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牧民官)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다”
“목민관(牧民官)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다”
  • 송진선
  • 승인 2009.07.09 16:45
  • 호수 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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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 지방자치 주인은 주민 ④

정약용의 대표적인 저술로서, 그가 전남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 쓴 목민심서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총 12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편 ‘부임’에서 제4편 ‘애민’까지는 목민관의 자세를 다루고 있다. 목민관의 선임의 중요성·청렴·절검의 생활신조, 백성본위의 봉사정신 등을 주요내용으로 들고 있다.

 수령은 근민(近民)의 직으로서 다른 관직보다 그 임무가 중요하므로 반드시 덕행·신망·위신을 갖춘 적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령은 언제나 청렴·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재리(財利)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절대 받지 말며, 수령의 본무는 민에 대한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삼아 국가정령(國家政令)을 빠짐없이 알리고 민의(民意)의 소재를 상부관청에 잘 전달하고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해 민을 보호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1편 부임에는 목민관으로 발령을 받고 고을을 부임할 때 유의해야 할 6가지 사항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정약용은 목민관이 여러 벼슬 중에서 가장 어렵고 책임이 무거운 직책이라고 하였다.
 목민관은 임금의 뜻에 따라 백성들을 보살펴야 하는 직책으로 백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스려야 하므로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민관은 부임할 때부터 검소한 복장을 해야 하며, 백성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나라에서 주는 비용 외에도 한 푼도 백성의 돈을 받아서는 안 되며, 일을 처리할 때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또한 아랫사람들이 자신 모르게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단속해야 한다.

 2편 율기(律己)는 ‘몸을 다스리는 원칙’이란 뜻으로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생활 원칙이 담겨 있다.
 목민관은 몸가짐을 절도 있게 해서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위엄이란 아랫사람이나 백성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동시에 원칙을 지키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가짐은 언제나 청렴결백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며, 생활은 언제나 검소해야 한다.

 집안을 잘 다스리는 것도 목민관의 중요한 덕목이다.
 지방에 부임할 때는 가족을 데리고 가지 말아야 하며, 형제나 친척이 방문했을 때는 오래 머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쓸데없는 청탁이 오가고 물자가 낭비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모든 것을 절약하고 아껴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 또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4편의 애민(愛民)편에는 백성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목민관은 노인을 공경하고 불쌍한 백성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4궁(四窮)을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한다.
 4궁이란 홀아비와 과부, 고아, 늙어서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목민관이 합독(合獨)이라 하여 홀아비와 과부를 재혼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 점이다.
 집안에 초상이 난 사람에게는 요역(水役)을 면제해 주고, 환자에게는 정역(征役)을 면제해 주어야 한다.
 목민관은 자연 재해가 나지 않도록 항상 대비해야 하며, 재해가 생겼을 때는 백성들을 위로하고 구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

 5편 이전(吏典)부터 공전(工典)까지는 각 지방의 세부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아무리 학문이 뛰어나더라도 아전을 단속할 줄 모르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그리고 백성을 잘 다스리려면 무엇보다도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관리를 뽑을 때는 충성과 신의를 첫째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재주나 지혜는 그 다음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관리가 한 일은 반드시 공적을 따져 상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백성들로 하여금 믿고 따르게 할 수 있다.

 지금 정약용의 목민심서 내용대로 백성을 보살피는 목민관이 있을까.
 경제는 어려워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지금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정치판이 시끄럽다.
 남 출세하는데 군민들도 부화뇌동해 지역은 또 한 번 갈등과 분열로 요동칠 것이다.
 평소에는 선량한 군민은 돌아보지 않다가 선거가 가까이 왔는지, 군민들에게 자주 나타나 악수를 청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의 야욕에만 눈멀지 말고, 진정한 '목민(牧民)'의 길이 무엇인가를 먼저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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