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4. 고급 한식요리로 각광받는 경주 최부자 가정식
②-4. 고급 한식요리로 각광받는 경주 최부자 가정식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09.04 20:50
  • 호수 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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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뿐만 아니라 외국 국빈과의 외교에 활용될 정도

대추한정식도 맛, 식기, 식당 건물, 서비스 갖춘 성장 꾀해야

음식, 즉 먹거리가 관광산업의 신성장동력이라는 이번 본보 기획기사의 정수는 바로 이번호에 소개할 경주 최부잣집 가정식이다.
고가 전략의 음식점 요석궁의 한정식과 요석궁 메뉴보다 가격이 저렴한 최가밥상은 경주를 찾는 이들의 관광코스다.

요석궁 터는 신라 29대 무열왕의 첫째 딸인 요석공주가 살았던 곳으로, 원효대사와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진다. 또 12대 마지막 최부자로 불리는 최준(1884~1970)의 동생 최윤의 집으로 의병대장 신돌석 장군이 일본군을 피해 은둔해 있으면서, 요석궁 사랑채의 대들보를 홀로 들어 올린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은)과 이강 왕자도 이곳에 머물며 최부잣집의 음식과 바둑을 즐기기도 했다. 현재 최윤의 증손자가 현재 요석궁 경영을 하고 있으며, 최준의 손자로 종손인 최염(77)씨는 요석궁과 맞붙은 최부잣집 종가를 책임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 경주의 고급 요정으로 유명하던 '요석궁’이 한정식집으로 문을 연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최부자 가문에서 내려오는 전통 반가음식을 내세운 역사를 기반으로 맥을 이어나가는 우리나라 전통 가정식전문 음식점 요석궁.
2005년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요석궁은 많은 유명인사들과 외국인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부불삼대’(富不三代)라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선대가 일궈낸 재산을 후손이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조선 말엽부터 300여년 동안 12대째 부자 명성을 이어온 경주 최부잣집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부자 가문’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르제의 정수를 보여준 최부잣집에서 먹는 음식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이 발동할 수 있다. 스토리가 있고 볼거리가 있고 거기다 먹거리까지 갖췄으니 관광상품으로 최고다.
가진 자의 바른 몸가짐으로 가문의 영광을 오랫동안 지킨 최부잣집의 전통 가정식으로 널리 알려진 경주 교동의 요석궁(중요민속자료 제27호). 이곳은 월성을 끼고 흐르는 남천 옆 양지바른 곳에 최부자 종가와 경주향교 등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즐비한 고택과 고목 등 빼어난 자연경관, 형형색색의 꽃과 소나무, 연못 등으로 아름답고 단정한 정원에도 기와지붕과 대청마루에도 시간의 정갈함이 느껴진다. 울려퍼지는 은은한 가야금 소리로 아늑함과 편안함을 더해 준다.
우리 고유의 멋이 살아 숨쉬는 호젓한 분위기를 배경 삼아 전통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매력 때문에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외국의 국빈급 손님들의 식사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최부잣집의 전통 음식의 대중화
다른 전통 음식점에 비해 독특하고 이색적인 요석궁의 장류는 이곳에 거주하는 최부잣집 며느리가 손수 제조하는 육장과 멸장, 집장이다.

고추장에다 신선한 육고기 등을 버무린 육장을 묵은 김치에 싸서 먹으니 별미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지만 잡내가 없다. 멸치와 무말랭이를 장조림한 멸장도 군침을 돌게 한다.

메줏가루와 부추, 무, 다시마 등을 혼합한 집장은 약한 가스불로 저어가면서 무려 12~15시간 동안 발효과정을 거칠 정도로 정성이 들어간다.

평균 한 달에 2번씩 집장을 만든다고 하는데, 조리사들은 불에 얹은 집장이 타지 않도록 밤을 새워가며 젓느라 파김치가 될 정도라고 한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아 정갈하고 담백한 전통의 장류 맛을 느낄 수 있다.

