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걸어 그곳에 길을 만들었습니다"
"뚜벅뚜벅 걸어 그곳에 길을 만들었습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01.14 09:58
  • 호수 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둘레산행 1구간(산외 대원~원평, 9㎞)

끌어안기, 그것은 새해 우리신문'보은사람들'이 올해 추구할 목표입니다.
골목을, 가로수를, 들판을, 산하를, 해지는 서녁을, 놀이터를, 경로당을,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끌어안기 할 겁니다.
그래서 보다 더 정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우리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겁니다.
그 시작으로 우리의 산하를 끌어안아 그 안에 흔적을 남기는 둘레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경상북도 화북면 운흥리와 이웃하고 있는 산외면 대원리 활목고개를 출발해 보은군 전체 경계를 돌아 다시 활목고개로 돌아오는 둘레산행 156㎞, 390리입니다.
지난10일 1구간 산외면 대원리에서 산외면 원평리까지 둘레산행을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우리신문 '보은사람들'과 속리산악회(회장 조진)가 함께 하는 둘레산행 시작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가 계속되는 눈밭 속에서 펼쳐졌습니다.
산행은 분명 힘들지만 찬탄할 수밖에 없는 자연, 그 모습에 어느새 다시 오고싶은 충동이 입니다. 예술 그 자체인 눈덮인 겨울산은 바람과 눈과 나무가 빚어낸 퍼포먼스입니다.
눈덮인 나뭇가지는 사슴의 뿔 같고 떡갈나무 잎 위에 쌓인 눈은 목화솜 같습니다. 먹이를 찾아 눈덮인 산을 헤매는 들짐승의 애처로운 발자국은 그대로 판화입니다. 헬기로 들짐승의 먹잇감을 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둘레산행 길에 나선 20여명 산악인(?)들의 뽀드득 거리는 발자국소리의 하모니를 들려드립니다.

▲ 눈산을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고 걸어 다달은 검단산 정상에 선 자랑스러운 종주단 일행이다.

◆가도 가도 대원리였다
산행은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와 경북 상주시 운흥리와 경계를 이루는 활목(지형이 활처럼 생겼다고 한다) 정상에서 시작됐다.

1구간인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와 원평리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와 괴산군 청천면 상신리, 청원군 미원면 계원리와 이웃하고 있다.

대원리는 군계마을인 탓에 대원리는 다른 지역과 통하는 여러 개의 목이 있다. 활목을 비롯해 장갑리로 통하는 비들목, 그리고 청원군과 통하는 체목이 그것이다.

군계종주의 무사산행,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 후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발해 당연히 임도로 오르겠거니 했는데 아니다. 길이 전혀 없는 눈 쌓인 산을 걷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급경사여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날씨까지 추워 긴장한 탓인지 힘은 평상시 산행보다 2배 이상 들어가는 것 같았다.

엄동설한에 등산로도 없고 다리가 푹푹 빠지는 눈길산행이어서 아이젠에다 스패치까지 갖추고 두 겹, 세 겹의 기능성 등산복을 차려입어 비대해진 몸으로 오르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불과 2, 300m정도 걸었을까 싶은데 단단히 갖춰 입은 보온 복장으로 인해 얼굴뿐만 아니라 등줄기는 이미 땀으로 범벅, 동행한 사람들이 왈 온천수 팠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힘든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어서 동행자 대부분이 헉헉거렸다. 조금이라도 말을 하면 에너지가 소모될까봐 모두들 말을 아끼고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며 묵묵히 발길을 옮겼다.

참 많이 걸어 드디어 검단산 정상에 올랐다. 올라가는 내내 나무가 시야를 방해해 주변을 감상할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야 비로소 주변을 조망할 수 있었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있어 또렷하게 산야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일행들은 괴산 공림사가 위치한 낙영산, 도명산 등 저 너머에 있는 설산을 볼 수 있었다.

산행 시작 3시간 남짓. 검단산 정상에서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짐을 꾸려 다시 산행을 재촉했다. 점심식사 전까지만 해도 묵묵히 산을 오르던 일행들은 에너지를 충전한 탓인지 이런저런 얘깃거리로 산행의 피로를 잊고 있었다.

산 능선 타며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산행은 계속됐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오늘 목적지에 다다를까 저 산만 넘으면 될까 제발 저산 끝자락이 종점이길 바라고 또 바라며 오기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산 둘레를 지겹도록 걸었는데 계속 대원리다. 대원리 주민들이 높은 제미라고 부르는 고점(高店) 뒷산인 신선봉을 지나갔다.

또 얼마를 걸으니 마을이 나타났는데 이곳도 대원리란다. 동네사람들이 체메기라고 부르는 체목이다. 산의 모양이 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청원군 미원면 계원리(주민들은 두원리라 불렀다)로 넘나드는 목이다.

