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 낙화장 세계적 거장 반열에
김영조 낙화장 세계적 거장 반열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4.06.12 00:18
  • 호수 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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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솔로 비엔날레에 이어 중국 한중일 명인전 한국 대표로 참가
▲ 인두로 그려내는 김영조 낙화장의 시연에 언론과 관객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일 명인전에서의 시연모습)
▲ 충북무형문화재 22호인 낙화장 김영조 선생이 작업장에서 작품활동을 하고있다.

충북 무형문화재 22호인 김영조 낙화장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문화예술계로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청주 국제 공예비엔날레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5월 이탈리아를 방문한데 이어 지난 6월 5일부터 9일까지는 중국의 한·중·일 명인전인 '예옹지미'에도 한국 대표로 참가해 높은 호응을 얻는 등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그의 작업장이 아니라 작업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낯선 외국에서 시연 주문을 마다하지 않고 4시간 이상 걸리는 작업을 직접 시연하며 낙화를 세계에 알렸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낙화를 본 관객들은 그가 시연하는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발길을 멈춘 채 그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심취해 붓이 아닌 인두로 그려내는 그림의 멋에 흠뻑 빠져 탄성을 질렀다.
40년 넘은 세월동안 낙화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한우물만 파온 예술적 고집, 혼이 깃든 장인정신이 이제야 빛을 발해 그의 이름 석 자를 세계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 것이다.
김영조(64) 선생은 전수조교인 딸 유진(32)씨와 함께 한국을 넘어 이탈리아로, 중국으로 바쁘게 이동하면서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국의 낙화가 세계 미술계의 새로운 장르로 큰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자부심에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 김영조, 중국인 감탄시킨 또 다른 한류스타
지난 4월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관계자와 상하이 예술예품박물관장 및 상품 개발이사 등 7명이 보은읍 대야리 김영조 선생의 작업장인 한국전통낙화연구소를 방문했다.
중국 상하이 예술예품박물관이 주최하는 한·중·일 예술명인전 '예옹지미'에 출품할 작품과 시연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김영조 선생은 중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한류 스타(이민호, 장근석, 김수현)를 그린 인물도 1점과 8m길이의 20접 화첩 1점, 2m 길이의 산수화 1점 등 총 3점을 출품했다.
한국에서는 옻칠의 대가, 도자기 공예의 대가, 중국에서도 옥공예의 거장 등 한·중·일을 대표하는 명인들의 작품만 전시하는 전시회에 김영조 선생의 낙화작품이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전시된 것이다.
전시회장에는 중국 문화예술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 영사관의 영사 및 한국문화원장 등 관계자들도 참석해 한국의 낙화의 아름다움에 빠져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감탄했다.
한국 영사관의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중국에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뜻밖의 행운 낙화전시작품을 보고 상하이 박물관에서의 전시가 끝나는 대로 한국문화원에서 김영조 선생의 낙화를 전시하고 싶다고 제의할 정도였다.
지난 7일에 있었던 개막식후 열린 세미나에서는 김영조의 이름을 더욱 알리는 기회였다. 우리나라 작가를 대표해 주제작으로 선정돼 중국 문화계 인사 및 관객들 앞에서 미술계의 또 다른 장르로 평가받게 한 한국의 낙화를 홍보한 것이다. 중국이 원조이지만 한국에서 발전시켜 이젠 중국을 점령하고 원조로 우뚝 선 자랑스러움이 동시통역을 통해 중국 관객들에게 전달돼 큰 환대와 함께 박수를 받았다. 충북을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로서의 그의 입지를 중국에 세운 계기가 됐다.
특히 김영조 선생은 작품 전시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시연까지 펼쳐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상하이에서도 최고로 꼽는 무당파의 무당산을 인두로 그려냈는데, 중국 관객들은 김영조 선생이 인두를 움직일 때마다 원근법이 가미된 그림 탄생에 박수를 치며 놀라워했다.
처음 숯불을 피우는 것을 보고 뭐하는 것인가 대수롭지 않게 보던 미술관계자들도 김영조 선생이 즉석 시연하는 것을 보고 비디오 촬영을 하고 질문을 쏟아내 작품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낙화가 주는 독특한 색감 등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서로 초청하겠다, 전시회를 갖자고 제의하는 등 김영조 선생의 낙화로 인해 중국 내에서 대한민국의 예술문화 수준에 대한 이미지가 격상되는 효과까지 발현됐다.
