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발길이 머무는 아름다운 지역재생(부산 산복도로르네상스)
②발길이 머무는 아름다운 지역재생(부산 산복도로르네상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3.11.13 21:54
  • 호수 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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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머물게 하는 산동네의 행복한 마을 만들기

▣ 글 싣는 순서
Ⅰ. 성과없는 지역재생, 주민참여가 대안
Ⅱ. 국내 지역재생사례
 ①지역재생 지원하는 민엸관 협력조직(서울/충남사회경제센터)
→ ②발길이 머무는 아름다운 지역재생(부산 산복도로르네상스)
 ③내가 만들고 우리가 꿈꾸는 주택(서울 은평하우징쿱)
Ⅲ. 국외 지역재생사례
 ①유럽의 지역재생은 뭐가 다를까(아일랜드 발리문)
 ②공동체가 살아나는 행복한 개발(아일랜드 발리문)
 ③공공이 돕고 협동하는 지역재생(영국 옥스퍼드)
 ④지역 역량이 자라나는 지역재생(영국 뉴햄)

 

 기존의 도시 재개발은 주택의 대량공급과 개발이익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또한 농촌정비사업은 민간이 형식적으로만 개입한 채, 행정의 주도로 보여주기식 건물 세우기에만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그동안 발생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내실 있는 소규모계획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혜로운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이에 고양신문, 충청리뷰, 홍주신문, 보은사람들신문에서는 각 지역재생 문제를 풀어낼 해법으로 '협동’을 함께 고민하게 됐다. 국내외의 지역재생을 지원하는 조직과 본받을 만한 사례를 통해 보은의 지역재생을 함께 고민해보자 한다.     - 편집자 주-

 

'변덕이 죽 끓는 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부산의 날씨가 딱 그러했다. 주민참여 지역재생방식으로 전국으로 유명한 부산을 찾은 지난 9월 26일. 아직은 더위가 남아있는 초가을 화창한 날씨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름이 끼고 흐렸다가 다시 맑아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와는 정반대로, 부산광역시의 지역재생사업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 세부적인 사업방향은 시대와 현장에 맞게 변화가 되었지만,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해온 지역재생사업은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산광역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방문해 부산시의 지역재생사업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듣고, 이제는 관광지가 되기까지 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현장을 찾았다.

◆부산광역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부산광역시가 바닷가라 평지가 많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400~500여m 정도가 되는 약 35개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의 구도심인 부산항 주변에만 구봉산(408m), 엄광산 (504m), 구덕산(562m)의 산들이 자리 잡고 있다.

6.25전쟁 당시 피난민의 유입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급팽창하면서, 바로 이 산들의 중턱까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른바 '달동네’라고 불리는 산동네가 형성됐다. 부산 산복도로(山腹道路)는 바로 이들 산동네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산 중턱에 난 도로이다. 부산에는 망양로, 엄광로, 대티로까지 총 3개의 산복도로가 36㎞에 걸쳐 조성되어 있다.

부산광역시는 이들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2011년부터 1천50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10개년 동안 마을재생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도심 산복도로 주변의 주거지역인 중구, 서구, 동구, 진구, 사하구, 사상구 등 6개구를 3개 권역으로 나누어 공간, 생활, 문화재생을 통한 자력수복형 마을재생을 시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평생 살아온 터전이자, 역사적 산물인 마을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낡은 것은 보수하고 새롭게 재단장해, 현 시대에 맞게 편리하고 쾌적하게 마을을 부활시키는 재생방식이다. 이 사업은 주민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주민들을 강제이주 시킨 뒤 주거지를 철거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설립하는 기존 재건축, 재개발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부산마을만들기지원센터 권진휘 지원팀장은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은 2010년 부산발전연구원이 부산광역시 창조도시기획과로부터 용역을 받아 시작한 사업으로, 159개 마을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3년차에 접어든 사업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행복한 마을만들기’를 목표로 마을공동체 복원과 함께 물리적인 개선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면서 사업개요를 설명했다.

