라는 농도불이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소비자 인식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보은군이 대추축제를 열흘간 여는 것도 축제 관람객과 지역농가들을 직접 연결시켜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런 이유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꾸러미사업이다. 대전과 청주 등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1년 내내 보은지역 농특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마을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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