이번 중국 진출로 한류의 또다른 스타로 급부상한 김영조 선생은 한국의 낙화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탈리아에 동양적 아름다움 선풍일으켜
김영조 선생은 중국보다 먼저 세계적인 예술 거장들이 많이 탄생한 이탈리아 땅부터 밟았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청주 국제공예비안날레에서 6m 규모의 대작을 시연하던 중 이탈리아 작가 및 에이전시의 눈에 띄어 이탈리아 아솔로 비엔날레에 초대돼 유럽인들에겐 아주 낯선 낙화의 정수를 선보였다.
총 7점을 출품한 김영조 선생은 아시아가 외형적인 화려함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이탈리아 아솔로 비엔날레는 별도의 치장 없이 벽면을 그대로 살려 작품을 전시한 것이 자연스러웠고, 전시 기간이 한정된 비엔날레 출품 작품이지만 원래부터 그곳에 전시돼 있던 작품처럼 느껴졌을 정도라고 평했다.
한국 산수화를 나무에 그려넣은 작은 소품을 준비해 중요 손님들에게 선물했는데, 소품은 물론 포장까지도 맘에 들어하는 등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또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아솔로 시내를 그리는 시연도 펼쳐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인두가 지나갈 때마다 음영과 농도의 차이가나는 것을 본 관객들은 인두를 헝겊에 닦을 때마다 갈색 물감을 묻히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종이가 타지 않고 오히려 자연적인 색감이 드러나며 멋진 그림으로 탄생하는 것에 크게 감탄했다.
4시간 동안 계속된 시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비디오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엄청난 호응을 보였다. 빛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조명디자이너(엔조 카텔라니) 공예 작가(끌레도 무나리), 21세기의 미켈란젤로라는 칭호를 얻은 세계적인 조각가인 반지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유명 다자이너 작가들도 김영조 낙화장의 시연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작품의 완성도에 감탄했다. 한국 낙화가 세계적 예술가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반열에 오르는 첫 번째 계단을 성공적으로 디딘 것이다.
시연 작품을 사지 못해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뒤로 하고 작품을 아솔로 시에 기증하는 등 모두 이탈리아에 두고 온 김영조 선생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예술가들과의 교분은 소중한 추억이며 아주 큰 소득이라고 자평했다.

◆ 어두운 등잔 밑 빛을 밝힐 때다
1972년 처음 낙화에 입문해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에도 손에서 인두를 놓지 않았던 김영조 선생은 우리의 전통 낙화를 살려내 명맥을 이어가고 국내 유일 문화재(충청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지정 22호 낙화장)로 지정된 인물이다. 김영조가 낙화이고 낙화는 곧 김영조인 것이다.
수십년간 고생하면서 전통낙화를 살려냈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또다시 사장될 위기에 처하자 체계적 전승을 위해 자신의 딸(김유진)을 전수자로 키우고 낙화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홍보하는 등 김영조 선생은 전통낙화에 미쳐있다.
다행히 전수조교인 유진씨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덕분인지 금방 재능을 발휘해 실력이 일취월장, 2011년과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과 문화재청장 상을 수상하는 등 청출어람을 실감케 하고 있다.
김영조 선생이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2007년 특선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차례 입상한 저력을 전수조교인 딸 유진씨가 훌륭히 잇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낙화장 김영조 선생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우리의 전통을 살리려는 사명감으로 충만한 것과 달리 지역에선 등잔 밑이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그의 존재가치 그 이름 석 자가 갖는 파워에 대해 관심이 없고 인식하지도 못한다.
김영조 선생은 이탈리아와 중국을 방문하고 나서 지역에서 문화예술가로 활동하면서 느낀 자괴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김영조 선생은 보은은 문화로 승부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보고 있다. 귀중하다는 것을 알고 키워나가면 문화도시로 성장하고 지역의 브랜드로 키워 지역의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자원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
알려져 있다시피 적극적인 문화정책으로 일찌감치 예술성을 갖춘 축제도시로 자리매김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는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빈다.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같은 세계 4대 뮤지컬의 생산지 영국 웨스트엔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15억 파운드(약 2조60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장기 공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거둬들인 수익은 약 6조 3천억 원 이상이다.
이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문화가 갖고 있는 저력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문화가 거둬들이는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보은군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김영조 선생을 바라보며 우리가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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