권 팀장이 밝힌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의 구체적인 목표는 △산복도로의 역사적 가치를 복원하고 접근성을 강화해 원도심의 가치를 높임 △산복도로를 도심과 자연의 소통공간으로 개발하고 이로 인한 시너지효과 창출 △도시기반시설 및 생활편익시설 공급 측면의 개선을 통해 생활자족성을 향상시키고, 녹지 및 공원, 수질개선 등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자족성을 제고함이었다.

◆매년 18만명이 찾는 관광지 감천문화마을
10개년을 계획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올해 3년차로 아직 사업의 30%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년 18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는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

관광지가 되어버린 감천문화마을을 위해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내어 준 감정초등학교에 주차를 하고 마을입구에 들어섰다. 처음 마주한 것은 제각각의 바지를 입은 하반신의 마네킹 위에 울긋불긋한 꽃들이었다. 초가을 따스한 햇살을 받은 꽃들은 꽃받침으로 사용된 빛바랜 바지와 대비되면서 그 아름다운 빛깔을 더욱 자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 순간,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마을입구로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감천문화마을 탐방을 마친 중국 관광객들이었다. 마을을 떠나기가 아쉬워서인지, 저마다 마을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이동로와 마을명소 곳곳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된 눈이 들어왔다. 다만 최근 부쩍 늘어난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을 위한 외국어 안내판이 추가되어야겠다는 아쉬움도 함께.

몇 걸음을 더 들어서자, 마을전체가 하나의 도화지 속에 담긴 풍경화 같았다. 동물형상과 마을풍경을 그린 벽화는 마을 벽면을 빼곡히 채웠고, 자연을 노래하고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조형물들이 벽면과 마을의 빈곳에 설치되어 포토존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주택 옥상 난간에는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듯, 사람 얼굴의 새 조형물 수십마리가 앉아 머리를 내밀고 관광객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감천문화마을의 아름다운 변신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부터다. 2009년 보존과 재생을 위한 문화사업인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마을미술 프로젝트사업으로 10점의 조형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또한 2010년에는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으로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사업이 진행됐다. 좁다란 골목길 곳곳까지 문화예술작품이 그려지고, 설치된 것이다.

이것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고, 새로운 공간의 창출을 통해 활기찬 신동네로 변모하면서, 이때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머물기 시작했다. 여기에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2012년 생활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곳의 포토존이 조성되면서 현재의 문화마을이 갖춰지면서, 전국적으로, 나아가 외국의 관광객들까지 꼭 들려야 하는 부산의 명소가 됐다.

이런 벽화와 조형물 제작은 주로 전문가들이 맡았지만, 주민들의 참여라는 기본을 지켰다. 주민들은 마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메시지로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이라는 조형물을 제작했고,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소망을 풍선에 적어 바을 옹벽을 장식했다.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사진가들에게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고, 민족의 평화와 인류의 공영을 바라는 관광객들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도 설치했다.

이렇게 소박한 우리네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아름답게 변한 감천문화마을은 영화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린 엄태웅·정려원 주연의 '네버엔딩스토리’가 2011년 이곳에서 촬영됐다.

화살표의 안내를 따라 감천문화마을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하늘마루’를 향했다. 비켜가려면 서로 어깨를 틀어야 할 정도로 집과 집 사이의 좁다란 골목길 약 50m를 걸어 올랐다. 사방팔방이 탁 트인 전망대에 올라서자, 푸른 부산앞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감천문화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비탈진 경사로에 성냥갑 수백 개를 포개놓은 모습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백 가구의 마을 아래 바다도 푸르고 마을 뒤로 보이는 하늘도 푸르렀다. 밤이 되어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색 나트륨 가로등이 켜지면,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라는 안내를 맡은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감천문화마을 안내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안내를 전담하는 직원 1명과 매일 3명씩 모두 21명의 주민들이 공공근로 형태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감천마을 주민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안내소 옆 빈방은 숙소로 개조해 관광객들이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서인지, 내려오는 길에 카페를 찾았다. 카페이름은 '감내카페’, 마을기업으로 운영되는 카페였다. 수익금 전액은 감천문화마을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된다는 안내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사회적 경제가 마을재생에도 녹아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관광명소로까지 변모한 감천문화마을이 외형적인 변화에는 성공했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까지 달성하기에는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음을 느끼면서도, 마을재생은 관의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주도하는 방식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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