요석궁 음식의 기본반찬으로 올라오는 '사인지’라는 이름이 붙은 물김치는 최부잣집 며느리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며느리들은 1년에 1번씩 경주 종가에 모여 물김치를 함께 만드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이때 가정생활 등을 화제로 서로 얘기꽃을 피운 사연으로 인해 사인지로 불렸고, 지금도 최부잣집 며느리가 시원하고 맛깔스런 물김치를 담가 손님 식탁에 올린다. 2년 동안 발효과정을 거친다는 묵은 김치는 의외로 매운 맛과 신맛이 강하지 않아 외국 관광객들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본격 요리로는 집안 대대로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는다고 해서 '진상 음식’으로 부르는 수란채가 눈길을 끈다. 전복과 문어, 해삼, 쑥갓 등을 섞어 끓인 뒤 계란 반숙을 넣은 수란채는 바다내음과 쑥갓 향의 조화로 새콤달콤하고 그윽한 맛을 남기는데, 고유하고 독특한 조리비법을 자랑해 집안 대소사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라고 한다.

송이전복조림은 향 좋은 자연송이를 얹어 간장 양념해 졸인 것으로 송이 향이 입속으로 퍼지면서 부드러운 전복과의 조화로 색다른 맛을 내고, 해풍에 잘말려 수증기로 쪄 냈다는 굴비구이는 짠 듯 하면서도 쫄깃쫄깃하다. 여기에 소고기, 은행, 명태전, 미나리전과 몇가지 채소를 사골국물에 넣어 끓인 신선로는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울릉도산 명이나물과 수육,  채소, 배 등으로 쌈을 만든 산마늘잎말이와 비린내가 전혀 없는 소라밥 식혜도 구미를 당긴다.
정성스런 손길로 맛있게 조리된 전복, 광어회, 장어구이, 황태찜, 명란젓, 황태장아찌, 홍어찜, 육회 등 200년 역사를 가진 끝없는 요리의 향연은 식도락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요석궁
음식 재료는 이곳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무공해 친환경적인 최고의 품질을 고집한다.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전통 음식의 명예를 고수하기 위해 최부잣집 며느리가 일일이 식재료를 체크하는 등 팔을 걷어붙인다.

가격마다 음식 종류는 다소 다르지만 평균 20여종의 요리를 준비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돼 사전예약제를 원칙으로 한다. 음식을 담아내는 식기도 계절에 따라 달리하는 등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고급만을 엄선한다.

200여년 된 고택을 간직하고 있는 최부자 종가와 붙어 있는 요석궁은 가장 한국적인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평판을 얻으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지에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최부자 종가를 둘러보고 요석궁에서 우리 음식을 맛보는 게 관광코스로 정착되고 있다.

기자가 식당을 찾은 날에도 중국 관광객 10여명이 식도락을 즐겼다고 한다. 이들을 안내한 식당 종업원들은 “대부분 난생 처음으로 우리의 전통요리를 접하면서도 담백한 맛 때문인지 준비한 음식이 거의 동이 났고 묵은 김치를 더 달라고 성화였다"고 전했다.

최부잣집 이야기를 소재로 K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명가’로 인해 이곳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특히 방문객들은 종가와 요석궁에 마련된 안내문을 보면서 12대째 최부잣집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가진 자로서 없는 자를 착취하지 말라는 뜻)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검소하라는 뜻)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 욕심 내지 말고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어려운 이웃에 부를 적절히 나누라는 최부잣집의 6개 가훈이 새삼 조명을 받는 것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 실천했기 때문이다.
최부자의 종가가 새삼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의 부담을 줄인 최가밥상
코스음식인 요석궁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반월정식 3만3천원, 계림정식은 6만6천원, 안압정식은 9만9천원, 요석정식은 무려 13만2천원이나 된다. 보통의 지갑두께를 보이는 서민은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그래서 최부잣집은 한정식을 코스대로 먹기에는 부담도 되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경주 최부잣집 음식을 어떻게 대접할까 고민하다 요석궁 바로 옆에 낸 것이 단품요리로 나가는 '최가밥상’이다.