대원리 노영일 노인회장은 "옛날에는 이 목을 통해 보은장보다 가까운 청천장을 이용했다. 지금은 보은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목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봄, 가을로 산나물과 버섯 채취를 하는 외지 사람들의 이용이 많다"고 전했다.

전체 산행 장장 8시간 중 6시간을 대원리만 걸은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원평들을 앞에 두고 보은군과 청원군이 원평리와 계원리를 연결하는 신설 도로인 싸리재로 겨우 빠져나왔다.

◆검단산, 신선봉에 이런 얘기가
활목재에서 올라가 만나는 금단산은 원래 검단산(해발 768.3m)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국립지리정보원에서는 산이 험하고 초목이 무성해 어둡고 무서운 산이라 검다는 뜻에서 검단산 또는 금단산이라 한다고 적고 있으나 마을 주민들은 이 산의 고운사라는 절에 검단이라는 스님이 살아서 검단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현재 검단산 표지석은 괴산군에서 설치했는데 검단산 정상이 아닌 헬기장에 설치해 산의 주봉 위치가 잘못돼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보였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전해지는 고점 뒷산 신선봉(644m). 이 산은 보은군과 괴산군, 청원군이 경계를 이룬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곳에 최치원이 공부하던 고운암(孤雲庵)이 있었다. 스님인 검단(儉丹)과 최치원이 죽어 신선이 되어 자주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산이다.

하루는 이 마을 젊은 나무꾼이 이 산으로 도끼를 가지고 나무를 하러 갔다가 두 노인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빠져버렸다. 어느덧 해가 지고 바둑을 두던 노인들이 하늘로 연기처럼 사라져 정신을 차린 나무꾼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도끼를 찾았으나 도끼는 썩어 있었고 겨우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이미 50년 전에 죽고 자신의 아들 내외가 살고 있더라는 것.

나무를 하러가서 두 노인의 바둑구경을 하는 사이 이미 100년의 세월이 지나간 것. 그래서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속담이 생겼다고도 한다.

요즘 국립공원 등 유명산을 피해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산을 찾는 사람들이 검단산과 신선봉을 자주 오르고 있다. 괴산군이 검단산에서 활목재 방향으로 하산하는 목에 신월리, 상신리, 활목, 검단산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해 산행을 안내하고 있다.
괴산군의 명산에 검단산을 포함해 산악인들을 괴산군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등산상품으로 충분
괴산군이 선점한 검단산과 신선봉까지 잇는 산행 구간은 등산상품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이 구간은 퇴출로도 많다. 검단산 정상에서 임도방향으로 진행하다 산행에 무리가 갔을 때 대원리 활목재 방향, 괴산군 신월리와 상신리로 하산할 수도 있다. 산행시간도 3, 4시간 정도로 무리가 없다.

신선봉까지 계속 진행할 경우 5, 6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더 이상 산행을 할 수 없을 경우 대원리 체목마을로 하산하거나 청원군 계원리 방향으로 나있는 임도를 이용해 계원리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등산, 하산 길이 많은 대원리 검단산능선에는 진달래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봄이면 흔히 보는 그런 진분홍 색깔이 아닌 연분홍 진달래가 꽃 터널을 이룬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을이면 또 어떤가.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 이파리들이 떨어져 만들어진 갈색 나뭇잎 융단을 깔려진다.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겨울에는 떡가루 같은 눈가루가 수북이 쌓여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그림 속을 뽀드득 소리를 들으면서 등산할 수 있다. 모두다 그곳을 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이다.

그리고 신선봉에 얽힌 전설을 표지판과 함께 설치해 산을 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이 산에서 단순한 산행을 넘어 상식을 덤으로 채워줘 지역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 된다.

요즘 제주올레길 신드롬으로 짧은 구간, 험하지 않은 구간을 산행하는 트레킹 족들이 많아졌다. 동호클럽이 생겨 지역을 찾아다니며 트레킹도 하고 관광도 하는 상품이 뜨고 있을 정도다.

대원구간은 트레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별달리 험한 구간이 없어 별도의 계단 등도 필요없는 대원리에는 산촌체험마을이 조성돼 있어 숙식을 하며 산촌 사람들이 사는 모습, 산촌도 구경할 수 있다.

당연히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 구입도 가능해 산행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등산로를 개발해 관광상품화 하는 것에 공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보은의 둘레는 어떤가, 어느 지역과 경계를 이루고 있나, 그곳은 어떤가를 알아보고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를 더 사랑하고 우리지역을 더 알아가는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해 시작한 둘레산행. 새해벽두에 벌인 의미있는 8시간의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 했다.

■ 2구간 산행 안내
산행구간 : 원평고개-가고리고개-512.7봉-455.6봉-봉황도리비(10㎞)
일시 : 2월14일 오전 8시30분
집결지 : 보청천 하상주차장(도시락 등 개인용품, 회비 지참)
문의 : ☎544-150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