최가밥상 건물은 원래 최부자 둘째 아들 후손들이 살던 집이었다고 한다. 2층 한옥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두고 그곳을 식당으로 개조한 것인데 현관문도 방위치도 구조는 모두 그대로다. 주방도 예전에 주방이 있던 자리이고 2층도 방만 없앴을 뿐 모두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최가밥상의 대표메뉴는 소고기국에 쌀밥정식(육개장)이다. 이 육개장은 예부터 최부자 집안에 잔치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내던 손님상이라고 한다.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는 고유의 조리법으로 차린 1인상인 것이다.

육개장과 함께 모듬전, 밑반찬, 김치, 장조림 류가 함께 나온다. 육개장을 한 입 맛보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얼큰한 맛이 난다. 흔히 육개장은 한 그릇 음식으로 간편하게 영양을 취할 수 있는 단품요리로 꼽히는데 장국 안에 들어간 재료가 푸짐해 넉넉한 최부잣집의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 경상도식 비빔밥이 있다. 밥은 보리쌀밥 또는 흰쌀밥 중 선택할 수 있게 했고 고명으로 무채, 도라지, 묵나물, 느타리버섯, 고사리 등 전통나물만 넣어서 만들었다. 경상도식 비빔밥이라고 한다. 특히 비빔밥에는 고기 대신 콩고기를 넣어 완벽한 채식이 되도록 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방짜 유기를 쓰는 요석궁과 달리 막사발 느낌의 도자기다. 현대화된 도자기 그릇이 아니라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처럼 예스럽다. 그래서 일까 비빔밥 한 그릇도 더 맛있는 것 같다.

기자가 찾은 8월13일 경주 맛집을 검색해 경남 진해에서 경주 교동 최가밥상을 찾아 비빔밥을 먹었다는 최선우(34), 장지은(30) 부부는 “식당이 깨끗하고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고 평했다.

장지은씨는 특히 서비스 정신에 높은 점수를 줬다. “보통 식당에서는 아기들을 위해 별도로 그릇을 준비해 놓지 않잖아요. 그래서 앞 접시를 달라든지, 공기밥을 달라고 하는데 이곳은 아기들을 위한 그릇을 별도로 구비해놓고 따로 밥과 국을 주시더라구요. 보통의 식당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죠. 서비스가 참 좋은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음식은 전통가옥에서 먹느냐, 아니면 현대식 건축물에서 먹느냐, 초가집이냐 기와집이냐, 또 실내는 어떻게 꾸몄느냐에 따라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

또 그 음식을 만든 주인이나 음식을 접대하는 종업원의서비스 정신이 어떤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음식이 담긴 그릇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건축물과 음식물이 담긴 그릇, 그리고 음식을 접대하는 종업원들의 서비스 간 궁합이 잘 맞아야 맛있게 느껴진다.

이번에 소개한 경주의 요석궁이나 최가밥상은 전통음식점 답게 한옥에 음식을 담는 그릇은 방짜 유기와 막사발 같은 도자기, 그리고 음식을 서비스하는 종업원들은 한복(요석궁)과 현대식 복장(최가밥상)을 입고 손님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이 부담되는 1인 6만6천원, 9만9천원하는 코스요리는 맛있게 먹고 대접 잘 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니 가격은 크게 와닿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우리지역에도 최근 대추한정식을 개발해 보급했다. 보은군이 예산을 투입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보급을 했지만 3, 4군데에서 취급하는 게 고작이다. 실패작이다. 관광지이지만 귀한 손님을 접대할 수 있는 음식점이 없다는 것을 주민들이 늘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전, 청주, 그리고 세종시 등 300만명 가까운 인구를 가진 도시를 주변에 두고 있으면서도, 이들을 관광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이 맛있으면 먼 거리,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찾아가는 것이 요즘의 관광패턴인 것에 비춰보면 침체된 속리산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관광산업의 신성장동력, 먹거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행정, 민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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